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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입구 - 돌로 쌓은 아치형 출입구
전등사 입구 - 돌로 쌓은 아치형 출입구 ⓒ 강지이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381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하여 16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절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사고와 왕실 족보를 보관했던 선원 보각지 등은 몽고 항쟁시 강화도로 피난 왔던 궁궐의 역사를 보여 주는 공간이다.

역사가 오래된 절인 만큼 커다란 은행나무들이 경내의 곳곳에 침묵을 지키며 서 있다. 커다란 돌덩이와 한 몸을 이룬 은행나무 기둥은 무생물과 유생물이 조화를 이루어 서로 호흡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 준다.

돌과 하나가 된 은행 나무
돌과 하나가 된 은행 나무 ⓒ 강지이
세월의 풍파와 함께 점점 닳고 있는 목조 건물 대웅전은 그 처마를 받치고 있는 나부상으로 꽤 유명하다. 처마의 네 귀퉁이에서 웅크린 채 지붕을 받치고 있는 이 발가벗은 여인상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교에서 귀하게 여기는 원숭이의 모습을 조각하여 넣은 것이라는 설도 있고, 어린 아이가 지붕을 받들고 있는 모습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이 절을 짓던 도편수가 좋아했던 한 주모의 모습이라는 설이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서 절 짓는 일에 몰두하던 목수는 근처의 주막 여인과 밀애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이 받던 임금을 여인에게 거의 갖다 바치다시피 하며 미래를 함께 할 것을 약속하는데…. 전설 속의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이 사랑의 운명은 불행하기만 하다.

자신이 애써 모은 모든 돈을 다 갖고 사라져 버린 여인. 이 여인을 원망하는 마음에서 평생 절간의 지붕을 받들고 자신의 업보를 씻으라는 뜻으로, 목수는 여인의 벌거벗은 모습을 처마에 새겨 넣는다.

평생 지붕을 받들고 있어야 하는 업보
평생 지붕을 받들고 있어야 하는 업보 ⓒ 강지이
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배신'이라는 칼로 난도질한 여인에 대한 원망이라고 할까.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벌거벗은 채 지붕을 받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후세 사람들에게 '믿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주말 가족 여행 차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꽤 많았는데, 그저 한바퀴 둘러 보고 가는 것보다 절의 기나긴 역사 속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속에서 아이들은 역사를 배우고 삶을 배우고 가치 있는 생각을 키워나갈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는 불자들의 마음을 담은 등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는 불자들의 마음을 담은 등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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