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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집회에서 사회를 보는 송만기씨 모습.
3월 21일 집회에서 사회를 보는 송만기씨 모습. ⓒ MBC 화면
지난 3월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극우단체 집회장에서 나온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 욕설장면 편집 논란과 관련, MBC가 원본필름 전면공개를 통해 정면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하 <사실은...>) 제작진은 1일 오후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MBC가 찍은 욕설 관련한 원본을 편집없이 방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방송은 당시 사회자였던 송만기씨가 욕설을 했다고 비판받았던 대목이다. MBC는 해당 부분을 2일자 방송(밤 11시15분)을 통해 내보낼 계획인데 6분 가량의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은...>은 있는 그대로 밝히는 프로그램"

<사실은...> 관련 분량은 5분58초

MBC <사실은...>이 2일자 방송분에서 내보낼 송만기씨 발언은 모두 5분58초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은...> 제작진은 1일 오후 원본 추가공개를 결정하고, 밤늦게 해당 필름을 측정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사실은...> 제작진은 2일 오전 9시30분께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원본공개를 결정하고 3월 21일 해당 집회분량을 살펴본 결과 7분 정도 됐으나 나중에 송만기씨 발언만 따로 확인해보니 5분58초였다"고 설명했다. / 신미희 기자
김현주 <사실은...> 부장은 1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애초 <사실은...>이 '광장은 시민의 품으로'에서 조명하려고 했던 것은 참여민주주의 공간으로서 '광장'의 문제이다"며 "송만기씨 발언 자체를 문제삼은 것도 아니고 집회현장의 분위기를 살리는 배경으로 30초 정도 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송씨 발언 앞뒤로 평가를 단 것도 아닌데 일부 언론들이 그 발언만 빼서 보도하는 탓에 오해가 생긴 듯하다"며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원본공개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실은...> 제작진 역시 "우리 프로그램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프로그램"이라며 "시청자들이 사건의 사실을 알기 위해서라면 '매질'이 가해지더라도 원본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게 있으면 언론의 양심에 따라 당연히 비판을 수용할 것이고 모든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또 제작진은 "송씨가 공개집회에서 얘기한 것이지만 보도로 인해 개인이 협박까지 받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제한 뒤 "편집을 통한 왜곡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일 비판이라면 겸허히 받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원본공개에 대해 "송씨도 동의했으며, 추가 공개로 인한 부담도 감수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송씨 "발언 취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원본 공개하자"

이번 파문의 당사자인 송씨도 원본 공개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 줄곧 MBC의 화면조작설을 제기해온 송씨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의도를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추가 공개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로 인해 추가로 피해를 입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재편집해서 방영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송씨는 3월 31일 MBC <사실은...>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상태이다. 송씨는 또 "명예회복 차원보다 진실을 밝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상국 대우건설 전 사장을 죽음으로 몰고간 게 명백한 진실이다,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특정인을 지칭해 비판하는 것은 언어적 살인"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대통령 탄핵지지에 절대 찬성한다는 자신의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권양숙씨 학력비하 및 욕설에 대해서는 "실제로 권씨를 무시한 발언이 아니다, 이런 표현을 쓰면 언어적 살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밤무대와 대중집회, 방송 등 용도별 표현이 각자 다르다"면서 "만약 공중파 방송을 통해 나가는 것이었다면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표현 수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송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남 전 사장을 비아냥거리는 것을 보고 매우 분노했다"며 "사람이 죽은 뒤 사과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탄핵지지 집회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도 직접 언어적 살인이 무엇인지 느껴보라고 말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극우단체들이 3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극우단체들이 3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조중동' MBC 편집조작설 강도높게 비판

한편,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최철 CBS 기자의 주장이 나오자 이를 대대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다음날 1일, 최 기자의 주장을 근거로 사설을 동시에 게재했다. <동아일보> 역시 1일자에서 '기자의 눈-'편집방송' 다른 뜻 없었나'를 통해 MBC <사실은...>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MBC는 진상을 밝혀라' 제하 사설에서 자사가 아닌 CBS 기자의 얘기를 들어 "'편집방송' 주장이 사실이라면 방송이 탄핵과 총선이 겹친 이 미묘한 정국에서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반응할 흥분된 소재를 골라 자의적으로 가위질해 시청자를 선동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단정했다.

또 조선일보는 "대통령 부인의 학력문제를 끄집어낸 것은 적절치 않은 행동이더라도 앞 뒤 맥락을 잘라버리고 "고등학교도 안나온 여자" 운운하는 보도와 현장의 실제발언은 누가 봐도 딴판이고 방송이 분명한 의도를 갖고 편집했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장필름 전모를 공개해 사실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일보도 '사실 왜곡한 짜깁기 방송'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편집방송을 질타하고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 편에 대한 방영을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오비이락의 오해를 받지 않도록 선거 이후로 (프로그램 방영을) 연기하는 게 옳다"고 강변했다.

취재기자들 "송씨 발언은 문제, 신중한 편집 유감"
상황묘사는 동일, 본질해석은 각각

송만기씨 발언이 문제가 됐던 3월 21일 집회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상황묘사에는 차이가 없지만 사건의 본질을 해석하는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곽수근 <조선일보> 기자는 "송씨의 일부 발언이 편집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곽 기자는 "송씨 발언 의도와 취지는 주관적이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으나 어쨌든 그런 자리에서 그렇게 말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송씨가 '남 전 사장이 노 대통령의 언어적 살인으로 죽었다'고 주장하면서 권양숙씨를 언급하고 '이렇게 얘기하면 권씨가 반발하지 않겠는가'라고 비유했다"고 전했다.

곽 기자는 권양숙씨 욕설과 관련, "송씨가 '욕하면 되겠는가'라며 청중을 만류한 뒤 청중속에서 욕이 계속 나오니까 무마한다고 '그래 ××년 맞아 맞아 박수' 등으로 되받아쳤다"고 말했다. 곽 기자는 MBC <사실은...> 방송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생각해 모자이크 처리 등을 했어야 하지 않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딴지일보 편집장 출신의 최내현 '미디어몹' 기자는 1일 그날 현장 분위기 전체를 정리한 글을 자사 사이트에 올렸다. 최 기자는 "MBC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전체 중에서 일부만 떼어다놓고 편집으로 장난을 쳤다고 말하지만, 나름대로 정확하게 방송했다"고 평했다. 최 기자는 "그 집회 분위기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공격적이었고 격앙돼 있었다"며 "국모 발언이 아니더라도 그런 분위기가 일관되게 유지됐다"고 묘사했다.

또 "송씨가 아무리 비유라지만 그걸 빙자해서 과도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 일방적으로 억울하다고만 주장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최 기자는 해당 방송으로 인한 송씨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최철 CBS 기자는 이보다 앞서 30일 인터넷판인 '노컷뉴스'에 "본질을 외면한 MBC의 편집방송이 네티즌들을 선동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그날 현장에 있던 기자 입장에선 얼떨떨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최 기자는 "송씨는 문제의 발언 이전에 비유라는 전제를 달았다"며 "MBC는 시청률을 위해 또 다른 언어적 살인을 자행하지 않았는지 곰곰히 되짚어볼 문제"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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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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