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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림8동 강남아파트 외벽 모습. 벽에 심한 균열이 발생하자 임시로 시멘트로 갈라진 곳을 메워놓았다. 강남아파트는 이같은 형태의 동이 거의 대부분이다.
ⓒ 강우영
▲ 갈라진 틈이 손 하나가 다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다.
ⓒ 강우영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신림8동에 위치한 강남아파트가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해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강남아파트는 지난 1974년 4월 17개동 876세대로 건립돼 현재까지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나 30년이 지난 지금 건물이 노후하고 불량한 주거환경으로 주민생활에 큰 불편과 재난위험을 수반해 왔다.

지난 95년에는 사전결정 승인을 받는 등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었다가 IMF체제 등 경제여건의 변화와 시공사의 내적인 어려움으로 용적률이 하향·조정돼 현재까지 재건축이 시행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시공사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려 하지 않아 재건축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사업성 없어 시공사 참여 안해

강남아파트는 대지지분이 작고 가구수가 많아 높게 지어야 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이 강화돼 재건축 추진위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변경이 어려워 더 이상 재건축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가장 빠른 해결책은 재건축에 대한 사업성을 갖출 수 있도록 용적률을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지금 강남아파트는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최고 250%밖에 적용되지 않는다. 용적률만 높여준다면 민영업자나 주공이 사업성을 갖고 재건축에 참여하겠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건축은 어려운 실정.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개인소유 아파트의 용적률을 상향하고자 용도변경을 추진할 수는 없으며 서울시 전체를 고려할 때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면서도 "관악구에서 검토의견을 첨부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관계부서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같으면 여기 살겠어?"

그러나 문제는 강남아파트가 지금 심각한 붕괴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 멀리서도 구멍이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관리직원들이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 강우영
구로공단역에서 100여m 떨어진 강남아파트를 찾은 시각은 17일 오후 3시경. 고가철로가 지나가는 바로 옆 도로에 쭉 늘어선 아파트는 무슨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외벽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갔다. 아파트 전체를 둘러보았지만 대부분의 건물 외벽은 이와 비슷했다.

한 동은 멀리서도 구멍이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로 관리직원들이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손 하나가 다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진 곳도 있었다.

이 아파트의 건물상태는 D급으로 지난 2001년 재난관리 위험시설로 지정된 바 있다. A,B,C 등급은 중점관리대상으로 구조 및 상태 등에 위험요소가 있거나 그 규모, 이용인구 등에서 재난예방을 위해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D와 E등급은 재난위험시설로 긴급히 보수·보강을 해야 하거나 사용 및 거주의 제한이 필요할 정도로 재난발생의 위험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관리에도 헛점 드러나

옥상으로 올라가 보니 건물의 관리 상태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은 열려 있었고 옥상 어디에도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도록 설치해야할 울타리조차 없었다. 아이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방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이 고여 있으며 지상으로 연결된 전선은 그대로 방치돼 있어 감전의 위험도 높았다.

건물 상태가 이렇다보니 여유가 있는 거주자들은 이사를 간 곳도 많다. 이를 말해주듯이 한 동 지하는 이삿짐센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아파트 2동에 사는 한 할머니에게 집 내부는 어떠냐고 묻자, "학생같으면 여기 살겠어?"라고 반문한다. 그 할머니는 이곳에서 20년째 살고 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이사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강남아파트는 구로공단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역세권에 위치한 노른자 땅이다. 옥상에서 바라본 아파트 주변은 대형 건물과 확 트인 도로, 고층 아파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심속에 아직도 이런 노후한 건물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 옥상으로 통하는 문은 열려 있고 옥상에는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놓아야 할 울타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 강우영
문제가 심각해지자 관악구의회가 강남아파트 재건축 부진실태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003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실태조사를 벌였다.

지난 3월 15일에는 그동안의 활동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서울시에 의견서로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단지 강남아파트 건물의 상태와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보고서 형식으로 어떠한 효력도 가지지 못해 서울시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장상곤(간사) 구의원은 "강남아파트는 지금 건물상태가 노후해 심각한 상태라며 빠른 시일 내에 재건축이 이루어져 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건축 결정이 지지부진해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해빙기나 우기시 붕괴위험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한 장상곤 의원과의 일문일답.

▲ 특위 장상곤 구의원
ⓒ 강우영
- 특별위원회가 그동안 어떤 활동을 벌였으며 보고서 내용은 무엇인가.
"특별위원회는 지난 2003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강남아파트 재건축 부진실태를 조사했다. 특위는 그동안 관계서류 검토, 현장확인, 관계인 질의·답변, 서울시 정무부시장 면담 등을 통해 강남아파트 재건축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활동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강남아파트 현황과 재건축 부진사유를 점검하고 안전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관악구가 추진해야 할 일들을 담고 있다."

- 강남아파트의 건물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건물외벽은 금이 가지 않은 곳이 없고 쓰레기 배출구는 붕괴된 상태다. 16동 옥상슬라브는 붕괴되기 직전으로 철근기둥으로 버팀목을 해놓을 정도다. 오는 4월 10일경 아파트 구조안전진단이 결과가 나오면 정확하게 알겠지만 이 아파트는 현재까지 재난위험시설인 D등급으로 지정돼 있다."

- D등급이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가.
"강남아파트는 특히 벽체의 균열이 심하고 단지 내 2동 건물은 기울어져 추를 달아 기울어짐을 측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재건축 결정이 지지부진해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해빙기나 우기시 붕괴위험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재건축이 안된 이유는 무엇인가.
"강남아파트 재건축 문제는 지난 IMF때부터 거론됐던 얘기다. 당시 경제도 어렵고 주민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끌어온 것이다. 또 지구단위구역계획에 따라 용적률이 떨어진 것도 이유중에 하나이다."

- 재건축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이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조합을 정비하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최근 용적률이 하향 조정돼 사업성이 없어 공사를 희망하는 건축업체가 없다. 거주주민들은 생활이 대부분 영세해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 지역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상향조정하면 시공사들이 앞다퉈 재건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방법은 강남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구로공단역으로 이 곳을 중심으로 구로, 영등포, 동작구 등 근방이 모두 상업지구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역세권이면서도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형평에 맞지 않는다. 서울시가 이곳을 상업지역으로 상향조정하면 용적률이 조정되기 때문에 재건축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남아파트와 유사한 형태의 주거지역이 몇 군데 있어 서울시가 쉽게 상업지구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조속히 준주거지역으로라도 지정돼 큰일이 나기 전에 재건축에 들어가야 한다."

- 특위의 이번 보고서가 어떤 효력을 갖게 되나.
"관악구는 재건축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특위의 이번 보고서는 단지 의견 제시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서울시가 이 보고서를 검토해서 판단하겠지만 만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구의회에서는 따로 서울시의회의 참여를 요구하는 청원도 검토중이다."

- 특위가 활동하는 데 애로점은 없었나.
"사실상 관악구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인 만큼 관악구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재건축 문제는 관악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안타까운 심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아파트 주민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 앞으로의 활동은.
"다방면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아파트의 건물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재건축이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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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공부하는 정치에 관심많은 사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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