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을 위해 죽으라. 전두환이 영웅이라. 선동하고 찬양했던 찌라시. 그래서 너흰 아니냐 너흰 아니냐. 제발 너흰 나라 걱정 좀 하지마. 너희만 찌그러져도 세상은 좋아질 거야. 너희들은 아니야…."
요즘 촛불문화제에서 최고 히트송이 된 '너흰 아니야'의 일부 가사이다. 2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00만인 대회' 참가자들은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동시에 한 곳을 향해 손가락을 가르켰다. 바로 광화문에 우뚝 서 있는 <조선일보> 사옥이다.
이날 코리아나 호텔 입구와 동화면세점 앞 등 행사장 곳곳에서 눈길을 끄는 부스가 있었다. <한시간 후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라는 책자를 판매하는 곳으로, 문성근·명계남·문소리씨 등 연예인들이 사인행사를 동시에 벌였다.
얼핏 표지만 보면 중고교 교과서 같아 보이는 <한시간 후면…>은 일종의 '조선일보 바로보기 지침서'이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가 지난해 매주 조선일보 왜곡보도 사례를 모아 발간한 '주간 안티조선'의 주요 목록과 조선일보 과거 행적 등을 일목요연하게 묶었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가 이날 100만인 대회에 맞춰 발간한 <한시간 후면…>을 현장에서 즉석 판매, 총 530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문성근씨는 판매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자리를 꼬박 지킨 채 시민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줘 눈길을 끌었다.
<한시간 후면…>이 필요한 사람은 민언련 사무처(전화 02-392-0181)로 연락하면 된다.
익명의 출판인들이 만든 '민중가요 가사집'
이날 촛불행사에서 흘러나온 '민중가요'들의 가사를 참가자들이 다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참가 시민들은 노래를 술술 따라 불렀다. 바로 5만부의 가사집이 뿌려졌기 때문. 참가자들은 가사집에 덕북에 '님을 위한 행진곡', 너흰 아니야', '탄핵무효가' 등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민중가요를 함께 부를 수 있었다.
그런데 시민들의 손에 쥐어진 '탄핵반대 시민 촛불행사 노래 모음집'이란 가사집은 주최측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행사 시작 전, 가사집이 담긴 박스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주최측에 전해졌고 시민들에게 나뉘어졌다.
이 가사집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탄핵을 반대하는 출판인들의 마음을 모아'라는 문구가 책 서두에 나와있을 뿐이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행사가 끝난 뒤 <오마이뉴스>에 직접 찾아와 "누군지 모르지만 우리가 해야할 일을 대신해주었다"면서 "오늘 너무 유용하게 사용됐기 때문에 소개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왔다"고 가사집을 만든 익명의 출판인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