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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둘째 성수는 블록세우기를 좋아합니다.
ⓒ 이종원
첫째 아이 정수가 평소 애지중지하게 여겼던 자전거가 없어졌습니다. 아파트 자전거보관소에 세워놓았는데 누가 집어간 모양입니다. 자전거 튜브도 다시 갈고 깨끗이 닦아 놓았던 자전거였거든요. 아이들 자전거라 자물통을 채우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나 자전거는 언젠가 돌아온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빠와 정수는 꼭 믿습니다.

정수가 매주 학교에서 받아오는 '주간계획서'가 오늘도 보이지 않네요. 그 프린트물에 일주일치 준비물이 적혀 있거든요. 지난 주에도 받아오지 않아 친구 성령이에게 빌려 복사하느라 난리를 쳤거든요.

"정수야, 선생님이 무슨 종이 안 주셨어?"
"아무 것도 안 받았단 말이야."
"너 성령이한테 전화 걸어서 받았다면 10대 맞을 줄 알아."

그리고 정수 엄마는 성령이 엄마에게 전화를 겁니다.

"뭐라구요. 성령이는 주간계획서 받았다구요."

정수는 엄마가 성령이 엄마하고 통화하는 내용을 듣자마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구석에 자리잡고 두 손 들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친구하고 그림을 그리다가 깜빡 잊고 못 받은 모양입니다. 엄마한테 손바닥을 맞았습니다. 정수는 한 대 맞을 때마다 아픔의 신음을 토하고 숫자를 외칩니다.

"하나, 둘, 셋, 셋, 넷… 아홉"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정수는 셋을 두 번이나 세었습니다. 엄마는 열 대를 다 때렸다고 생각했고, 정수는 아홉 대만 맞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다 맞고 나서 하는 말이, "엄마, 왜 아홉 대만 때려?"

이 소리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10대를 약속했으니 빨리 맞았으면 좋았을지도 모르지요.


▲ 블록을 하나하나 끼워 넣으면서 머리를 쓸겁니다.
ⓒ 이종원
둘째 성수는 블록세우기를 좋아합니다. 밑 부분은 누나가 만들어 주고…. 위쪽은 성수가 올렸답니다. 하나하나 끼워 넣으면서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 자기 키만큼 세웠어요.
ⓒ 이종원


▲ 블록이 무너져 허탈한 성수
ⓒ 이종원
'공든 탑이 무너지랴?' 란 말이 있지만 제가 방금 봤어요. 무너집니다.

▲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 이종원
성수가 허탈한지 널부러진 블록을 발로 걷어 찹니다. 누나가 다시 기초를 잡아줍니다. 블록쌓기를 포기한 성수는 누나 덕에 다시 탑을 쌓았습니다.

남매가 이렇게 서로 도와가며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예쁘게 잠을 자고 있는 남매
ⓒ 이종원
자전거도 없어지고 손바닥도 맞았던 슬픈 날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어요. 가끔 저도 이렇게 아이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남매가 함께 어우러져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습니다. 오늘 힘들었다고 내일까지 힘들라고요.

"정수야, 성수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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