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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선대위장의 삼보일배로 시작된 '추풍'에 중장년층 표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추미애 선대위장의 삼보일배로 시작된 '추풍'에 중장년층 표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번 총선 기간 중 돌출된 추미애 효과, 정동영 사퇴, 영남표 결집 등의 변수에 따라 막판 '유턴'을 결심한 시민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경향은 40대 이상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나름의 기준으로 인물과 정당을 선택한 시민들 대부분은 <오마이뉴스>와 나눈 대화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마이뉴스>는 4·15총선 D-1을 맞아 바닥 표심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 엿보기 위해 14일 오전 광주 광천동 고속버스 터미널을 찾았다.

광주시민들의 선택에 대한 관심은 '민주당 회생'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의 삼보일배가 지역 표심을 어느 만큼 파고들었는 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고속터미널에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는 김신호(46·화정동)씨는 대뜸 "추미애 효과가 많이 있을 것이며 표로도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는 "손님들도 최근 4일∼5일 사이에 민주당으로 많이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20대-30대, 탄핵심판론 여전히 선택기준

김씨는 "정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과 추 선대위장의 삼보일배가 비교되면서 민주당에 대한 호감이 생겼다"며 "이번에 꼭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심판론'에 대해 김씨는 "처음엔 탄핵깃발만 꽂아도 다 (당선)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게 엷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길 거부한 한 노인(67·전남무안)은 "열린우리당의 탄핵심판 이야기에 많이 식상해졌다"며 "탄핵직후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가 나처럼 민주당 지지로 마음을 돌린 친구들도 상당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노인은 "요즘 또 분당한다 어쩐다 해서 열린우리당이 불안해져 믿음이 안가고 정책도 민주당과 비슷한 것 같던데..."라며 민주당 지지의사를 밝혔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선대위장 및 비례대표 후보직 사퇴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염주동에 사는 신모(42·여)씨는 "생각하는 것이 깊이가 없어 보이고 말도 가볍게 한다"며 "정 의장의 행동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추 선대위장이 고생하는 걸 보고 '짠하다'며 민주당에 호감을 표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반드시 투표하겠지만 지지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신씨는 "아무래도 추 선대위장 생각이 많이 난다"며 말을 아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동환(63)씨는 "추미애 효과가 표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다"며 추풍효과를 확신했다. 김씨는 "동료기사들도 추 선대위장의 삼보일배 뒤로 열린우리당에서 많이 돌아섰다"고 전했다.

영남표 결집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문모(41·임동) 씨는 "어차피 전국정당이 나올 수 없을텐데 호남만 열린우리당을 일방적으로 밀어줘서는 안된다"며 "영남이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는다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장이 탄핵안 가결 한달째를 맞아 방문한 광주에서 탄핵을 막지 못한데 대한 사죄로 무릎을 꿇고있다.
정동영 의장이 탄핵안 가결 한달째를 맞아 방문한 광주에서 탄핵을 막지 못한데 대한 사죄로 무릎을 꿇고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중장년층의 눈에 띄는 민주당 선호도와 달리 20대와 30대는 여전히 한-민 공조에 따른 탄핵 세력을 심판해야 하며 탄핵심판론이 여전히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는 듯 하다.

박춘식(33·일곡동)씨는 "추미애의 감성정치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씨는 추 선대위장의 행보가 "오히려 젊은층의 반감을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성에 의존하는 이미지 정치는 이제 지양해야 할 때라는 게 박씨의 설명. 박씨는 "탄핵사태를 보고 민주당은 해체시켜야 할 정당이라고 마음 굳혔다"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찬혁(32·화정동)씨 역시 '탄핵 심판론'에 공감을 표시했다. 박씨는 "이번 총선에서 탄핵이 부당하다는 것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깨우쳐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호(38·신가동)씨는 "추미애 효과는 중장년층 이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겠지만, 젊은층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한씨는 "정동영 효과 역시 연령대별로 영향을 미치는 강도가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씨는 "탄핵도 탄핵이지만 앞으로 안정된 분위기에서 나라발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그동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해놓은 게 뭐가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대근(26·서울거주)씨 역시 "탄핵을 기준으로 기표하겠다"며 "원래 민주노동당 지지였지만 사표(死票)가 될 것 같아 차선으로 열린우리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배씨는 "친구들은 여전히 탄핵직후 정한 마음을 바꾸지 않았지만 고향의 많은 어르신들이 추미애 효과 때문에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신 것 같다"고 전했다.

탄핵역풍과 추풍이 격돌한 광주에서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박수를 보낼지 주목된다.
탄핵역풍과 추풍이 격돌한 광주에서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박수를 보낼지 주목된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선거 초반 맹렬한 기세로 광주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던 우리당의 지지세가 점차 빠지면서 선거 하루를 남긴 현재 민주당의 맹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상승세와 우리당의 하락세라는 경향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관건은 과연 민주당의 상승세가 총선 판도를 뒤엎을 만큼의 것이냐에는 다른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세대별 투표율에 희비 교차할 듯

선거 초반과는 달리 민주당의 상승세가 총선 판도를 뒤엎지는 못할것이다는 분석이 만만찮다. 소위 호남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부동층이 우리당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제1당화 저지에 민주당보다는 세가 더 큰 우리당을 '대항마'로 선택할 가능성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세대별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우리당 지도부는 광주 민심을 잡기위해 삭발, 읍소, 삼배일보 등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을 보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광주에서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선대위원장이 찾아와 삼보일배와 무릎을 꿇은 채 '사죄'의 뜻을 전달하며 막판 뒤집기와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기도 했다.

'감성정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호소전'에 대한 반응 역시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우리당 공히 광주지역 전 선거구에서의 우세를 주장하면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건은 부동층의 성향과 표심, 지지성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세대별 투표율이 치열했던 우리당과 민주당의 총선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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