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총선물갈이국민연대'(공동대표 최열 등 15명, 이하 물갈이연대)는 7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총선에서의 '지지후보' 54명을 7일 발표했다. 시민단체가 특정후보 낙천/낙선운동이 아닌 지지를 표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갈이연대가 이날 발표한 명단은 열린우리당 김근태(서울 도봉구 갑)·김희선(서울 동대문갑)·임종석(서울 성동구을) 등 36명, 한나라당 고진화(서울 영등포갑)·황영철(강원 홍성 횡성) 등 2명, 새천년민주당 김동일(서울 중구)·김완자(전북 전주완산을)·최경주(광주 북구을) 등 3명, 민주노동당 권영길(경남 창원시을)·차봉천(서울 강남구갑) 등 12명, 무소속 김용낙(경북 군위 의성청송) 1명 등이다.
물갈이연대는 "지지후보 선정 기준은 개혁성, 정책지향성, 전문성, 성실성, 지역발전기여도 등"이라면서 "정당과 인물에 대한 고려보다 객관적 평가를 기준으로 전원합의를 통해 지지후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물갈이연대는 지난 4일과 5일 탄핵소추 결의 찬성 및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낙천 대상자, 도덕성 및 선거법 위반 등을 근거로 두 차례에 걸쳐 지지 후보 제외자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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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사상 첫 특정후보 지지 표방
지지후보 명단은 열린우리당(36명), 민주노동당(12명)의 강세가 눈에 띈다. 다른 당 후보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가장 큰 이유는 탄핵안 가결에 동참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대거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물갈이연대는 "국민 대다수가 탄핵가결에 동참한 194명 후보의 잘못을 지적하는데 시민단체가 국민의 뜻을 배제할 수 있겠냐"며 "물갈이연대는 원칙적으로 정치개혁을 지향하는 것이지, 산술적·기계적 평균을 지향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의 뜻'이라고는 해도 열린우리당 편중현상은 부담스러운 문제다. 기준에 대한 국민들의 신빙성을 잃을 경우 운동에 미칠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물갈이연대는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에서 "(탄핵 정국으로 인해) 물갈이연대의 지지후보 선정은 큰 어려움을 겪었고 편향적이라는 오해를 살 부분도 있게 됐다"며 "그러나 특정 인물이나 정당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물갈이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정치신인(44명)과 노동운동, 시민운동 경력자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물갈이연대는 "운동경력만이 모든 조건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헌신한 분이 (지지후보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데 별 이견이 없었다"면서 "합리적 전문가를 찾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전날(6일) 오후 2시부터 열린 합숙회의에서 물갈이연대는 이외에도 지역구 내 후보 경합 및 지역 전체 조율, 정치신인 발굴 등으로 내부 논쟁을 가졌다. 어떤 지역구에는 우수후보가 밀집해 결국 지지후보를 선정하지 못했고, 정치신인들은 가치관과 비전을 규명하는 데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밤 10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회의는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 물갈이연대가 낸 자료집에는 후보별 선정사유가 "건축가로서의 전문성", "민주화 운동에 기여" 등 다소 추상적으로 나타나 있는데, 시간이 없어 정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물갈이연대 공동대표인 성해용 목사는 "이렇게 힘든 거면 발 들여놓지 않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탄핵정국 등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너무 많았다"며 "그럼에도 물갈이를 통해 한국 사회가 전진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국민협약서 체결, 격전지 등 지역 돌며 후보지원
물갈이연대는 애초 오는 12일 집중당선운동을 펼칠 국민후보를 선정·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탄핵정국 등 외부요건으로 인해 지지후보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보다 더 적은 수의 국민후보 선정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 물갈이연대는 지지후보 당선운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들은 우선 지지후보 선정자와 깨끗한 정치를 결의하는 대 국민협약서를 체결한 뒤 지역을 순회하며 당선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지지활동을 전개한다.
물갈이연대 활동가는 각 후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상황에 맞는 퍼포먼스, 캠페인 등을 벌인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 지역순회는 격전지역 등 물갈이연대 운동 역량이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지역구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물갈이연대 측은 "우리의 지지만으로 후보가 당선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격전 지역에서는 역량을 투여한다면 힘이 될 것이고, 당선되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사회에서 힘있게 정치적 역량 발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