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배님, 이제 대한민국은 우리가 걱정하겠습니다. 바뀐 세상이치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 선배님과 선배님 동지들은 이제 물러날 때입니다. 상식에 어긋난 행보를 하시느라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쉬셔야 할 때입니다."
서강대 총학생회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 후배로서 '고언'을 했다. 탄핵안 가결에 동참하고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일련의 행보를 보고 후배로서 두고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70학번이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9일 오전 10시 서강대 학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선배님께 서강대학교 후배들이 드립니다'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이 글에서 "16대 국회 한국정치의 중심에 우리학교 선배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서강인들에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던 선배님의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배님과 선배님 동지를 보면 너무 걱정이 된다"며 "'대구의 딸'을 자처하시는 선배님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향수를 자극하는 선배님의 모습에서, 이념논쟁을 불러오는 선배님 동지의 모습에서 선배님의 (당 대표 선출 당시) 결심은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총학생회 측은 박근혜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충청권은 어머니 고향이어서 정이 간다" "창원은 아버지가 관심을 갖고 계획한 곳이어서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등의 발언과 추풍령 위령탑 및 성 라자로 마을 방문 등이 '박정희 향수'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이제 후배들이 우리 국민들이 나라를 걱정하겠다, 서강인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것"이라며 "선배님 건강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는 말로 편지를 마쳤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이후 '4.15 총선 한나라당 완전말살'을 목표로 학내 선전전과 명동성당 농성단 동참 등의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박근혜 선배님께 서강대학교 후배들이 드립니다
봄입니다.
국회 옆 윤중로에는 만발한 벚꽃을 보기 위한 많은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고 합니다. 서강땅에도 선배님이 학교를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개나리와 벚꽃으로 봄의 분위기가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4월 중순을 바라보고 있는 요즘, 날씨는 아직은 겨울옷을 벗지 못한 것처럼 싸늘하기만 해서 봄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하기만 합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의 정치인들은 바뀌지 않고 점점 더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모습이 요즘의 날씨 같아서 많은 아쉬움이 듭니다. 아니 몇몇의 따뜻한 봄을 위하여 대다수 국민을 한겨울의 살얼음판으로 몰아넣는 16대 국회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한국정치의 중심에 우리학교 선배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서강인들에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3월 12일 국회 안에서의 선배님의 미소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선배님의 국회의원 동지들의 도움으로 석방된 서청원 의원과 나란히 앉아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던 선배님의 모습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사회 정치를 가장 앞장서서 이끌었던 선배님을 포함한 193명의 국회의원이 우리 국민을 너무 분노케 하였습니다.
선배님이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192명의 동지들과 함께 처리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촛불을 든 수십만 국민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하였습니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선배님 동지들이 그렇게 매도했던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나 선배님 아버지께서 그렇게 우려하시고 탄압하셨던 빨갱이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든 촛불은 너무 힘든 경제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밤을 새가며 만든 것이었습니다.
너무 놀랐습니다.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온 수십만의 국민들의 모습에 너무 놀랐습니다. 당리당략에 의해서 대통령 탄핵을 자행한 선배님을 비롯한 193명의 국회의원들의 당당하며 국민들을 무시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선배님! 이제는 분단이후 반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찬란하면서도 부끄러운 한국정치의 역사를, 한국정당의 역사를 마무리할 때입니다. 당사를 천막으로 바꾼다고 수십년동안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속 깊이 새겨진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습니다. 당명을 새롭게 바꾼다고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한국정치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참을 만큼 참아왔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 너무 힘듭니다.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97년도 말보다도 더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뛰어난 국민성으로 구제금융을 조기 졸업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경제위기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어떠한 거짓말로도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선배님의 국회의원 동지들에게 그 원인이 있음을 우리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 당사 앞에 붙어있었던 '경제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현수막에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더욱더 절망을 할 뿐입니다.
선배님의 후배 대학생들 너무 힘듭니다.
최고의 실업률과 최악의 취업률에 대학생들 너무 힘듭니다. 한없이 올라가는 등록금에 힘겨워하시는 부모님 앞에서 우리 대학생들은 죄인입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준비에 여념없는 새내기들의 모습에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어느새 대학교 5학년이라는 농담은 가슴아픈 현실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 대학생들 마음껏 청춘시절을 보내고 싶습니다. 탄핵반대를 위한 촛불을 들고 싶지도 않고, 너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 앞에서 죄인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순수하디 순수한 우리 대학생들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처럼 살 수 없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너무 걱정이 됩니다.
새롭게 17대 국회를 구성하는 4월 15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선배님과 선배님 동지들의 요즘행보를 보면 너무 걱정이 됩니다. 부정부패와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이념차이를 극복하겠다는 3월 24일 전당대회에서의 선배님의 결심은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무너져버렸습니다. 대구의 딸을 자처하시는 선배님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향수를 자극하는 선배님의 모습에서, 이념논쟁을 불러오는 선배님 동지의 모습에서, 선배님의 결심은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우리들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민을 무시하며 탄핵을 가결했던 그 당당함은 온데간데없이 당선을 위해 표밭을 다지는 모습은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무시당할 정도로 가볍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온 개척자들입니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여 4.19혁명을 만들었고, 군사독재에 항거하여 87년 6월 항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최단기간의 경제성장을 일구어온 것도 선배님 아버지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입니다.
선배님과 선배님 동지들이 탄핵시킨 대통령의 권위는 한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게 있습니다. 그토록 당선되기를 열망하는 국회의원의 권위도 개개인의 국회의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뽑아준 국민에게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더 이상 개개인의 권력으로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비민주적인 모습은 사라져야 합니다. 선배님과 선배님 동지들의 지금까지 행동은 결단코 의회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당에 의한 의회폭거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합니다. 헌법 제 1조에 나오는 문장 그대로의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우리가 걱정하겠습니다.
바뀐 세상이치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 선배님과 선배님 동지들은 이제 물러나야 할 때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보편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상식에 어긋난 행보를 하시느라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쉬셔야할 때입니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하다 했습니다. 학번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후배된 도리로써 마지막으로 호소드립니다. 이제 우리 후배들이, 참을성이 뛰어난 우리 국민들이 나라를 걱정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책임지겠습니다. 자신있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선배님께 이러한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우리 후배들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하지만 후배들의 마음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후배들 서강인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것입니다. 선배님도 마음속에서 서강이라는 두 글자 잊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황사가 심합니다. 선배님 건강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