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투표일을 앞두고 부재자 투표가 9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실시된 부재자 신고에서 신청자 2000명을 넘은 연세대, 고려대, 건국대, 서울대, 한양대, 대구대, 부산대 등 전국 12개 대학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됐다. 이날 시작된 부재자 투표는 10일까지 계속된다.
부재자 투표가 시작된 9일 서울지역 대학 가운데 연세대, 고려대, 건국대를 차례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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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탄핵이 학생들의 정치 관심 높여"
9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제2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된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로비에는 투표시작 20여분 전부터 투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각 당에서 나온 선거 참관인들과 구청에서 나온 본인여부확인석 배석원들의 공명선거 선서를 시작으로 투표가 시작됐다.
투표 시작 시간이라 그런지 투표소는 비교적 한산했다. 시민들의 모습도 간혹 보였으나,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부재자 투표가 익숙치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투표소에 나온 선관위 사무국장에게 방법을 묻기도 했다. 특히 발송봉투에 기재하는 ‘거소지(현재 거주하는 곳)’ 주소를 어디로 적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다.
“부재자 신고만 하면 바로 투표소에 와서 투표하면 되는 줄 알았다”며 투표봉투 없이 빈 손으로 투표소를 찾은 학생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주민등록지가 대전이라는 황윤영(중문·99학번)씨는 “부재자 투표가 처음”이라고 했다. 황 씨는 “원래 정치에 관심 없었는데, 최근 시국 때문에 관심이 많아지게 됐다”며, “주변 친구들도 부재자투표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총선에 이어 부재자 투표가 이번이 두 번째인 학생도 있었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이재덕(사회체육대학원 석사 2학기)씨는 “부재자 투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지난 대선 때 보다 많은 것 같다”며 “탄핵이 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여준 계기 같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지가 서울 성북구인 이씨는 “친구와 함께 부재자 투표를 신청했는데, (성북구인) 나는 (부재자로) 인정되고 (주민등록지가) 강남구인 친구는 인정되지 않았다”며 “공무원들이 원칙 없고, 행정 편의적인 것 같다”는 따끔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김아무개(48)씨는 “부재자 투표가 이번이 처음인데, 아들이 꼭 하라고 권유했다”며, “나라가 하도 시끄러우니까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100여명의 시민들과 학생들이 투표를 했다. 투표소에서 후보 유인물을 살펴보는 학생이 많았던 고려대나 건국대에 비해 이 곳 투표자들은 대부분 투표소에 들어서자마자 투표를 했다.
[고려대] "1인 2표제 덕분에 정당 선택 폭 넓어져 좋다"
오전 12시. 고려대학교 4.18기념관 교사자료전시실에는 성북구 제2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돼 있었다. 고려대학교의 부재자 투표소 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12시부터 1시까지 투표소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학생 박용준(경영 4년)씨는 “군대가기 전에는 정치에 무관심했으나, 제대 이후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대부분 학생들이 탄핵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지가 목포라는 박씨는 “내 지역은 지지도 차이가 많이 나서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것 같다. 나는 두 번째 선호하는 당을 찍었다”고 말하고, “학교 내에 투표소가 설치되니 부담 없고 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재자 투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는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번이 부재자 투표 세 번째”라는 송세영(신방과 졸업생)씨는 “1인2표제 덕분에 정당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좋은 것 같다”며 1인2표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연세대에서는 투표용지에 기표한 후 발송봉투에 거소지를 기재했으나, 이 곳 고려대 투표소에서는 기표 전에 미리 발송봉투에 학교주소로 거소지를 기재하라는 선거관리원의 안내가 있어 거소지 기재에 대해 혼동하는 학생들 수가 연세대에 비해 적었다.
또한 이 곳에서는 투표소에 도착해 후보자 전단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후보 개인의 홍보물보다 ‘후보자 정보공개자료’를 관심 갖고 살펴보는 학생들이 많았다.
투표를 마치며 나오는 학생들 중에는 “투표했어! 드디어 투표했어!”라며 친구와 함께 뿌듯한 표정으로 나오는 학생들도 있는가 하면, 덤덤한 표정으로 나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12시부터 1시간 동안 170여명의 학생들이 부재자 투표를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
[건국대] "후보는 홍보물 보고, 지지정당은 이미 선택"
오후 2시.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2층에는 서울 광진구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돼 있었다. 총 2500명의 학생이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건국대에서는 부재자로 인정된 건국대 학생 1936명과 세종대 학생 200여명, 지역 주민이 투표하게 된다.
한창 수업시간이라 그런지 투표소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뜸했다. 한 선거 참관인은 “아침 10시부터 지금까지 800여명 정도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생들 투표율 높이기 위해 학내에 투표소 설치한 건데, 이렇게 투표율이 저조하면 다음 선거 때는 투표소 설치가 곤란할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투표소로 향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였으며, “나는 ○○○후보가 좋다”는 등의 정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학생들은 투표를 위해 학생회관 3층 총학생회실에서 투표봉투를 받아오고, 부재자 투표가 언제까지인지 참관인들에게 묻는 학생도 있었다.
“어? 우리 지역구에는 ○○당 후보 없어?”
“나 우리 후보 오늘 처음 봐.”
대다수 학생들이 투표 직전 총학생회실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소로 향하다 보니 자신의 지역구 후보가 누군지, 후보와 정당에 대한 홍보물을 투표소에서 잠시 확인하고 투표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한 참관인은 “학생들이 미리 투표봉투를 받아서 후보와 정당에 대한 정보를 접해야 하는데, 투표하러 와서 봉투 받아오는 학생이 많다”며, “부재자 투표가 후보자나 정당 선택에 있어 진지하지 않은 단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 총학생회측은 “엊그제와 어제 이틀에 걸쳐 부재자 투표 봉투가 학교에 도착했고, 따라서 어제 저녁 학생들에게 봉투를 받아가라고 미리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받으러 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지가 부산인 임보경(행정학과 4년)씨는 “광진구 후보 뽑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봉투를 뜯어보고서야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방금 여기 와서 홍보물 보고 누굴 찍을지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임씨는 “1인2표제는 미리 알고 있었고, 정책이나 이념, 당의 인물을 보고 정당을 선택했다”고 대답해, 지지정당은 이미 결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부재자 투표 첫 날. 이상의 대학 투표소에서는 예전에 비해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각자 정치적 관심의 차이는 있겠지만, 탄핵이 학생들의 정치적 관심을 불러모으는 원인이 된 것은 거의 확실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