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혹은 언론에서 설명하는 1인2표제는 '한 표는 지역구 후보에게, 또 한 표는 지지정당에게 투표한다'는 단순한 내용으로만 전달하고 있어 그 속뜻을 알기 어렵다.
2002년 6·13 지방선거부터 시행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2001년 7월 경 헌법재판소가 당시 소선거구제(지역구 후보 1인에게 투표하고 정당 의석 수에 따라 정당이 임의적으로 비례대표를 지목하던 방식)가 정당으로 하여금 사실상 중간 선거인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헌법에 보장된 직접 선거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결하면서 개정된 선거제도다.
당시 민주노총, 참여연대, 환경연합 등은 '올바른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정당명부제 연대)'를 구성해 '1인 1표제의 소선거구제는 60∼70%에 달하는 국민 의사를 사표로 만들고 있어 선거 본래의 역할을 방기해왔다'며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1인1표제의 소선거구제는 후보자들 중 최고 득표를 획득한 후보자 한 명만 당선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한 지역구에 A, B, C, D후보가 출마해 A후보 35%, B후보 30%, C후보 25%, D후보 10%순으로 득표를 했을 경우, 전체 100%중 35%를 획득한 A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머지 65%는 사표로 전락하는 것. 선거에서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로 나타남으로써 무수히 많은 사표가 양산되었고, 이는 다시 대의민주주의체제하에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지난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39% 득표해 49% 의석을 확보했고 이어 35% 득표한 새천년민주당은 42.3% 의석, 9.3%를 득표한 자민련은 5.3% 의석, 3.7%를 득표한 민국당은 0.4% 의석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에서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의 경우 득표율보다 10%이상 과잉 대표성을 가졌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들의 지지를 39% 받았을 경우, 의석도 39%를 획득해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민의의 반영인 것.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위)는 홈페이지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를 '1인2표제'로 소개하고 있다.
"'1인2표제'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가 지지하는 지역구 국회의원후보와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한 표씩 행사하는 선거제도입니다. 지역구 후보자에게 투표한 표로 243개 지역구별 당선자를 결정하고, 정당에 투표한 표로써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56명을 선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총선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방영된 '17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경력방송'은 비례대표 후보자 소속정당, 후보자 이름 및 생년월일, 학력, 경력만 나열하고 있을 뿐 각 정당이 제시한 정책과 공약에 대한 설명은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정국을 이어가려는 열린우리당과 지역주의와 박정희 독재의 향수를 되살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한나라당 사이에 격전이 벌어지면서 정책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오광진 공선협 기획실장(서울흥사단 사무차장)은 "17대 총선에서는 이미지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사회참여의식, 정치의식이 높지 않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각 정당들의 정책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에 대한 포괄적 이미지에 따라 선택할 것이고, 정당 정책 때문에 지지 정당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일정 부분 한계도 있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유권자들도 정책과 공약을 보고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정당 지지도는 언론의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 전부였던 반면, 이번 비례대표제는 실제 국민의 선택으로 증명되는 정당선택 투표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전국구 제도는 박정희 유신독재가 만든 제도로, 원래 취지는 직능대표성 강화였다"며 "이 제도는 그동안 여당에게는 관변인사를 양산하고 야당에게는 전국구가가 아니라 '돈국구'로 전락, 변질돼 여야 모두 비례대표성을 강화하지 못한 타락한 제도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은 왜곡된 비례대표제도가 정상적으로 자리매김 된 첫 선거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실시가 ▲직능대표성 강화 ▲사회적 약자의 정치진출을 도와주는 제도 ▲보수 대 보수의 정치구조에서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활성화하는 일등공식 역할 등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7대 총선이 이미지 정치로 부각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지만 유권자들이 이미지만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의 정책은 완전히 다르다. 혼란한 정치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안정된 지지율 얻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미지 승부인 선거는 분명하지만,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도 정책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