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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5일, 농민 운동가 조제 보베 체포에 항의하는 파리 시위에 참가한 코미디언 디유도네(붉은 옷)
지난해 6월 25일, 농민 운동가 조제 보베 체포에 항의하는 파리 시위에 참가한 코미디언 디유도네(붉은 옷) ⓒ 박영신
디유도네 사건, 테러 위협과 공연 취소 등 사회문제로 확대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시청자는 400~500만이었지만 파장은 엄청났다. 라파랭 프랑스 총리의 우려 섞인 발언을 시작으로 수많은 유태인 단체들의 항의가 쇄도했다. 고등시청각위원회(CSA)는 해당 프로그램에 경고를 주었고 진행자는 사과 방송을 해야했다.

예정 됐던 디유도네의 촌극 '파트릭의 이혼' 전국 순회공연 다수가 안전을 이유로 취소되는가 하면, 2월 4일 3백여 유태인 등의 항의 시위대가 공연장을 에워싼 가운데 진행된 리용 공연에서는 한 관객이 황산이 든 병을 무대로 던지는 통에 극장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특히 2월 20일에는 파리 올림피아 극장이 테러 협박을 이유로 공연을 불허했고 디유도네는 이에 항의해 극장 앞에서 야외공연을 강행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극장 앞은 북새통을 이뤘지만 한쪽에서는 올림피아 직원들이 '극장 문을 열면 죽여버리겠다'는 성난 유태인들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같은 달,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가'라는 기사를 실었고 프랑스2 TV는 3월 초, '코미디언은 모든 것을 말해도 되나?'라는 제목으로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 방송했다. 여기서 60%가 넘는 프랑스인이 '그렇다'고 답했다.

'협상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표현의 자유'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MRAP(민족간 우정과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운동), Licra(인종주의, 반유태주의반대국제연맹)를 포함한 4개의 반인종차별주의 단체와 유태인 단체가 디유도네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마침내 지난 4월 2일, '반유태주의 선동'과 '인종적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디유도네가 파리 법원에 출정했다.

디유도네의 변호사 프랑수아 루는 여기서 '표현의 자유' 원칙에 근거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며 유태인 단체들이 디유도네에게 "반유태주의자의 낙인을 찍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루에 따르면 법이 허용하는 코미디언의 '표현의 자유'는 '극단적으로 개인의 존엄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한' 일반인이나 기자, 정치인의 그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디유도네를 옹호하는 유태인과 동료 코미디언으로 구성된 피고측 증인들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프랑스의 인기 유료TV 카날 플뤼스(Canal+)의 시사 풍자 인형극 '기뇰뉴스(Guignols de l'info)' 작가인 브느와 들레핀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판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증인으로 나섰다고 했고, '국경없는기자회(RSF)'의 로베르 메나르 사무국장도 "표현의 자유를 역행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메나르는 이어서 "사상의 집단주의화를 경계하자"고 전제한 뒤, "건전한 사회라면 웃음의 소재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유태인이 아니면 결코 유태인에 대해 말할 수 없는가"라고 꼬집으며 "협상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미디언은 모든 종류의 한계와 싸워야 한다"

디유도네는 자신의 스케치가 어설펐다고 인정하는 한편 "제국주의자이며 인종차별주의자인 한 유태인 대장을 풍자하려 한 것이지 프랑스의 유태인을 공격할 의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단지 프로그램에 초대된 모로코 출신의 인기 코미디언 쟈멜 드부즈를 웃게 할 생각이었다는 것.

디유도네는 문제가 된 나치식 경례에 대해서는 일종의 난센스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것은 이미 영화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 미션 클레오파트라'에서도 연기한 일이 있는 '로마식 인사'였다고 말했다. 자신이 민감한 소재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타부'는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디유도네는 이보다 앞서 "후회는 없다. 나는 내 일을 할 뿐(...) 코미디언은 모든 종류의 한계와 싸워야 한다"고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정치적 행위다. 나의 대답은 오는 4월 21일 듣게 될 것"

디유도네는 이 날부터 '사과'라는 제목으로 상징적인 공연을 시작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현재 디유도네에게 1만 유로(한화 1400만원 상당)의 벌금형이 구형된 상태이며 선고는 오는 5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같은 날 파리법원은 극우당 국민전선(FN) 당수 장 마리 르펜에게 인종차별과 증오심을 유발한 죄목으로 1만 유로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르펜은 지난해 4월 19일자 일간지 <르몽드>를 통해 "이슬람교도가 5백만이 아닌 2500만이 되는 그날, 그들이 (프랑스를) 지배할 것"이라며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살게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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