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A급 모노그램의 경우 진품, 모조품 구분이 불가능할까.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진품의 경우 모서리나 가죽이음새의 박음질은 새들 스티치(왁스를 먹인 특수 실로 정확한 바늘땀을 잡아 손으로 박음질하는 방법)로 제작된 완벽한 마무리가 특색이다. 반면 모조품의 경우 바느질이 중간중간 끊어지며 마무리 처리가 조잡하다. 또, 라이닝과 외피를 본드로 처리하여 본드 냄새가 심하게 나기도 한다. 거기에 A, B, C급에 따라 모노그램 로고의 변형도 눈에 띈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폴로는 어떤 브랜드보다 '짝퉁' 기술도 앞서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폴로를 상징하는 말 모양이 불안정하다거나 어설프다는 게 확연해 눈에 금방 들어왔지만 지금은 말 모양은 물론이고 메인 라벨마저 진품과 똑같은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원단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한두번 봐서는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보통 짝퉁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남방 셔츠의 경우 진품은 메인 라벨 오른쪽에 사이즈 라벨, 아래쪽에 섬유 조성 라벨이 있고 라벨의 색이 모두 같다. 반면 모조품의 경우 메인라벨에 'Made in China' 같은 원산지 표시에 'L', 'M' 등의 사이즈 표기를 사용한다. 또, 진품은 단추가 딱딱한 자개 단추에 꿰맨 실 모양도 X자로 깔끔하게 처리되 있는데 반해 짝퉁은 플라스틱 단추에 꿰맨 실모양이 일자이다.
여성스럽고 우아한 멋을 내세우는 샤넬의 핸드백은 주로 최고급 양가죽 제품을 쓰고 있다. 이는 모조품과의 차이를 대변하는데 양가죽의 경우 모조품이 따라오기 힘든 핸드 메이드가 주된 가공 방법이다. 또 진품은 핸드백 안쪽에 고유 번호 라벨이 있으며 이는 품질보증서와 일치한다. 박음질에서는 촘촘히 어느방향이나 연결된 진품과 달리 모조품의 경우 마크의 박음질이 크고 엉성하여 표면이 운다. 진품은 'Made in France'나 'Made in Italy' 표시가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요소이다.
한국의 '짝퉁' 시장 어디까지 왔나?
우리 나라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 해 국내 밀수출입 규모만도 2492억여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른바 '짝퉁' 시장 규모의 정확한 수치는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주로 비밀리에 거래가 이루어지는데다 단속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많이 따라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유별난 명품 선호 추세는 '짝퉁' 시장의 규모를 해마다 키워오고 있다.
이는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짝퉁 기술 국가라는 점이 말해 준다. 명품 신제품이 출시 되기도 전에 짝퉁 시장의 카달로그에 제품이 뜨는가 하면 A급 제품의 경우에는 본사에서도 구분을 못해낸다. A급 짝퉁 구입 후 본사에서 A/S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제조ㆍ가공 기술이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는데다가 상당수 제품은 원단까지 똑같이 쓴다.
짝퉁 판매는 주로 서울 동대문·남대문 시장과 이태원, 부산 국제 시장, 대구 교동시장, 인천 부평동, 광주 양동시장 등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단속이 강화되자 인터넷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데 인터넷이 짝퉁 시장의 새로운 활로(?)가 되는 듯하다. 단속에 있어 실제 거래 확인이 어려운데다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수사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짝퉁 시장 규모의 감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