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투표율에 달렸다."
17대 총선 투표 하루를 앞둔 14일 저녁, 열린우리당은 지도부, 비례대표, 지지자 등을 총동원해 서울 명동 총력유세를 펼쳤다. 20∼30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우호층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20∼30대의 투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이 30∼40석 이상이 요동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정동영 우리당 의장의 노풍(老風) 발언 등으로 세대별 투표경향이 뚜렷이 갈리고 있어, 20∼30대 부동층의 표심을 사로잡지 못할 경우 제1당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명동 유세에는 사흘째 단식을 진행중인 정동영 의장을 필두로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 신기남·김명자 선대본부장, 박영선 대변인, 상위 순번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에 앞서 유선희, 김희숙 등 20∼30대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열린우리당의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며 분위기를 북돋웠고, 당원과 지지자 300여명도 태극기를 흔들어대며 유세장 열기를 고조시켰다.
오후 6시45분께, 정동영 의장은 '힘내라! 힘내라!'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격려를 받으면 연단에 올라섰다.
"하루종일 앉아있다가 마지막 호소를 위해 이곳에 왔다"고 운을 뗀 그는 "내일 4월 15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승리를 여러분의 손으로 만들어 달라"며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300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이긴다! 이긴다!'는 함성으로 화답했다.
정동영 "통탄스럽게도 끝났다던 한나라당이 불사조처럼 살아나고 있다"
정 의장은 "오늘 오후 석간 신문 제목에 한나라당과 우리당이 피말리는 1당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돼 있다"며 석간 신문을 치켜 든 뒤 "탄핵 세력이 1당을 차지한다니 이것이 될 말인가, 여러분이 막아달라"고 탄핵세력의 심판을 요청했다.
이어 정 의장은 "거대언론은 우리당이 엄살을 떨고 있다고 폄하했다"면서 "하지만 통탄스럽게도 2주 전까지만 해도 끝났다던 한나라당이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나고 있다, 끝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관철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한나라당 상승세에 대해 위기감을 나타냈다.
정 의장은 또 "지역주의 세력이 청산을 위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나? 이다지도 힘든 것이냐"고 청중들을 향해 반문하면서 "열린우리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들어달라, 열린우리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의 전진이 될 것이고 축복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근태 "한나라당의 '미워도 다시 한번' 위험천만"
<정 의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은 먼저 "우리당 파이팅을 외쳐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당원과 지지자들은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함성으로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유세에서 초반 '사랑한다'는 표현을 여러차례 사용하며 국민들에 대한 신뢰의 메시지를 보낸 뒤 "국민과 함께 해서 이 나라 역사를 역사가 되게 하자"고 4·15 총선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김 위원장은 "여러분, 한나라당 지도부가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서 "정치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은 위험천만해서 반대한다는 것을 여러분과 함께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한나라당의 '용서론'을 비판했다.
또 김 위원장은 "한나라당, 차떼기 부패세력이 승리한다는 것은 해외 토픽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차떼기 세력, 민주주의를 짓밟은 세력을 국민의 힘으로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나"고 되물으며 박수를 유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우리당이 부족한게 많다, 잘못이 많다, 오만했다, 사죄드린다"면서 "두고두고 질책해 달라, 회초리를 맞기 위해 종아리를 항상 걷어 놓겠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유세 발언이 끝난 뒤 김근태 위원장은 지난 서울 신촌 유세 때와 같이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지지자들과 제창하며 유세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궈, 지나가던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식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김근태 위원장은 악수를 요청하는 시민들과 지지자들의 행렬에 막혀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