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정치꾼, 표로 심판하자'
이처럼 강원도내 대학가에서 부재자 신고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이유는 뭘까?
유권자연합 최갑주(39)간사는 "정치권의 부도덕한 짓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분노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이번에는 꼭 바꿔보자는 의지가 부재자 신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무관심파인 강원대 유정수(23·가정교육)씨는 탄핵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자신의 투표권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부재자 신고 절차와 장소를 찾아냈을 정도로 정치적 실천파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과 친구들도 탄핵 영향으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며 "젊은 대학생들의 투표율 저조는 옛 말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 투표권을 포기한 신연순(24·여·경영)씨는 "탄핵 때문에 야당이 싫어졌다"며 "4·15때 표로 심판을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의 정국이 혼란스럽지만, 더 나은 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보수 성향의 인물보다는 개혁적인 사람들이 많이 뽑혀 새 나라를 만들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부재자 투표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참정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관동대에서 만난 조금자(23·여·국어교육)씨는 "투표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리"라며 "주위 친구들은 벌써 부재자 신고를 마쳤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강원대 이윤정(22·여·수학교육)씨는 "투표권 행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하려면 2천명?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학가 부재자 투표소 설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선거법은 해당 주소지에 거소를 둔 부재자 선거인수가 2000명을 넘을 때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 대학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할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관동대의 경우 재학생 8300여명 중 유권자는 2000명 정도에 이른다. 이 중 부재자 선거인수는 1200~1300여명(65%)으로 모두 부재자 신고를 해도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불가능하다.
한림대도 재학생 7000여 명 가운데 3000명이 유권자다. 그런데 부재자 신고에 포함되는 유권자의 수는 1500여명(50%) 정도만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도 100% 부재자 신고를 해도 선관위 기준대로라면 투표소 설치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유권자연합 최갑주(39) 간사는 "부재자 투표소 설치 2000명 조건은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숫자"라면서, "선관위는 의지를 가지고 부재자 선거인수 하향 조정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간사는 또 "지난 정개특위에서 부재자 투표소 설치 명수를 1000명 선으로 조정하지 않은 것은 일부 의원들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며 "젊은 표심이 자신들을 외면할 것을 두려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 김영섭(40)공보담당은 "대학생들의 부재자 수 1000명 하향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설치 인력과 경비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영섭 공보담당은 "대학교에만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일반 부재자 유권자들과의 형평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도내의 대학들은 부재자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학교 버스 등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며, 한림대(27일), 강원대(29일), 강릉대,관동대(31일) 등은 교내에서 부재자 신고를 접수할 예정이다.
부재자 투표는 내달 5일까지 기관과 시설 안의 부재자 투표소 설치허가 신청을 통해 9∼10일 이틀 간 해당 투표소에서 매일 오전10시∼오후4시까지 실시된다.
| | "작은 한 표가 사회를 변화시키죠" | | | |
| | ▲ 유권자운동에 나선 강원대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대학생들의 선거참여가 민주사회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김경목 | "어떻게 하는 거야?"
"이게 뭐야?"
지난 23일 강원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설치된 부재자신고 부스에 모여든 사람들은 한마디씩을 던진다. 그러자 자원봉사자 유현경(21·정치외교)씨는 "부재자 신고입니다. 주소, 이름 기재하시고 서명하시면 됩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하루 2시간 정도 공강 시간을 활용해 자원봉사를 한다는 유씨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 일을 한다고 말한다.
유씨와 같은 학과 선배인 한혜란(22)씨도 "대학생들의 '선거참여문화'를 높이기 위해 이 일을 한다"면서, "우리들의 한 표가 큰 힘이 될 수는 없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 한 표 한 표가 모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재자신고 현장에서는 '유학생도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스에서 만난 신연순(23·경영)씨는 지난해 대선 당시 중국 유학 길에 올라 투표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신씨는 "중국서 부재자 신고를 할 수 있었다면, 반드시 투표를 했을 것"이라며 "당시 주변 친구들 20여명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 김경목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