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성상품화 시키는 미인대회가 15~17세의 소녀들에게까지 번져 여성계, 교육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여성의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서울시가 운현궁에서 15~17세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왕비 간택 의식 재현행사’를 개최하는 데 대해 지난 3월 22일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전통문화행사의 재현이라는 미명하에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 없이, 그에 편승하려는 한심하기 이를데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3월 10일 ‘왕비 간택 의식’을 재현해 운현궁이 명실상부한 궁중문화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4월과 10월에 있을 ‘고종·명성황후 가례의식’에 참여할 명성황후 배역을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여성의전화 등은 왕비 간택 행사 신청서가 키, 몸무게를 기입하도록 되어 있고 사진을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는 등 선정 기준이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택 기준 또한 걸음걸이, 절하는 법, 음식 먹는 법, 차 마시는 법 등으로 정해 성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 고정관념 등 외모지상주의 부채질”
서울여성의전화 송란희 활동가는 “조선시대 국모의 역할을 하는 왕비가 단순히 외모와 밥 먹는 법 등으로 뽑혔을 리도 만무한데다, 21세기에 이런 기준으로 왕비를 선발한다는 건 성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여성 리더십을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행사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안티미스코리아를 기획하는 이프토피아 박진창아씨도 “왕비 간택은 성 상품화를 역사적인 문화상품 개발로 세련되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인대회의 폐해는 사람들마다 지닌 다양한 아름다움을 일방적인 관점으로 재단하는 것”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외모지상주의를 강화하는 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과 특산물 홍보를 내세워 각종 변종 미인대회를 양산하는데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시민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지난 2001년부터 2002년 사이 지자체들이 67회에 걸쳐 약 12억원을 각종 미인대회에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미인대회에 지원되는 예산을 축소, 또는 폐지하라고 비난해왔다. 인천지역의 경우 예산 지원이 폐지되면서 이를 주관하던 인천일보가 미인대회를 중단하기도 했다.
또 한국일보가 진행하는 미스코리아대회의 공중파 텔레비전 중계가 2002년부터 중단되고 수영복 심사를 비공개로 하는 등 미인대회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표적인 미인대회가 축소되는 추세여서 서울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