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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아나운서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공격적 질문은 모든 인터뷰 상대에게 똑같이 들어간다. 박근혜 대표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만 그걸 문제 삼는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에 대해 진행자인 손석희 MBC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진행의 차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손씨는 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날 인터뷰에 대한 한나라당의 문제제기를 놓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지금 저하고 싸움하시자는 거예요?"라는 박 대표 발언 자체가 이번 파문의 본질이 아니라는 게 손씨의 일관된 입장이다.

손씨는 "한나라당이 내건 '경제회생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아 공세적으로 추가 질문을 한 게 발단이 된 듯하다"며 "하지만 경제회생론의 구체적인 비전이나 설명은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씨는 <시선집중> 인터뷰의 특성으로 ▲사전질문을 주지 않는 게 기본이지만 ▲사전질문이 있더라도 그대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공격적 질문은 인터뷰 대상 모두에게 해당되며 ▲공격적 진행은 구체적 답변을 얻어내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라는 것 등을 들었다.

또 한나라당이 문제 삼은 '손이 부은 것도 기사가 되더라'고 지칭한 대목과 관련, "그만큼 화제의 인물이라는 뜻으로 말했다"며 부정적인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오해라고 답했다.

다음은 손씨와의 일문일답.

- 오늘 박 대표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계기로 대언론창구 단일화까지 언급했는데.
"이렇게까지 불거진 줄은 몰랐다. 엄청 난리가 났더라."

- 한나라당에서 사전질문과 다른 내용으로 진행한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우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인터뷰 대상에게 사전질문을 안 준다. 더욱이 정치인들의 경우 대부분 사전질문을 주지 않는다. 간혹 인터뷰 대상측에서 사전질문지를 달라고 할 때 필요에 따라 주기도 하지만 흔하지 않다. 그러나 사전질문지를 줬다고 해서 그대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 그럼 박 대표 인터뷰에서는 사전질문을 줬는가.
"그쪽에서 요구해서 줬다. 하지만 사전질문대로 하지 않는 기존 진행방식대로 했다. 청취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질문했다. 또 인터뷰 대상자가 답변을 잘 하지 않거나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사전질문에 없더라도 추가 질문 중심으로 가기도 한다."

- 한나라당에서는 일부 질문 방식에 대해 '인격모독이고 악의적'이라고 비난했다. 아마도 특유의 공격적 질문방식 때문에 그런 듯한데.
"사실 '인격적 모독'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인터뷰의 특성에 대해서는 말을 해야겠다. '인터뷰'라는 게 그 자체가 공격적 질문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시선집중>뿐 아니라 인터뷰가 들어가는 다른 프로그램도 그럴 것이다. 인터뷰라는 게 인터뷰 대상의 얘기만 듣는 게 아니지 않은가. 청취자가 궁금한 것에 대해 답변을 얻으려면 때론 공격적인 방식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 그동안에도 공격적 질문 방식을 놓고 몇 번의 논쟁이 있었다. 어떻게 보는가.
"공격적 질문의 경우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인터뷰 대상에서 볼 때는 적극적 답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더 잘 알릴 기회가 되므로 되레 '득'이 될 수 있다. 물론 준비가 덜 됐거나 적절한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경우 인터뷰 대상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interviwer:인터뷰를 하는 사람)와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 대상자)의 상호작용이 있는 것이다."

- 오늘은 한나라당의 '경제회생론'을 놓고 상당히 공격적으로 질문했던데.
"그것은 한나라당의 주요 공약이기 때문에 질문을 한 것이다. 그런데 첫 질문에서 박 대표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권자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고, 어떤 내용을 갖고 있는지 추가로 물어본 것이다. 청취자가 듣고 싶은 답변을 끌어내려 했던 것이다. 오히려 박 대표가 '경제회생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했다면 인기가 더 많이 올라갔을 것이다."

- 그러나 언론에서는 "지금 저하고 싸움하시자는 거예요?"라는 박 대표 발언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발언 자체가 이번 파문의 본질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내건 '경제회생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아 공세적으로 추가 질문을 한 게 발단이 됐다. 하지만 박 대표가 끝까지 경제회생론의 구체적인 비전이나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게 중요한 문제 아닌가."

- 다른 당 대표 인터뷰는 어떻게 했는가.
"현재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오늘 한나라당을 했고 자민련과 민주노동당은 섭외 중인 것으로 안다. 6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인터뷰의 경우도 '너무 공격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청취자 의견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을 정도이다. 탄핵 명분론과 논란이 됐던 명계남, 문성근씨의 당내 위치 등에 대해 '세게' 물어봤다. 정 의장도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우리 프로그램의 공격적 인터뷰는 모든 상대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한나라당만 이를 문제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 한나라당이 오늘 브리핑에서 "손이 부은 것을 두고 '그런 것도 기사가 되더군요'라고 하는 등 당 대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것은 전적으로 오해이다. 부정적인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 손이 부었다는 게 뉴스가 될 정도로 그만큼 화제의 인물이 되고 있다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이다. 방송을 들어보면 알 테지만 맥락이 그게 아니다."

- 이번 파문은 특히 정치인에 대한 '공격적인 인터뷰'라는 형식이 일반화되지 못한 한국 언론의 분위기도 작용하지 않았겠는가.
"일종의 '간극'이라고 본다. 언론에 나오는 정치인은 자기 입장을 포장해서 보이려고 하는 의도가 있고, 또 프로그램 제작진이나 진행자는 청취자 입장에서 답변을 끌어내려고 하다 보니 생기는 간극이 있다. 인터뷰 대상자는 가릴 것은 가리고 좋은 말을 하려고 하고, 진행자는 인터뷰가 홍보수단으로 되지 않아야 하니까 공격적 방식이 불가피하다. <시선집중> 초기만 해도 인식차로 오해도 꽤 샀는데 요즘은 인터뷰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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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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