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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가 지난 3월 15일자로 <한국일보> 기고를 중단하겠다고 한 선언에 대해 말들이 많다. 나는 작년 말 전주에서 발행되는 <새전북신문> 지면에서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그리고 추미애 의원 등을 주제로 강 교수와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논쟁은 강 교수가 제의해서 시작됐는데 서너 차례 주고받다 주변에서 말려 그만두었다. 강 교수는 그 후로 정치평론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강 교수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만, 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당초 함께 분당에 반대했던 내가 생각을 바꾼 데 대해 섭섭했을 것이다. 초지일관 분당을 나무라고, 그로 인한 지지세력의 분열에 분노했던 강 교수의 판단과 선택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민주당이 분당에도 불구하고 환골탈태하여 열린우리당과 선의의 경쟁을 함으로써 대등한 입지를 확보한 후 다시 통합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총선 후라도 두 당이 통합함으로써 개혁세력의 재결집을 이루어냈다면 아무도 상처를 입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과 일부 광신적 지지자들이 증오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결과, 강준만처럼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이다.

내가 강준만을 위한 변론을 쓰는 까닭은, 일부 논객들의 자격지심이나 소영웅주의에서 비롯된 인신 비방을 바로잡고, 그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함이다.

먼저 진중권이다. 그는 아침 신문이 배달되기도 전인 14일 밤 진보누리에 '강준만의 퇴장을 보며'라는 글을 올렸다. 동작도 빠르다. 그는 단지 한국일보 기고를 중단한다는 강준만의 결심을 두고 '퇴장'으로 몰아갔다.

진중권은 여기서 "처음부터 강준만씨의 패러다임이 김대중주의=호남지역주의 위에 서 있는 게 분명"하다고 단정한 후, 이번 탄핵사태로 "강준만이 거의 종교적 진리처럼 지녔던 신념이 와르르 무너진 거죠"라며 비아냥거렸다. 제 아무리 똑똑한 진중권이라도 강준만 앞에만 서면 총기가 와르르 무너지는 모양이다.

강준만은 김대중을 하나의 잣대로 삼는 것이지 김대중주의자가 아니며,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이지 호남지역주의를 패러다임으로 삼는 게 아니다. 설령 김대중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종교적 신념 수준은 전혀 아니며, 호남지역주의라는 주장은 천부당만부당이다. 호남지역주의란,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호남이나 강준만을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낸 유령이다. 진중권은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서프라이즈의 김동렬. 그는 15일 서프라이즈에 올린 '잘 가시오 강준만'에서 "역할을 다한 강준만은 스스로 사라져가야 한다"면서 "우리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안녕' 그 한마디뿐이다"라고 역시 비아냥거렸다. 두 글 모두 1992년 대선 패배 후 은퇴를 선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확실하게 떠나보내려 했던 조선일보를 떠올리게 한다. 진보누리와 서프라이즈 독자들은 이 삐뚤어진 비아냥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지들 말자. 논객이란 논거와 논지로써 자기 생각을 펼치며 독자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논쟁도 하며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는 역할에 충실해야지 선입견으로 누구를 비방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게 논객의 기본이 아닌가? 더구나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하면서까지 비방을 일삼는 논객은 더 이상 논객도 아니다.

한국일보 기고의 핵심은 이 부분이다.

"증오와 원한을 만들지 마십시오. 더디 가더라도 화해와 타협을 해가면서 우리는 옳은 길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열렬한 지지자들에게도 사랑과 관용을 호소해주십시오."

왜 핵심은 읽지 않고 '퇴장'이니 '안녕'이니 하며 밀어내려고만 할까? 강준만의 자리가 탐이라도 났나?

나는 노 대통령이 강 교수의 충정을 십분 이해하면서 수용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서프라이즈 논객들은 사랑과 관용을 호소하는 노 대통령의 호소가 들리지 않는가?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조순형 대표나 김경재 의원, 추미애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 그리고 그 지지자들도 이제는 증오와 원한의 감정을 접어야 한다. 그게 스스로를 위하고 보호하는 길이다. 물론 노 대통령도 앞으로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고 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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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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