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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제1회 국제노점상페스티벌이 동대문 운동장 풍물시장 앞에서 개최됐다.
19일 제1회 국제노점상페스티벌이 동대문 운동장 풍물시장 앞에서 개최됐다. ⓒ 김진석
ⓒ 김진석
"청계천 개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선시대의 문화 유물을 복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현대의 문화 역사 복원을 원하는 것입니다. 현 문화유산의 복원과 우리 모두의 공존을 위해 청계천과 생을 같이 했던 노점상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을 '역사 문화 훼손' 혐의로 고발한 문화연대의 황평우(문화유산위원회 부위원장)씨는 19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국제노점상대회 페스티벌에서 위와 같이 천명했다.

기나긴 싸움 끝에 동대문운동장으로 내몰린 청계천 노점상들이 단꿈 같은 봄나들이에 잠시 시름을 잊었다. 동대문운동장엔 '99번 철거하면 100번 장사를 펼칠 것'이라 다짐했던 노점상들의 외침이 힘차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얀 면장갑을 끼고, 앞치마와 지갑을 허리에 두른 채 작업복 차림으로 함께 한 노점상들은 구호가 아닌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그간의 설움을 달랬다.

2002년 11월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 20여개국 노점상 대표들이 모여 발족한 국제노점상연합은 창립 후 지난 16일 서울 불광동에서 최초로 국제대회를 열었다. 나흘간 토론회와 문화 행사 등을 통해 전 세계 노점상들의 권익 보호와 연대 방안을 모색한 그들은 대회의 마지막 행사로 국제노점상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전국노점상연합 외 40개 단체 500여명과 각 국에서 참석한 외국인 노점상 20여명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 단결과 연대의 희망을 노래했다. 서로 어깨를 맞대며 손을 잡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이 그들은 ‘노점상’이란 이름 아래 하나가 되었다.

전국노점상연합은 채택된 성명서를 통해 “청계천에 이어 동대문운동장마저 2년 내 또 철거를 당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불안한 노점상들의 확실한 생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그들은 “올바른 문화재, 환경 없는 청계천 복원은 기만이다”라며 “서울 시민을 위한 올바른 복원 사업 계획 수립”을 요청했다.

ⓒ 김진석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노점상 팻 홈(Pat Hom)씨는 “전진하자! 앞서 나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외국인 노점상들을 대표해 무대 인사를 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비자를 받는 것이 어려워 외국인 노점상들이 더 많이 참석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한국 노점상들의 따뜻한 관심과 열정적인 격려가 감동적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그는 “국제노점상연합 창립 후 처음 열린 국제노점상대회가 한국 노점상 도움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끝나 감사하다”며 “전 세계 노점상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한국 노점상들의 많은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제노점상연합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노점상연합 김흥연 의장을 국제노점상연합 의장으로 선출했다. 선출된 김흥연 의장은 “현 포드재단 재정의존도가 높은 국제노점상연합을 자립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제노점상을 독점 자본으로부터 해방된 조직으로 키워 낼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김 의장은 “단순히 노점상만이 아닌, 여성비정규노동자, 외국인노점상, 어린이노숙자 등이 포함된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결의를 위해 투쟁 할 것”이라며 “전 세계 국제노점상과 연대해 국내를 넘어 국제적 투쟁을 전개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그는 “이젠 국내 노점상의 행동 하나 하나가 국제 노점상을 대신하는 행동과 양심이 됐다”며 “전 세계 노점상들과 단결해 잘못된 세계의 경제 착취 구조를 깨뜨리자”고 힘주어 강조했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봄 햇살이 따가워 질수록 행사장의 분위기도 점차 고조되었다.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은 외국인 노점상들도 생전 처음 보는 우리 악기를 신나게 두드리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크게 박수를 치는 등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마이크를 붙잡고 흥에 겨워 노래를 따라 불렀던 김순자(66)씨는 “동대문운동장으로 온 후 청계천 장사의 삼분의 일도 안돼 요즘 죽을 지경이었는데, 나처럼 힘들게 사는 사람을 만나 얘기를 나누니 간만에 살맛이 난다”며 “정말 오늘만 같다면 바랄 것 없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 김진석
사람이 사는 건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별반 다른 게 없다 했던가. 결국 모든 노점상들이 국경의 벽을 넘어 서로의 어깨를 잡고 기차놀이를 하며 질긴 그들의 희망을 확인하는 것으로 무대가 저물었다.

그들은 동대문운동장이 떠나가도록 수없이 외쳐 됐다. 아이를 안고 온 노점상, 휠체어를 타고 온 노점상,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둘러쓴 노점상도 흥에 겨워 ‘나는 노점상이다’라고 연신 외쳐 됐다. 노점상도 한 나라의 떳떳한 국민이자 서울시의 엄연한 시민이라고 제창한 그들은 웃음꽃이 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봄'을 환영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대략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축제엔 길놀이 풍물패, 노래공장, 우리나라, 박준 등의 노래패 등이 함께 했으며, 본 행사가 끝난 후에도 외국인 노점상들은 동대문운동장에서 각설이 및 우리의 풍물을 관람하며 좀처럼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노점상은 지방 경제를 살리는 사람들”
국제노점상 페스티벌에서 만난 남아공 노점상 인터뷰

▲ 남아공 노점상 자울씨
ⓒ김진석
2백만명의 노점상이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존슨 자울(51·Fundise Johnson Jaule)씨는 한국 노점상들의 단합된 모습에서 열정과 삶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무척 흥분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노점상을 억압하는 한국의 정책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며 “모든 사람의 생존권은 마땅히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데, 국가가 이러한 일을 해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남아공에선 노점상들이 과거와 달리 모두 '합법화' 됐으며, 거대 상점들보다도 국가의 지원과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 오히려 노점상들이 지방 경제를 활성화 해준다며 노점상들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금 등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그는 “노점상이 탄압을 받는 현 한국의 상황에서 한국 국제노점상연합 의장이 탄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며 “한국 노점상들이 그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전 세계 노점상들과 함께 끝까지 힘을 모아야 할 것” 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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