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절필을 했으면 했지 적당히 타협하면서 쓸 생각 없다."
도올 김용옥씨가 편향성을 이유로 고정칼럼 게재를 거부한 <문화일보>에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김씨는 29일 오후 서울 중앙대학교 아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실릴 예정이었던 칼럼 '도올고성' 6회분이 문화일보에 의해 일방적으로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 뒤 <오마이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탄핵정국과 노무현 대통령 및 헌법재판소의 탄핵판결, 촛불행사, '조중동'의 여론호도 등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우선 김씨는 국민의 70% 이상이 탄핵에 반대하는 것을 바탕으로 "국민의 양심적 목소리가 이 시대 최상위 법"이자 "어떤 방식으로든 탄핵철회가 되는 게 정당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사상가로서 목숨을 걸고 하는 말임을 전제로 "법조문 해석으로 우리 역사의 진로가 결정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기다려라, 그것도 9명의 재판관 중 그들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6명만 찬성하면 결정된다는 사태가 근원적 난센스이자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형국을 '체제 내부의 (민주주의) 투쟁'으로 규정하고 양심있는 체제 내 인사들의 참여를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차원에서 시국선언 등을 통해 대학교수들이 대대적으로 일어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양심있는 대학교수들의 대대적인 참여를 촉구한다"
대규모 주말 촛불행사에 개인 자격으로 직접 참여했다는 김씨는 "매우 질서있고 자발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대통령과 보수언론의 지나친 갈등과 관련, '조중동'에 비친 대통령의 모습은 실제와 많이 다르다"며 "'조중동'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두 번에 걸쳐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던 그는 "노무현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 정서는 거의 '조중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은 100% 틀림없다"면서 "그동안 명망가 지배와 엘리트라든가 돈많은 사람 등 기존의 지배구조에 너무 신물이 나니까 촌놈, 아웃사이더를 뽑은 것이다, 그런데 아웃사이더를 뽑고 나서 인사이더의 명망과 덕성을 요구한다는 게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교육개혁과 문화개혁을 꼽고 이를 위해 정치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치개혁은 민생안정의 첩경"이라며 '정치개혁이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는다'는 일부 언론이나 야당 등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국민들이 이같은 인식을 깨닫도록 적극 발언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뒤 자신의 입을 막으려는 그 어떤 정치적 압력도 허사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 | <문화>, "시간갖고 논의하길 바랐다" | | | 이병규 신임사장 "'형평성' 의견 있었다" | | | | 김용옥씨로부터 이번 칼럼중단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은 "편집국의 결정 사항"임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29일 밤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오기 전에도 편집국에서 도올 선생 글을 고쳐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도올 선생 칼럼에 대한 편집국내 의견차가 원인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양측의 입장을 공정하게 다뤄야 하는 형평성 차원에서 이번 칼럼이 신문에 전재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게 편집국의 판단인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장은 "도올 선생이 찾아와서 항의해서 알았다"면서 "시간을 갖고 편집국과 상의한 뒤 검토해달라는 제안을 도올 선생이 거절하고 나갔다"고 해명했다. 또 "편집국 결정을 사장이 논의 없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일보 편집국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김씨 기사나 칼럼에 대한 편집국내 이견이 있었으며 그게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기자들은 "내부 기자도 아닌 프리랜서 형태의 김씨가 지면배치 등 편집국장의 권한을 넘어서 항의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 측면도 있다"는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문화일보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 10일 김종호 부국장을 편집국장 직대로 발령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 사장은 92년 대선 당시 통일국민당 대표최고위원 특별보좌역을 역임했고, 94년 문화일보 부사장을 잠시 맡기도 했다. / 신미희 기자 | | | | |
- 오늘 '도올고성'이 중단되게 된 사태를 설명해달라.
"2002년 12월 문화일보에 기자로 입사한 뒤 지금까지 원고지 3000매 분량의 기사를 썼는데 한 글자도 고쳐달라는 요구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주 게재한 칼럼에 대해 몇 구절을 고쳐달라고 해서 논의한 뒤 수정했다. 그런 일도 처음이고 해서 뭔가 다른 분위기를 감지하긴 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 10시30분쯤 당일 칼럼을 실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 문화일보에서 게재불가로 내세운 이유는.
"편집국장이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보도를 하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수정 등 어떤 타협도 제시하지 않은 채 싣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게재불가 결정은 편집국장단 회의에서 된 것이라고 들었다. 편집국장은 '당신 글은 뭔가 치우쳐 있는 거 같다, 그동안 도올고성을 통해 '젊은이들이여 거리로 나가라' 는 등의 주장을 했는데 회사에 스트레스 주는 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 사장과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가.
"그동안 내 글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었던 게 아닌데, 안하던 얘기를 하니까 편집국장과 할 얘기가 아니다 싶어 사장실로 올라갔다. 오전 11시 마감을 15분 남겨놓고 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사장에게 '이 글을 내지 말라는 것은 문화일보를 그만 두라는 얘기다, 절필을 하면 했지 적당히 타협하면서 쓸 생각 없다'고 말했다. 사장은 모르는 일이라며 칼럼을 읽더니 '국장단 결정을 다시 지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또 자신은 편집국장단 회의에서 '치우치지 않는 공정보도를 해달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임 사장의 판단인 듯...<문화> "시간 갖고 검토하길 바랐다"
- 그럼 최종 결정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사장에게 동기유발 책임을 물었다. 또 설사 치우친다 하더라도 골고루 싣는 게 치우치지 않는 것인지 개별 문장이 어찌 치우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백화점 운영식으로 지적 산업을 생각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했다. 세간에서 치우친다고 얘기하는 조선일보 같은 경우도 엄청난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밀고 나가니 장사가 되는 것 아닌가. 사장에게 '11시 이전에 결단을 내려서 토론한 뒤 칼럼을 내기로 한다면 문화일보에 있을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모든 관계는 끝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화일보를 나왔다."
- 문제가 된 칼럼이 치우쳤다면 특정 정당을 말하는 것인가.
"법철학을 공부한 사상가로서 우리 헌법의 근원적인 문제를 말한 것으로 특정 정파에 치우친 게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모든 글이 다 치우쳤었지, 안 치우친 글이 어디 있느냐. 그러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 편을 든 게 절대 아니다."
- 다른 지면이 마련되면 계속 글을 쓸 생각인가.
"나는 정치적인 사람도 아니고 이걸 투쟁으로 생각해서 다른 데 가서 글쓰고 할 생각이 없다. 총선 전에 다시 글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할 것이다. 구차스럽게 그런 기회를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 "
직접 가본 촛불행사 "아름답고 질서 있었다"
- MBC 도올 특강은 계속 방영되는가.
"지난 방송 때문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는데 MBC와 아름다운 합의를 봤다. 그래서 가위질하면 더 안 한다고 했는데 합리적으로 편집이 이뤄지도록 도와줬고 만족스럽게 나갔다. MBC 담당 PD도 정치적 발언만 안 하면 행복해 한다. 문화일보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강하게 다뤘는데 그걸 못하게 됐기 때문에 MBC에서 말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그러면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MBC와의 합의를 먼저 깨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MBC는 전혀 하자가 없다."
- 최근 탄핵정국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냈는데.
"직접적인 목소리라기보다 사상사적 맥락에서 분석을 한 것이다. 조선사상사를 강의하면서 실학문제도 그렇지만 오늘을 과거 역사와 단절해서 얘기할 수 없다고 본다. 오늘날 벌어진 일까지도 사상사의 일부로서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 야당 등에서 이를 '국민을 선동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자판을 쳐본 적도 없고,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반응을 잘 모르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쪽에서 (절필을) 상당히 행복해할 것 같다. 추미애와 박근혜씨 등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필연적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어필하는 정치인이 돼야지, 거꾸로 돌리고 보수세력에 어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너무 불행하다. 보수적 입장이라도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 그래도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는 게 쉽지는 않을 터인데.
"내 입을 막게 하려는 것은 상당히 허무한 시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도 사상가 입을 막아서는 곤란하다. 이들이 MBC에 압력을 안 줬으면 좋겠다. 내가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또 나로 인해서 표가 깎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다. 내가 얘기하는 것은 시대를 살아온 하나의 진리로서 수 천년을 내려온 사상과 전통이지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니다. 나같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의식을 일깨우는 발언을 계속하고 싶다. "
- 광화문 촛불행사에 나간 본 적 있는가.
"촛불행사에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조사에서 '윤도현 밴드'와 내가 나왔다고 들었다.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섭외하려고 엄청난 전화가 왔다. 정말 역사에 내 목을 걸어야 하는 결단의 시기면 나설 수 있지만 사상가는 경박하게 투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나가지 않았다. 사상가의 글 자체가 목숨을 걸고 쓰는 것이니까 거리에서 뛰는 그 이상의 위험을 느끼면서 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촛불집회에 (주말마다) 나가봤다. 굉장히 잘 했다. 질서 있고 아름답고 자발적이고 정말 잘 하더라."
- 사람들이 얼굴을 많이 알아봤을 텐데.
"얼굴을 가리고 갔다(웃음). 감기 걸린 사람처럼 마스크로 가렸다."
탄핵철회 정당한 수순...헌법해석으로 결정될 문제 아니다
- 탄핵철회를 촉구하는 국민의 요구가 높은 가운데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자는 주장도 있다.
"지금 몇몇 재판관의 (탄핵소추에 대한) 법조문 해석으로 우리 역사발전의 귀추가 판결된다는 자체가 상당히 서글픈 사태이다. 이런 결과를 보려고 그간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운 게 아니다. 우리 역사의 모든 문제가 걸린 탄핵이라는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판결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근원적으로 (탄핵이) 무산됨으로써 법관과 정계의 부담을 더는 게 정당한 수순이다. 이에 따라 고려대나 서울대 등 대학교수들이 시국성명 등 대대적으로 일어설 것을 촉구한다."
- 그럼 헌재의 탄핵심판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는가.
"법조문 해석으로 절대 될 수 없다. 그런 헌법 해석으로 우리 역사의 진로가 결정될 수 없다. 사상가로서 목숨을 걸고 할 수 있는 말이다. 헌법 해석에 의해서 탄핵정국 자체가 결정된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법에 대한 인식이 근원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호오(好惡)나 지지 정당 입장과 무관하게 국민의 70% 이상이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국민들의 목소리, 양심의 소리야말로 이 시대 최상위 법이다. 그같은 자연법이 없으면 실정법 의미도 없다. 따라서 오늘날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기다려라, 그것도 9명의 재판관 중 그들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6명만 찬성하면 결정된다는 사태가 근원적 난센스이자 위헌이다. 우리 역사가 이렇게 진행돼서는 안 된다."
- 일부 언론을 비롯해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영국의 불문헌법 전통에서는 사상가나 신문 사설까지도 헌법 속에 들어간다. 법이라는 것이 있다고 보는데 그것은 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생각이다. 법은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역사적 체험에서 나오질 못했다. 48년 7월 17일 몇몇 제헌의원이 일시적으로 만든 픽션일 뿐 역사투쟁의 산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헌법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헌법은 우리 삶의 부분이 아니고 명목적 헌법일 뿐이다. 이번 기회에 법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사람 몸이 크면 옷을 고치는 것처럼, 법은 지키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금은 체제내 투쟁...양심적 인사 현실참여 안하면 죄악
- 그동안 칼럼 등에서 '거리로 나서라' 등 여러 표현이 있었다. 문학적인 은유인가,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한 것인가.
"나는 철학자이면서 시인이기 때문에 내 글의 경우 시적 상징성이 강하다. 시적 표현이라는 자체가 사람들에게 행동력을 주니까 분리될 수는 없다. 과거에는 체제 밖에서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체제 안에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체제내 일보가 체제밖에서 만보를 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생각했다. 왜 나보고 체제 밖으로 안 나오느냐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체제내 성벽을 굳게 지켰다.
그러나 지금은 체제내부의 투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투쟁은 체제내 사람들이 해야 한다. 체제 안으로 모든 문제가 들어왔기 때문에 체제 내부에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나는 사상가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고 앞으로 이런 사상가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특히 사상가나 학문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사회적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사회적 현실에 과감히 참여해야만 한다. 이제 체제내 양심적 인사들이 이같은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범죄이자 죄악이다."
- 앞으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150년이 남았다고 얘기해왔는데.
"그동안 민본사상은 많았지만 동학처럼 조선왕조의 신분질서를 근원적으로 부정하고 타파하는 사상은 없었다. 그래서 동학혁명으로부터 150년을 잡았다. 지금 탄핵정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의 경우 지도자들은 일정한 자격을 가진 명망가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근원적인 엘리트주의적인 구조 속에서 이같은 신분구조를 완전히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겨우 정리가 되는 시점이 요즘 혁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게 정리되면 민권이 보장되고 신분적 질서의 지배 아래 있던 학문·예술의 발전이 시작된다. 거시적으로 보면 정치개혁 뒤 교육혁명과 문화혁명이 이뤄져야 한다."
노무현은 최소한 '정직한' 사람...정치개혁이 민생안정과 부국강병의 첩경
- 두 번에 걸쳐 노무현 대통령을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언론에 비친 '노무현'과 직접 본 '노무현'은 차이가 있는가.
"물론 크다. 노무현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 정서는 거의 '조중동'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은 100% 틀림없다.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보면, 우리 역사가 그동안 명망가 지배와 엘리트라든가 돈많은 사람 등 기존의 지배구조에 너무 신물이 나니까 촌놈, 아웃사이더를 뽑은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아웃사이더를 뽑고 나서 인사이더의 명망과 덕성을 요구한다는 게 모순이다. 촌놈을 뽑아놓고 도시의 가장 세련된 모습이 돼달라, 누가 하루 아침에 그걸 해낼 수 있는가. 그 인간 자체로써 가치 있게 봐야 한다. 그 사람은 기존의 지배구조가 싫어한다는데 첫 번째 가치가 있다. 내가 본 노무현은 최소한 '정직한' 사람이다."
- 노무현 대통령을 이해하는데 되레 언론이 도움이 안된다고 보는가.
"도움이 안되고 방해가 된다. 나 같은 사람은 10년 전만 해도 괴짜나 변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꾸준히 언론과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서 나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10여년간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그런 기회가 없었다, 노무현이란 인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지금부터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선진국이면 아량이 있어야 한다. 개인으로 야단칠 것이면 개인으로 데려다 놓고 매너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지도자로 뽑아놓고 그런 사소한 문제를 갖고 대통령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어버리는, 국가의 유고사태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국민 대의를 한다는 사람들이 하고 있으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정계와 국민의 대통령 인식에 차이가 있는가.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정객들에게는 위험하고 불쾌하고 기분 나쁜 사람이 될 지 몰라도 국민들에게는 그렇게 나쁜 짓 한 게 없다고 본다. 일례로 누구든 대통령이 되고 나서 1년 안에 기업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돈을 안 거둬들인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최소한 그런 짓을 안 했다고 기자들 사회에서 얘기가 되더라. 전혀 없었다고. 그래서 기업들이 불안해한다고 하는데…."
- 탄핵정국까지 오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에서 최선을 다했겠지만 자기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크게 안했던 것 같다. 지난 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된 게 원죄'라고 말하던데 상당히 뼈있는 표현이다. 대통령은 대통령 되고 나서 생각한 게 딱 하나 있다고 하더라. 바로 정치개혁이다. 그것도 대단한 구상이 있어서가 아니고 지역구도 타파에서 출발하겠다는 정도였다. 지역구도를 깨서 깨끗한 정치하고 자기처럼 왕따당한 정치인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검사를 홍위병으로 만들어서 오늘까지 온 것으로 보고 '정치 고단수'라고 하는데 아주 단순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결과를 만든 셈이다. 단수 높은 정객의 요구에 의해 밀리다보니까 벼랑 끝에 몰리고, 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정직하게 되받으니까 그 사람들이 당하게 된 꼴이다. 밀어도 적당히 밀었어야지 너무 밀었다. 쥐도 몰리면 고양이한테 덤빈다는데…."
- 사상가로서 오늘날 대통령의 리더십을 얘기한다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가장 큰 목표는 교육개혁이라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 행정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하지만 입법, 사법권력은 아직 도전받지 않고 있다.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일단 도전을 받아 새롭게 물갈이돼야 하고 새로운 정의, 가치기준이 서야 한다. 또 그 기간을 빨리 단축시켜야 한다. 대중들이 현재 진보세력에 대해 갖는 우려 중 하나가 '부국강병과 관련 없는 정치개혁만 해서 민생안정을 깽판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부국강병임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정치개혁이 국민이 바라는 민생회복의 첩경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말이다. 일부 언론이 정치개혁을 하면 민생안정을 해친다고 호도하는데 그렇지 않다. 모든 정치개혁의 목표는 기업들이 차떼기로 상납하지 않고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이익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돈 벌면 자주국방을 하고 자주적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로서 각필하겠지만 총선 때까지 국민들이 알아서 국민들 마음속에 있는 사단(四端·사람의 본성에서 나오는 마음씨)에 의해서 총선이 치러지길 바랄 뿐이다."
| | "내가 누린 자유를 기자들이 누렸으면..." | | | 도올이 본 기자사회..."바른 리더십만 있으면 상식있는 사람들" | | | |
| | ▲ 지난해 6월 15일 쇄신연대가 주최한 한나라당 대표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문화일보 도올 김용옥 기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도올 김용옥씨는 지난 2002년 12월에 문화일보에 기자로 입사, 약 9개월의 평기자 생활을 지냈다. 당시 김정국 문화일보 사장의 권유를 받고 늦은 나이에 언론계에 입문,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씨는 "문화일보 부수가 20만부 늘어날 때까지 결코 기자직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지난 해 8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 사건 이후 돌연 사표를 제출했고, 올해 MBC '도올특강'으로 방송에 복귀했다. 또 2월 23일부터 약 5매 분량의 고정칼럼 '도올고성'을 문화일보에 매주 월요일마다 게재해왔다.
짧은 기간이지만 언론계 내부에 직접 들어와 느낀 소감은 어떨까. 그는 먼저 "문화일보와 기자들이 너무 잘해줘서 행복했다"며 "바른 리더십만 있으면 모든 기자들이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으로 한국 기자사회를 평했다. 또 그는 기자집단을 가리켜 "상당히 깨어 있는 사회"이자 "학문에 몰입돼서 세상을 모르는 사람들보다 훨씬 21세기적인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평과 달리 현재 언론, 특히 종이신문에 대한 신뢰도 등 만족도가 낮은 이유를 묻자 그는 "그간 내가 누린 것과 같은 자유를 기자들이 누렸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기존 저널리즘 틀에 구애없이 내 스타일로 했고 그런 의미에서 너무 행복했다는 말밖에 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자들은 국민들이 진짜 알고 싶어하는 깊이 있는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선 기자들이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더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점은 "정말 이같은(칼럼중단) 지침이 일절 없어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특히 그동안 기자로서 본인이 누린 엄청난 자유와 대중과의 만남의 채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신문사에서는 기사를 30매 아니면 3매로 쓰라고 한다, 스트레이트가 아니면 정말 깊이 있는 기사를 써야 장사가 된다는 얘기"라며 "나는 30매를 하다가 3매로 갔는데 이제 짤린 것"이라는 비유로 신문기자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보다 앞서 2003년 8월 14일자에 쓴 '기자생활을 마감하면서'를 통해 "도올의 사표가 정몽헌 충격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우리 시대의 한 지성의 결단을 너무도 협애하게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기자생활을 마감하는 것은 기자로서의 나의 담론의 생산을 허무하게 만드는 시대상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사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 신미희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