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비방하지 않는 말레이시아 총선
이런 면에서 지난 3월 21일 끝난 말레이시아의 총선은 신선한 느낌을 주는 선거였다.
지난 총선은 작년 10월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에 맞서며 23년간 집권했던 마하티르 수상이 자신은 새로운 세대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압둘라 부수상에게 정권을 넘기고 은퇴 후 처음 치러지는 총선이었다.
강력한 마하티르 수상의 그늘에 가린 온건한 이미지의 압둘라 부수상이 정권을 이어 받으면서 국정을 잘 이끌어 갈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난 선거는 신임 압둘라 수상의 지도력을 검증 받는 중요한 선거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선거에서 현재의 여당은 지방과 중앙의회 모두 약 64% 의 지지를 획득했다. 중앙의회는 219석 중 198석을, 지방의회는 504석 중 452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 수치는 지난 마하티르 수상 재임시 치른 1999년 총선의 57%보다 7%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이 먹혀 들지 않는 말레이시아
그러면 어떻게 약체정권이라는 평가를 받던 압둘라 수상이 이렇게 압승을 거둘 수 있었는가?
첫째 학자적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평범한 사람인 나는 선거를 축제로 만들고 국민들에게 국가의 비전을 잘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 또한 작은 야당이 문제 삼는 지엽적인 문제 보다는 국가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야당은 KEADILAN인데 이 당은 마하티르 수상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젊은 나이에 부수상에 올랐다 실각한 안와르를 지지하는 정당이며, 안와르가 부수상으로 있으면서 마하티르 수상과 대립하다 개인적인 비리로 구속이 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안와르의 부인을 당 대표로 추대하여 만든 당이다.
이렇게 탄생한 KEADILAN은 처음에는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으나 지나치게 폭로 위주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려 했고 폭로한 것들 중에 사실이 아닌 것들이 다수 밝혀지면서 점점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번 총선에서는 안와르의 부인이자 총재인 아지자 여사만 유일하게 당선되어 정당의 명맥만 이어 가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영국의 의회민주주의에 익숙하여 다분히 아시아적인 폭로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먹혀 들지 않는 모양이다.
둘째는 이 항목은 적절한 원인분석이 아닐 수도 있으나 선거의 특징이라 볼 수 있어 거론하지면 많은 여성후보들이 정정당당하고 공평하게 싸워 당선된 것이었다. 우리처럼 억지를 부려 강제로 할당받거나 가산점을 부여받지 않았어도 많은 여성들이 당선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네거티브 전략
따져 보면 우리 나라에서도 네거티브 전략이 최근 들어서는 성공한 경우가 없는 것 같다.
3김씨가 모두 출마한 선거에서 한 분은 군정종식을 외치며 12.12사태의 비화를 폭로했으나 잠시 인기가 올랐다 꺼져버렸고, 지난 대선에서도 야당은 여당후보를 불안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택했으나 자갈치 아지매라는 인물을 내세워 긍정적 전략을 채택한 여당에 초반부터 기선을 잡혀 결국 실패를 하고 말았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진데, 폭로 전문가나 사사건건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사람이 재선에 성공한 경우가 드문 것 같다.
그럼에도 왜 후보자들은 네거티브 전략을 선택하는 걸까?
이번 선거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카드라는 유언비어로 호기심을 끌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말장난이 아닌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