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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오달 420장애철폐투쟁기획단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승차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 김오달
열차 출발 시각이 다 되었지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기획단'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아직 타지 못했다.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아직 열차의 난간쪽에 있었고 계속 타려고 시도하고 있었지만 서울역 소속 송모 과장의 끌어내리라는 지시에 철도공안 전체가 달려들어 열차탑승용 휠체어 경사로를 치우기 시작했다.

아직 휠체어가 경사로와 열차 사이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열차 난간의 손잡이를 붙잡고 승차를 요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십여명의 철도공안이 달려들어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올라 있는 경사로를 치워버린 채 열차는 먼저 탑승한 이규식씨만을 태우고 출발했다. 20명 장애인의 승차요구에 2인 승차만을 허용한 철도청은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승차를 거부함으로써 2인 승차마저 차단한 것이다.

돈을 내고도 고속철을 타지 못한 오늘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애초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기획단' 소속 20명의 장애인들은 50% 할인된 단체표를 구입하고 승차를 시도했다. 열차를 타러가는 것이기에 따로 집회신고도 하지 않았고, 말 그대로 열차를 타겠다는 것이었을 뿐이다.

20명의 장애인이 개표구로 다가가자 서울역의 송모 과장이 다가와 검표를 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승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손에 들려 있는 표는 50% 할인된 가격의 20인용 단체표.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일반인석에 탑승하겠다고 외쳤지만 철도청 직원은 장애인들의 개표를 거부했다.

결국 박경석 집행위원장과 송모 과장 사이에 2명만 탑승하기로 약속하고 박경석 집행위원장과 이규식씨가 경찰의 호위 속에 승차장으로 이동했다.

이규식씨의 전동휠체어가 좁은 경사로와 통로를 힘겹게 탑승하고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휠체어 탑승이 시작됐지만, 전동이 아닌 수동휠체어라 탑승이 힘겨운데다 취재를 위해 몰려든 기자들이 먼저 탑승해 승차가 더욱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시간은 흘러 고속철의 출발 시간이 되어 위험천만하게 경사로 위에 걸쳐 있는 박경석 집행위원장을 철도공안이 강제로 끌어내리게 되고 열차는 이규식씨와 취재진을 태운 채 출발해 버렸다.

보조석까지 합쳐 1천석에 가까운 좌석 중에 장애인석은 단 2석. 철도청 관계자는 기존 철도의 이용률을 보았을 때 2석이면 충분하다고 보며, 이용률이 늘어나게 되면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장애인은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다양하며 이들 장애인들은 일반좌석을 이용하게 되며 장애인석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은 셋이 어울려 고속철을 타고 놀러가지도 못한다는 말. 전체 인구대비 10%가 장애인인 현실과 '버스와 고속철 등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외침을 외면하기엔 현실이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기획단'은 2일 오후 1시 30분에 다시 고속철 승차를 할 예정이며, 2일에도 승차를 거부당할 때엔 성공할 때까지 승차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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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연구자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면서, 동네문화기획자로도 활동중입니다. 튀르키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안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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