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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수호신 역활은 당산나무만 하는 건 아니다, 당산 바위도 한다.
마을의 수호신 역활은 당산나무만 하는 건 아니다, 당산 바위도 한다. ⓒ 이용찬

산외면 원정마을의 당산제에서는 마을의 풍년과 소원성취를 위해 당산마을 앞에 뱀집을 지어 새끼줄로 태어난 청룡이 마을에 남아 이무기가 되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된다.

상교동 진산마을의 당산제는 진산마을을 지키는 할아버지 당산과 할머니 당산, 그리고 아들 당산에 세 개의 새끼줄로 태어난 용을 감아 마을을 지키게 한다.

입암 대흥리의 청룡은 달맞이 달집과 함께 보름날 저녁에 타올라 한해동안 마을을 지키는 무형의 당산으로 남는 등 지역마다 다양하게 올려진다.

마을마다 오랜 기간 동안 전해 내려오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그 맥이 끊겼다가 최근에 다시금 새로운 세시 문화로 부활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세시문화의 부활이 마을마다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나서야 부활된다는 것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을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인이 이를 종교적 측면으로 보아, 일종의 문화의 부활로 봐야 한다는 견해와 부딪쳐 심한 갈등을 야기하여 결국 마을 단위의 이런 세시문화가 돌아오지 못하는 곳도 아직은 많다.

당산제의 의미 속에는 장승과 솟대처럼 우리를 지키는 수호신에 대한 경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종교적 기원의 의미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세시 문화를 미신이나 무속으로 보아 이를 부정하는 시각 속에는 우리를 지배하려 했던 침략 민족의 정신문화적 세뇌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당산제가 올려지면 동네어른들이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모습과 당산 앞에 절하는 모습들을 가끔은 볼 수 있다. 하지만 절하고 소원을 빈다고 해서 그것을 종교적 측면으로만 생각하여 배척할 필요는 없다. 농경민족이었던 우리 조상들의 삶의 문화였던 것이다.

당산제의 의미는 바로 우리의 조상들이 표현하고 갈망했던 문화를 재현해봄으로써 우리 가정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그리고 우리의 부모들이 자식들과 후손들을 위하여 갈망했던 마음을 재현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을 지키던 장승이 단군신화 속의 치우천황을 본뜬 것이라 한다면, 솟대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새가 앉은 장대를 말한다.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정신을 말살하려 했던 오랑캐나 왜구의 황폐한 잔재가 우리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세시풍속의 부활은 이런 가운데서도, 잠재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가 봄꽃 피듯이 마을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것이다.

이런 작은 꽃들의 열림은 아름다운 우리 문화의 계승인 동시에, 그것을 체험하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십시일반 작게작게 모아서 잃어버린 공동체의 향수를 되살리는 지속가능한 미풍양속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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