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도 울산은 매우 역동적인 도시다. 한국 조선 산업의 1번지이자 자동차 산업의 총본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도시는 하지만, 그동안 '문화의 불모지'라는 달갑지 않은 말을 들을 때도 많았다.
이런 울산의 한 재즈바에서는 매일 밤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흐른다. 아직도 개발이 진행 중인 남구 삼산동의 외딴 건물에 자리잡고 있는 재즈바 비밥(Bebop)이 바로 그곳. 지난 2002년 3월에 문을 연 비밥에서는 매일 밤 8시 반부터 30분씩 모두 세번, 재즈 공연이 벌어진다.
비밥에서 재즈를 연주하는 팀은 '베이직 앙상블'이다. 드럼 이향, 기타 김진식, 색소폰 황태룡으로 이루어진 베이직 앙상블은 재즈바 비밥의 공동 주인이자 산업수도 울산에 매일 밤 감미로운 재즈 선율을 선사하는 주인공들이다.
드러머 이향은 한국 대중문화의 시원이라고 불리는 미8군 무대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환갑을 훨씬 넘긴 그의 음악 인생은 올해로 40년이 넘었다.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1세대 드러머이자 매력적인 음색의 보컬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비밥을 찾는 관객들에게 40년 외길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든 그만의 음악을 아낌없이 들려주고 있다.
김진식은 섬세한 테크닉을 가진 기타리스트다. 그의 손에서 연주되는 기타는 재즈, 포크, 플라멩고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베이직 트리오에서도 드럼, 색소폰, 피아노와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도 기타만의 독특한 음색을 유감없이 연주해 낸다.
황태룡은 10여가지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한다. 베이직 앙상블에서는 주로 피아노와 색소폰을 연주하지만 클라리넷, 오보에, 플루트 등의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에 생동감을 더한다. 한국 재즈 보컬을 대표하는 '윤희정 밴드'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연주하고 있다.
베이직 앙상블이 재즈 연주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정통 재즈란 것이 아직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1시간 반 남짓의 공연 동안 재즈와 함께 팝, 가요,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고루 연주한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사실이 이들의 음악적 역량이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장르와 스타일을 막론하고 이들은 나름대로의 편곡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밤 재즈바 비밥을 찾아가면 베이직 앙상블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뽕짝을 연주했을 때 박수를 더 많이 치더라"는 이들의 말처럼 굳이 열광적인 재즈 애호가가 아니어도 좋다. 삶의 대부분을 음악에 바친 사람들이 연주하는 감미로운 재즈 선율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어느 날 저녁 한때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울 수 있다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