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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17일 성대에서 열렸다. 그룹 빅마마의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17일 성대에서 열렸다. 그룹 빅마마의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조윤제
"제가 받아도 되는 거죠? 특별한 자리에서 대단하신 분들 앞에서 상을 받아서 제가 진짜 뭐라도 된 사람 같아요. 너무 감사하고 이 상이 헛되지 않도록 다음 음반은 진짜 끝내주는 음악을 가지고 나오겠습니다."

대안적인 대중음악시상식을 표방하며 새로 출발하는 '제1회 대중음악상' 시상식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남자부문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한 휘성씨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투로 위와 같이 말했다. 이번 상이 주류와 비주류 구분없이 '음악성'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기에 수상자들의 기쁨은 더 컸다.

17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은 탄핵과 관련 얼어붙은 사회분위기 탓에 많은 음악관계자와 팬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한국의 그래미상'을 위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이날 관객들은 축하공연에 나선 13팀 모두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주력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시상식 말말말

"주최측에서 전화왔을 때,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내가 음악 열심히 해왔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상하러 나오라니까 떨리더군요"
(시상자로 나선 손무현씨, 이날 시상자로 나온 대부분은 비슷한말을 남겼다)

"이상은씨 생일 축하해요. 우린 생일이 같은 날이에요. 그리고 대중음악상 생일 축하합니다. 수 천년 갔으면 좋겠어요."
(시상하러 나온 한대수씨, 이씨와 한씨의 생일은 3·12)

"사실 내가 오면 시상식이 더 빛날 것 같아 왔는데 상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스캔들' 음악으로 영화음악상 수상한 이병우씨. 그는 삭발했다.)

"여기 뽑힌 음악들 중 내가 진행하는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 나온 노래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와이프(진미령씨) 노래를 틀지 않아 이 시상식에서 수상하게 해야겠어요."
(시상자로 나온 개그맨 전유성씨)

"선정위원장 된지 오래 됐지만 로비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최고 로비는 좋은 음반, 음악 만드는 것입니다."
(선정위원장 김창남 교수)
싸이와 이수만, 화환 보내 눈길

시상식 시작 전, 분위기는 예상 외로 썰렁했다. 특히 시작 예정시각인 7시가 됐는데도 좌석의 반도 차지 않았고 행사 준비도 덜 돼 보였다.

로비에는 입장객들이 모여들고 있는 가운데 몇 개 화환들이 눈에 띄었다. '축,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란 문구와 함께 가수 싸이와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씨가 보낸 것들이었다. 특히 SM에서 보낸 화환엔 강타, 문희준, 슈, 플라이투더스카이, 보아 등 가수의 이름도 적혀있었다.

"축하합니다. 기존의 가요시상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누구나도 수긍할 수 있고 쇼를 위한 시상식이 아닌 음악만을 위한 시상식으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시상식은 예정보다 30분 늦은 시간에 시작됐다. 불이 꺼지고 가수 이현우씨와 한동준씨의 영상 축하메시지가 객석에 전달됐다. 이날 사회는 이상은씨와 '마법의 성' 김광진씨.

최고 앨범상 '더더', 최고 음악상 '러브홀릭'

이번 시상식은 총 14개 부문으로 나뉘어 수상자를 선정했다. 시상자로는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씨, 가수 이정선씨, 정경화씨, 강산에씨, 헤비메틀 밴드 블랙홀의 주상균씨, 크래쉬 안흥찬씨 등 쟁쟁한 음악인들이 나섰다. 이들 외에도 개그맨 전유성씨, 네티즌 대표 등 비음악인도 시상자로 나서 주목을 끌었다.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그룹 더더.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그룹 더더. ⓒ 조윤제
이번 행사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앨범상은 '더더밴드'(TheThe Band)에게 돌아갔다. 선정위원회는 "한 앨범 속에 < In >, < So So >, < You >, <작은새> 등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노래들이 담겨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올해의 노래 부문은 러브홀릭의 '러브홀릭'이 차지했다. 이날 수상자 중 베스트드레서에 뽑힐만한 의상을 준비한 러브홀릭은 "완성도 높은 멜로디 라인과 세련된 편곡, 팀의 보컬을 맡고 있는 지선의 보컬색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흡입력있는 곡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밖에 시상결과는 다음과 같다.

▲올해의 가수(남자) = 휘성 ▲올해의 가수(여자) = 이상은 ▲올해의 가수(그룹) = 빅마마 ▲올해의 신인 = 정재일 ▲최우수 록음악 = 코코어 ▲최우수 힙합·댄스 = 데프콘 ▲최우수 알앤비·발라드 = 윤건 ▲최우수 크로스오버 = 나윤선 ▲올해의 영화·드라마음악상 = 스캔들 ▲올해의 레이블 = 플럭서스 ▲공로상 = 이정선 ▲특별상 = 아소토 유니온, 전경옥

시상식 중간엔 후보자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팀에 따라 한두곡씩 소화했던 축하 공연은 그야말로 질 좋은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특히 휘성과 넬, 빅마마, 이승열의 연주는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아소토 유니온과 데프콘의 합동무대는 좌중을 압도하고도 남을만 했다. 마지막으로 이정선과 여행스케치, 정경화씨가 함께 한 공연 역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운영상의 미숙… 한국의 그래미상으로의 출발"

시상식이 끝난 뒤 행사장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은 편. 김경수(26), 신혜림(19, 이상 학생)씨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여타 시상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 좋았다"면서도 "구성과 진행상의 미숙은 고쳐나갔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시상식을 지켜본 음악관계자들과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상식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종현 마스터플랜 대표는 시상식의 의미와 취지에 공감을 표시한 뒤 "다만 시상식이 너무 경직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딱딱한 시상식보다 '공연'에 컨셉을 맞췄다면 모두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모르긴 몰라도 선정 기준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들이 많이 들릴 것"이라며 "과연 '음악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주최측의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네티즌 투표에서 상위에 올랐던 후보들이 수상자에서 대거 탈락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비교적 반응이 좋아 마음이 편하다"면서 "다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선정위원간의 견해차가 있었기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았다. 내년엔 선정위원 수를 늘리고 보다 납득할만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던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 역시 "음반시장이 침체됐다고 하지만 음악은 살아있다는 것을 이번 행사를 통해 느꼈다"며 "2회 땐 지적된 사항들을 보완해 보다 완성도 높은 시상식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30년 못 받은 상 한꺼번에 보상받은 듯"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

공로상 : 이정선
"내가 기타 없이 무대 선 게 30년만에 처음이다. 굉장히 어색하다. 오랫동안 음악 하면서 받고 싶은 상이 많았지만 한번도 못 받고 한꺼번에 이 상으로 보답 받는 것 같아 좋다."

올해의 앨범 : 더더 "더더밴드"
"진짜 떨린다. 학교 다닐 때도 못 받던 상을 받다니. 특히 우리가 좋아해서 하는 일 때문에 상을 받은 것이라 더 기분 좋다. 감사드린다."

올해의 노래 : 러브홀릭 '러브홀릭'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좋은 사람들 만나서 좋은 음악한 것이 행운이다. 내년에도 좋은 음악으로 올해의 노래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여자가수상 : 이상은
"아무런 멘트도 준비 안했는데 그냥 평범하게 말하겠다. 감사하다. 자신들의 세계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후배들에게도 뜻깊은 상이 됐으면 좋겠다."

특별상 : 전경옥
"노래로 진심을 전하는 가수가 되겠다."

최우수 힙합&댄스 : 데프콘
"일단 상 주셔서 감사드린다. 글쎄 잘 한다고 생각 안했는데 잘 하나보다. 작년에 음반이 잘 안 팔려서 그만 두려고 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서보는 시상식"
시상식 시작 전 공연 대기실에서 만난 사람들

▲ 제 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무대 뒤 대기실 모습.
이날 오후 들어서면서부터 무대에 설 팀들이 리허설을 시작했다. 리허설 전후 무대 뒤에서 만난 가수들은 대부분 상황을 즐기면서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거의 모두 대중음악 관련 시상식에 처음으로 후보에 올랐다고 고백했다.

특별상을 수상한 전경옥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음악하면서 시상식에 서보는 건 처음"이라며 웃은 뒤 "내 음악이 '아트팝'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지만 들어보시면 금방 친숙해지실 것"이라고 자신의 음악을 소개했다.

올해의 신인부문 후보에 올랐던 재주소년의 유상봉, 박경환씨는 "처음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평소 공연 땐 편안한 기분이지만 오늘은 왠지 긴장이 된다"고 고백했다.

이승열씨는 리허설을 끝낸 뒤,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씨는 양손을 쫙 벌리면서 "부담이 이만큼 된다"며 "내가 왜 후보가 됐는지 의아하다. 이 상이 기존 시상식의 대안으로 평가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호응을 많이 얻었던 모던록 밴드 넬의 맴버들은 "이번 시상식이 1회이니 만큼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발전해서 권위있는 시상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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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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