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79)은 이라크 전쟁 1년을 맞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와 블레어는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정보를 곡해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카터는 "부시는 이미 9·11직후 이라크를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영국의 블레어 총리를 끌어들인 후 이라크 침략을 위한 구실을 찾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의 구실인 사담 후세인의 9·11 테러 관련설과 대량무기 보유설이 ‘거짓말’과 곡해된 정보에 근거한 것인데 두 정상이 이를 알면서도 전쟁을 밀어붙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음으로써, 부시와 블레어가 이라크 침략을 위해서 세계를 상대로 일종의 사기극을 벌였다는 것은 널리 주장되어 왔지만, 카터의 이런 비판은 전직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과 미국의 가장 가까운 전략적 파트너의 지도자를 비판한 것이기 때문에 그 파장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카터의 이런 비판이 나오기 하루 전 부시 대통령의 대 테러 보좌관을 지낸 리차드 클라크 역시 대 테러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대해 비판해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대 테러 보좌관을 지낸 사람이 공개적으로 비판을 했다는 점에서 전쟁의 명분을 둘러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한편 스페인 열차 테러가 알카이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고 전쟁 1년을 맞아 이탈리아에서 100만, 런던에서 20만, 뉴욕에서 10만 인파가 반전시위를 벌인 것도 부시와 블레어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21일 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을 미사일 공격으로 살해해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에 분노가 들끓고 있는 것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려는 부시 미 행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암살은 이라크 전쟁을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의 합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는 아랍인들의 분노를 폭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정치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적과 아를 구분짓는 리트머스지 구실을 했다. 후세인이 아랍국가 지도자 중 유일하게 팔레스타인을 지원해서 반 이스라엘 정서를 가진 아랍인들의 지지를 획득하려 한 것이나, 오사마 빈 라덴이 비디오 회견에서 항상 팔레스타인을 예로 들며 서방에 대한 성전을 부르짖는 것을 볼 때 이스라엘의 야신 암살은 전세계적으로 테러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