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오후 5시. 민주노동당 사하을 강한규 후보는 이날 부산 사하구를 방문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항의서한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다대관광호텔 앞에 왔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지시를 받았다며 강 후보가 다대관광호텔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밝히고 막아섰다. 강한규 후보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막느냐"고 묻자 경찰측에서는 "경호실과 사전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경찰측이 "후보님이 이해를 하시고 돌아가시라"고 말하자 강 후보는 "나는 아직도 YS 때문에 복직을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 국회의원 후보에 출마했는데 김 전 대통령은 공무원에 해당하는 자이면서도 어떻게 선거중립을 지키지 않고 이렇게 사하구에 와 무소속 박종웅 후보를 지지하느냐”라며 강도 높게 말했다. 그리고 "난 부산지역의 노동자를 대표해서 이렇게 왔는데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다니 너무한다"고 아쉬워했다.
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해서 당당하게 그 입장을 김 전 대통령에게 항의서한으로 전달하러 왔기 때문에 경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 못 만나게 하면 김 전 대통령 비서관이라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측은 "그 문제는 지금 김 전 대통령측과 협의 중이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고 30분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한편 이 자리에 무소속 박종웅 후보의 비서관이 나와 "강 후보는 이미 언론을 통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서한을 발표했다"며 "그것 또한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뭐하는 행동이냐며”며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오후 5시 47분. 강 후보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다대관광호텔 건너편 도로로 자리를 옮겨 확성기를 들고 호텔 쪽을 향해 항의서한 전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강 후보는 서한을 낭독하기 전 김 전 대통령에게 "직접 만나서 노동정책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거부당했다"며 강한 어조로 항의문을 낭독했다.
강 후보는 끝까지 항의서한을 낭독한 후 당원들과 함께 후보선거사무소로 돌아갔다.
선거사무소에서 강 후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명백하게 무소속 박종웅 후보를 지지하러 왔다"며 "아무리 현직이 아닌 전직 대통령이라도 대통령 예우를 받고 입는 입장인 만큼 정치적 중립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