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 87년 6월 항쟁을 기점으로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이른바 민주화 과정에서 대통령 권력은 국민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의도로 일컬어지는 의회권력은 여전히 국민의 통제 밖에 있는 실정"이라며, "권력의 민주화와 의회의 민주화가 분리된 이유는 부패하고 지역주의에 기반한 반민주세력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0년 YS의 3당 합당, 그리고 DJP연합으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5.16 쿠데타 세력과 동거함으로써 민주화 과정에서 “청산의 주체가 청산의 대상인 낡은 세력과 야합을 하는 역사의 궤변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한·민 공조'는 5.18 가해자와 피해자가 손잡은 것
특히 민주당과 한나라당 공조는 5.18 주도세력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손잡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총선은 국민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부패한 의회권력을 통제선 안으로 끌어들이는 절호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또 “선거일을 앞두고 박근혜는 죽은 아버지 박정희의 부활을 통해 영남 지역주의를 호소하고 있고, 민주당은 은퇴한 DJ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지만 완전한 지역주의가 아닌 허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회의석 수에서도 여당이 수적으로 절대적 열세인 특수한 상황이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초래한 것”이라며 “이번 총선은 국회 의석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견제와 균형 상태로 되돌린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존속 사유 의심"
정 교수는 총선을 계기로 “열린우리당은 미약하지만 전국 정당의 틀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민주노동당의 약진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말하고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누려왔던 압도적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민주당은 정당으로서 철학적 존립기반을 상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존속사유가 의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없는 민주노동당의 약진을 예로 들면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국회 원내 의석 수 확보 여부를 떠나 정체성 등 정당으로서 존립이유가 불분명해 진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끝으로 지난 80년대는 정치의 틀을 바꾸는 것이 민주화의 핵심과제였지만 이제는 정치의 내용을 바꾸는 운동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설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총선이 정치와 시민사회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시민사회도 재편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