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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타워팰리스앞에서 열린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 발족기자회견'.
30일 오전 타워팰리스앞에서 열린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 발족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권우성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극도의 빈곤층이 급증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빈곤 때문에 자살을 택했고, 현재도 이른바 '사회적 살인'은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오전 11시,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가여운 넋'들을 달래는 추모제가 열렸다. 장소는 부의 상징이랄 수 있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에서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빈곤 해결을 위한 사회연대(빈곤사회연대) 준비위원회' 유의선 사무국장은 "타워팰리스 주민들에게 나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빈부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전국빈민연합, 주거연합, 민주노동당 등 29개 단체로 구성된 빈곤사회연대(준) 발족 기자회견을 겸하는 자리였다.

빈곤사회연대(준)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자 5%가 부동산 50%를 소유하는 등 부가 지나치게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은 빈부격차를 방치하는 수준"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빈곤사회연대(준)는 이 자리에서 ▲ 최저생계비 현실화 ▲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혁 ▲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기본주거 보장 ▲ 사회복지서비스 확대 ▲ 사회복지 재원 대폭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장애인, 노점상을 포함한 30여명의 사람들이 참가했는데, 이들은 '주거급여 인상' '사회복지 예산 확충' '빈곤해결' 등의 다양한 요구를 적어놓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 피켓에 원 모양의 구멍을 내 목에 걸거나 푸대자루에 글씨를 써 입기도 했다.

"부자 5%가 부동산 50%... 참여정부가 빈부격차 방치한다"

'빈곤해결' 피켓 아래에는 불길 모양의 종이가 붙어있었다. 최근 전기료를 못내 단전단수가 된 장애인 가족이 촛불만 켜고 잠을 자다가 죽은 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들 참가자들은 직접 빈곤으로 인한 죽음을 나타내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상징의식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음악에 '높은 사교육비' '쥐꼬리만한 임금' '낮은 최저생계비' '신자유주의 정책' 등 빈곤을 유지시키는 원인을 적은 검은 상자를 쌓아올렸다. 그리고는 휠체어 장애인을 선두로 함께 상자를 무너뜨리고 밟았다.

추모의 뜻을 나타내는 검은 풍선이 하늘을 날았고, 국화를 든 춤꾼이 살풀이춤을 추었다. 3월 20일로 2주기를 맞은 장애열사 최옥란씨 분향소에는 국화를 바치는 참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거의 바깥에 나와있지 않았다. 길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몇몇 주민들도 기자가 다가가자 단지 안으로 들어갔고, 경비원들이 더 이상의 접근을 막았다.

인근에서 통닭구이, 호떡 등의 노점상을 하고 있다는 유순종(63)씨는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이 노점상에 대해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고 행정당국에 신고한 적도 많다. 주변 환경 더럽히지 않고 질서지키며 할 테니 도와달라고 했더니 요즘은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씨는 "매일 5만원은 벌어야 먹고살 수 있다"며 "날 풀리면 단속이 심해질텐데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낮은 최저생계비' '전월세 폭등' '쥐꼬리만한 임금' '과다한 의료비' 등이 적힌 박스를 부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낮은 최저생계비' '전월세 폭등' '쥐꼬리만한 임금' '과다한 의료비' 등이 적힌 박스를 부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빈곤 때문에 세상을 떠난 넋들을 달래는 살풀이춤이 펼쳐지고 있다.
빈곤 때문에 세상을 떠난 넋들을 달래는 살풀이춤이 펼쳐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예산확보 없는 공약은 립서비스"

이날 빈곤사회연대는 발족선언과 함께 빈곤해결을 위한 주요 요구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중소도시 4인가구 기준의 현재 최저생계비를 가구유형별로 현실화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비의 부양의무자 기준 및 조건부수급을 폐지해야 한다. 공익형 저렴주택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영유아보육, 노인 무료요양시설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확충하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빈곤사회연대(준)의 주장이다. 빈곤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정부가 "재원이 없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빈곤사회연대(준)은 직접세 확대, 국방비의 사회복지예산 전환 등을 통해 사회복지예산을 20% 증액하자고 제안했다.

박경석 빈곤사회연대(준) 공동대표는 총선을 앞둔 각 당 장애인 공약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비례대표 1번을 장애여성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예산 확보대안이 없어 상징으로 그칠 수 있다. 장애인들이 6일째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중인데 열린우리당은 면담조차 안 해주더라"며 선심성 '립서비스'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빈곤사회연대(준)은 이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맞춰 기획예산처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회복지예산 확충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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