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선동'에는 침묵하던 일부 언론들이 정동영 의장의 '실언'을 정치적으로 쟁점화해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고 '탄핵심판론'을 물타기한다. 일부 노인단체도 정 의장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데 특정 정파에 악용당하고 있지않나 돌아봐야 한다. 이들 단체 인사들은 독재정권에서 한 자리했던 사람들이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원로들이 '어르신 정국'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월 혁명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족정기선양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백범독서회 등 재야운동을 이끌었던 원로 20여명은 6일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대간 갈등조장 중단과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이들은 "정동영 의장이 충분히 사과하고 있으니 이제 노인들이 이를 받아주고 세대간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성명에서 정 의장 발언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일부 언론은 국가를 뒤흔들 '쿠데타선동'에는 침묵하면서 정동영 의장의 '실언'을 정치쟁점화하고 세대간 갈등을 부추겨 '탄핵심판론'을 물타기하는 한편 '선거판의 혼탁상'이나 '후보자들의 선거법위반행위' 등을 부각해 '정치냉소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의 3.15부정선거에 맞서 4.19 혁명을 주도한 세대로서 오늘 벌어지고 있는 수구 기득권세력과 일부언론의 국민을 배반한 여론조작에 반대한다."
"역대 군사정권 빌붙었던 일부 노인단체, 배후 의심스럽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원로들은 일단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해 "실언을 옹호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 "여당대표로서 자신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부 노인단체에 대해서도 "'정동영 의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설 때 지금 그러한 행동이 특정정파에 악용당하고 있지 않은가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면서 "우리도 젊은 시절 수없이 많은 실수를 했고 실언을 했다, 잘못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은 하되 특정정파의 이해에 앞장서고 있다는 오해는 받지 않도록 아름답게 처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일부 노인단체는 역대 군사정권에 빌붙어 한 자리씩 하던 수구 기득권세력인 만큼 그 배후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정동익 사월혁명회 공동의장은 "상대방의 진의와 본심을 헤아려보고, 악의가 아니면 감싸는 게 노인의 미덕 아니냐"면서 "일부 수구 노인단체가 떠드는 게 우습다"고 말했다.
정동익 의장은 '노풍(老風)'을 받아들이는 대다수 노년층에 대해 "노인들은 인터넷이나 진보매체를 접할 기회, 젊은층과 대화할 기회가 없다"면서 "통로가 없다보니 수구언론의 보도에 일방적, 무비판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한 회견 참석자들은 젊은 세대를 향해 "우리는 투표참여율 하락을 유도하는 수구 기득권세력과 일부 언론의 여론조작행위를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야 하고 젊은이들은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며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박정희 신드롬'에 우려의 뜻 밝혀
이날 원로들은 일부지역 중장년층의 '박정희 신드롬'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 대부분은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독재에 저항했던 투사들이다.
기자회견장에는 "박정희는 우리 독립군을 학살한 일본중위 다가끼 마사호인, 친일파 민족반역자이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걸려있었다. 기자회견문에도 193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왕 충성맹세 혈서, 쿠데타 집권 후 구금·고문 등 친일 및 독재행적을 기록했다.
곽태영 민족정기선양회 회장은 "국민의 85%가 박정희가 보릿고개 살린 것만 알지, 일제를 위해 혈서를 쓴 것은 모른다"면서 "독립군을 학살한 박정희의 딸이 전국을 다니면서 역사를 짓밟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편, 이날 원로들은 16대 국회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나 뚜렷한 명분없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사월혁명회 등이 6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지역갈등·세대갈등 조장하는 수구언론은 각성하라
지난 3월 12일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속에 16대 국회는 납득할 만한 이유나 뚜렷한 명분 없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켜 국가 전체를 충격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합법을 위장한 '의회쿠데타'로 규정하고 전국각지에서 민주수호의 염원을 담은 '촛불시위'를 벌였다.
불과 2주 사이에 연인원 150만명이 참여한 촛불시위는 대통령탄핵-하야공세를 통한 수구세력의 득세를 원천 봉쇄했고 국민들은 17대총선을 부패정치를 청산하는 '민주축제의 장'으로 부활시켰다. '탄핵과 부패정치'를 주도한 세력을 표로써 심판하겠다는 국민적 의지는 총선참여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 과정에서 망국적 지역갈등 해소, 참여를 통한 정치개혁의 가능성고조, 젊은층의 정치냉소주의 극복 등 긍정적 징후들이 나타났고 군부독재시절 갈갈이 찢겨졌던 우리 사회는 '민주수호', '탄핵무효' 함성속에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수구 기득권세력에게 정치개혁의 징후는 '위기'였으며 지역갈등 극복기미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졌다. 급기야 수구기득권세력은 꺼져가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부 수구 언론을 앞세워 4.15 선거판을 다시 지역간, 세대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국가를 뒤흔들 '쿠데타선동'에는 침묵하면서 정동영 의장의 '실언'을 정치쟁점화하고 세대간 갈등을 부추겨 '탄핵심판론'을 물타기하는 한편 '선거판의 혼탁상'이나 '후보자들의 선거법위반행위' 등을 부각해 '정치냉소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의 3.15부정선거에 맞서 4.19 혁명을 주도한 세대로서 오늘 벌어지고 있는 수구 기득권세력과 일부언론의 국민을 배반한 여론조작에 반대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세대간 갈등조장을 중단하고 '노년층'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우리는 정동영 의장의 실언을 옹호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동영 의장은 여당대표로서 자신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앞으로 뼈를 깍는 심정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한 쿠데타선동'에는 침묵하면서 '실언'을 정치쟁점화해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우리사회 일부세력의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히 정동영 의장의 '실언'을 계기로 '세대간 갈등'을 부추겨 '탄핵심판', '부패정치심판' 열망을 물타기하는 일부언론의 보도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세대간 갈등을 선동하는 일부 기득권세력과 여론조작에 앞장서고 있는 일부언론에 경고한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탄핵철회와 부패정치 청산을 통한 정치개혁 실현이다. 노년층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라. 세대간 갈등을 조장해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물타기하려는 잘못된 행태를 반복한다면 국민이 심판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일부 노인단체에도 당부한다. '정동영 의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설 때 지금 그러한 행동이 특정정파에 악용당하고 있지 않은가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도 젊은 시절 수없이 많은 실수를 했고 실언을 했다. 잘못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은 하되 특정정파의 이해에 앞장서고 있다는 오해는 받지 않도록 아름답게 처신하기 바란다.
2. 친일 독재자의 망령에 편승한 '지역감정조장'을 경계한다
최근 일부지역에서 '박정희 신드롬'을 등에 업고 사그러져가던 '지역감정'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지역갈등을 자극해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일부집단과 수구언론은 지역감정 불씨를 되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는 여론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박정희 신드롬'을 경계한다. 우리는 일부언론에 묻고 싶다. 박정희를 '보릿고개의 영웅'으로 추켜세우면서 역사와 민족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이름은 '다가끼 마사오'이다. 그는 1939년 한반도 침략의 수괴 일왕 히로히토에게 혈서로 충성맹세를 한 뒤 항일독립군을 학살한 친일민족반역자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여순반란사건에 가담해 좌익에 부역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1960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그는 '반공'을 내세우며 수많은 민주인사와 시민을 투옥 구금 고문 사형시켜 전 세계가 그에게 '독재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의 딸이 야당대표로 선출되자 AP, AFP 등 외신은 "야당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재자의 딸을 선택했다"고 전세계에 타전한 바 있다. 오늘날 망국적인 지역갈등을 초래한 사람이 바로 박정희라는 사실을 일부 언론들은 왜 모른척 하는가.
언론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줄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모를 알 권리가 있다. 언론은 더 이상 왜곡되고 치우친 정보로 '박정희 신드롬'을 부활시키려 하지 말라. 신지역주의를 부추겨 4.15총선에서 수구 기득권세력의 지분을 확보시키려는 일련의 '음모'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3. 투표참여로 정치개혁의 장을 열어가자
우리는 투표참여율 하락을 유도하는 수구 기득권세력과 일부 언론의 여론조작행위를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젊은이들의 투표참여 없이 탄핵심판 부패정치심판은 가능하지 않다. 4.19혁명에 앞장 설 즈음 우리도 젊은이였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섰지만 이듬해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로 군부가 집권한뒤 12.12, 5.18,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격동 속에서 귀밑머리가 희어졌다. 늘 역사는 젊은이들에게 정의를 위해 나서라고 요구해왔다.
우리는 민주수호를 위해 목숨 걸고 4월혁명에 나섰다. 여러분은 4월15일 투표에 참여해 짓밟힌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세워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4월15일에 반드시 선거에 참여해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2004년 4월 6일
사월혁명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족정기선양회, 박정희기념관반대 국민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