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4년 3월 광화문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산수유
2004년 3월 광화문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산수유 ⓒ 한준명
아주 가볍거나 즐거운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전국의 경찰서며 소방서에서는 거짓 신고 전화로 인해 골머리를 앓게 되는 때도 이 때라고 합니다. 만우절에 어떤 대형 건물이나 공항 같은 곳에 폭탄을 설치해 놓았다는 전화가 온다면 이걸 믿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이 날 집중적으로 일어난다고 하니 골칫거리일 수도 있겠네요.

만우절은 서양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옛날 프랑스에서는 4월 1일이 새해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을 1564년 프랑스 왕 찰스 9세가 당시 교황청에서 새로 지정한 그레고리우스력을 따르기 위해 1월 1일을 새해로 정한 것이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4월 1일의 새해를 고집했습니다.

그러자 1월 1일을 새해를 따르는 사람들은 4월 1일이 되면 가짜 선물을 보내거나 거짓으로 새해 초대를 하면서 그들을 바보라고 놀렸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4월 1일에 거짓말하는 풍속이 전해지게 되었다는 거죠.

그러나 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겨울 내내 황량한 산과 들판, 회색 도심의 콘크리트 숲이나 아스팔트만을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봄은 참 신비로운 계절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그 많은 푸르름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제 몸을 드러내는 것일까. 저렇게 마른 가지 어느 곳에 그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깔들이 숨겨져 있다가 일순간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일까. 자연의 새살 오르는 모습의 경이로움이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즈음에 일상에 파묻혀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무심히 지나쳐 갔던 것들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기 마련이겠죠. 정신없이 거리를 걷다가 혹은 운전을 하다가, 아니면 버스 안에서 창밖을 우연히 바라보다가 문득 지천에 흐드러져 있는 개나리, 진달래의 모습을 볼 때의 경이로움, 꽃망울을 뚝뚝 떨구고 있는 목련의 비명 횡사, 이제 막 화들짝 피어날 것이 틀림없는 벚꽃의 기지개는 정말 거짓말 같은 광경이 아닐까요. 그래서 4월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가히 '혁명적'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올 4월이 또 그러한 것처럼.

용쓴다 잔디 새싹
용쓴다 잔디 새싹 ⓒ 한준명
혹시 이런 사람들을 위해‘만우절’이 필요한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기 안에 묻혀 정신없이 살아가지만 말고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이 거짓말 같은 사태들을 한번 쳐다보라고, 그리고 자기 눈을 의심해 보라고. 그래서 이‘잔인할 만큼 아름다운’4월을 거짓말로 시작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창 밖을 바라보세요. 지금이 한낮이라면 이 놀라운 풍경이 창문을 타고 쳐들어올 겁니다. 만약 늦은 밤이라면 멀리서 꽃들이 와르르 기지개 켜는 소리라도 들릴 겁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이건 정말입니다. 이건 정말 정말이라니까요.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23년차 국어교사.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