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금새 여름으로 달려갑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은 지 일주일이 넘지 않았건만 반팔 티셔츠로도 견딜만 한 날이 되었습니다. 두 번쯤 꽃샘추위에 놀라 눈치를 보던 봄 풀들과 꽃들도 이젠 안심하며 새잎을 돋고, 꽃을 피워냅니다.
천년고찰 수덕사에도 봄풀이 돋고, 봄 꽃들이 피었습니다. 절집을 찾은 사람들은 부처님의 뜻 보다는 화창하게 핀 꽃들에 더 마음이 갑니다. 불교에서는 누구나 부처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환한 꽃을 아름다움으로 느끼는 것도 스스로의 마음에 있는 부처님 때문일 것입니다.
수덕사에서 느낀 봄 중에서 제 마음을 채워준 것은 환한 꽃보다는 새롭게 돋아나기 시작한 나뭇잎이며, 푸른 풀잎입니다. 어떤 나무는 꽃보다 고운 모습으로 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바위틈에 자리 잡았다가 지난 가을 시든 풀에서도 새 잎이 돋아납니다. 더욱이 그 새잎은 지난 해 시든 풀잎이 썩어 만들어진 작은 양분에 뿌리를 두는 것 같아 보입니다.
봄은 모든 생명에게 생동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과학적인 분석으로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에너지가 생긴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봄 꽃처럼, 봄 풀처럼 활기찬 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