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도재를 지나며 지리산의 긴 산자락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지리산을 넘었던 것이 스무번 가까이 되는데 근 10년 동안은 지리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늘 꿈꾸어 왔지만 지리산 등산에 나서는 걸음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에 모처럼 긴 산자락이라도 보니 마음이 뭉클합니다.
제가 지리산을 본 오도재는 함양의 고개입니다. 함양의 휴천면에서 마천면으로 넘는 그 고갯마루로 들어서는 길에 “밤 운전 금지”라는 표지가 있습니다. 그만큼 험한 길이었습니다. 그 고갯마루 어디쯤에서 “옹녀와 변강쇠”가 살았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도재 정상에는 지금 포장중인 도로가 남아 있어 아직도 개발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워낙 꼬불거리는 그 고갯마루에서 잠시 쉬었다 내려 가는 길, 저 멀리 지리산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차를 멈추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지리산 능선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산을 올라 바라보는 능선이 더 좋을 테지만 그렇게 산자락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오도재에서 늘 꿈꾸어 왔지만 가지 못했던 지리산을 모습이라도 보며 행복했지만, 그 행복한 마음은 지리산에서 하루를 묵고 되돌아 오는 길에 아쉬움이 되었습니다. 지리산 아랫자락에서 본 오도재의 모습 때문입니다.
그곳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은 산에 길게 줄이 간 때문이었습니다. 그 줄이 오도재의 길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지리산 자락을 볼 때는 행복했지만, 긴 줄을 만들며 새롭게 개발되는 그 도로가 좋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개발의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이틀새 느꼈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지리산 휴양림에도 새로 건물을 짓고 있었습니다. 공사를 하는 기계소리가 맑은 물소리를 들을 때 방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건물을 보며 그 건물이 완성되면 한번쯤 더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개발과 자연의 보존은 병립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균형을 맞춰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지리산 자락에 속해있는 시군들이 지리산으로 가는 새 길을 만든다는 소식도 가끔 접합니다. 그런 개발에도 균형의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리산 자락, 천왕봉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래쪽에서부터는 봄 풀이 돋아나고, 봄 꽃이 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