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7일 오전 11시 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왼쪽부터)이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왼쪽부터)이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박효원
"선거기간이라고 집회를 강력하게 대처한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결정이다. 선관위가 야당 눈치를 보느라 위법적, 위헌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정부가 25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공식선거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중앙선관위의 요청에 따라 4월 2일부터 탄핵 찬반집회를 금지시키기로 하자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을위한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가 발끈했다.

범국민행동은 중앙선관위와 정부의 '선거기간내 집회 금지' 방침에 대해 25일 오전 11시 언론 브리핑에서 범국민행동 측은 "선거기간 중 '탄핵집회' 금지 결정은 야당 눈치보기일 뿐"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범국민행동은 "지금까지 선거기간 동안 집회가 금지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면서 "후보자가 집회를 유도할 수 있다거나 선거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지난 87년 허가제 폐지의 취지는 물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도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민행동 "선관위가 계속 정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날 언론브리핑에 나선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정부를 함께 겨냥해 "탄핵집회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은 선관위와 정부만의 판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함께 브리핑을 이끌었던 김기식 참여연대 처장은 "탄핵집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안은 선관위가 자의적인 해석으로 선거기간에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위험한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유도하거나 선거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선관위의 법 적용 근거에 대해 김기식 사무처장은 "집회 규제는 '가능성'을 근거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사무처장은 "선관위 논리대로라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집회를 하는 것도 안 되고, 특정 정당 혐오경향이 뚜렷한 20대를 대상으로 한 투표참여캠페인도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며 "모든 집회가 정치성을 갖고 있지 않냐, 선관위 결정은 선거기간 동안 어떤 형태도 집회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러한 유례없는 선거기간 중 집회 금지 조치는 야당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라는 것이 범국민행동의 분석이다. 김기식 사무처장은 "최근 선관위가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이중 처리, 헌재에 '의견없음'이라는 답변서 제출 등 정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관위는 전날 (24일) 환경연합의 열린우리당 규탄집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환경연합은 최근 반환경적 인사를 영입했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 규탄에 나섰는데, 특정 정당을 명시한 이 집회에 대해서는 선관위 감시나 경고가 없었다.

그러나 범국민행동이 4월 2일 이후에도 촛불행사를 이어나갈지는 미지수다. 일단 27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대규모 촛불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그 이후의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범국민행동은 이후 국민들의 요구와 운동 역량 등을 고려해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선관위의 방침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범국민행동의 입장이다.

노동-법조계 "선거기간일수록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노동계도 정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집회의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과도한 해석으로 정당한 목소리를 일률적으로 막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교조의 탄핵무효선언과 공무원노조의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에 대해 정부가 징계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항의했다. 이 대변인은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는 것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그동안 군부독재의 하수인으로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던 공무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현한 것은 민주주의 완성을 증명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도 정부 방침을 반박하는 입장표명을 고려 중이다. 김선수(민변 사무총장) 변호사는 "선거기간일수록 표현의 자유는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선거법에 의해 불법선거운동이라고 판단되면 그에 맞게 집행하면 될 일이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막연한 기준을 정부정책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뒤 "이번 정부방침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범국민행동 브리핑 도중 "보수단체들이 행사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브리핑장에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방해하려는 의도가 뻔히 드러나서 연기한 게 아닌가 싶다"며 기자들에게 "27일에는 우려할 점이 없을 것이다,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우익단체의 집회연기 소식이 전해지기 전 범국민행동은 보수단체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자원봉사단을 조직하고 장소를 잘 짜서 대비할 것"이라며 촛불행사 지속 방침을 밝혔다. 또한 "누구나 집회 시위의 자유는 있지만, 다른 단체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집회를 연다는 것은 충돌 상황을 만들어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 분들이 의도하는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싫다'는 되고 '떨어뜨린다'는 안된다? 네티즌들, 탄핵반대집회 단속 비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