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사람들'을 표방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에서 며칠 전까지 판매됐던 아이템들이다.
알몸을 코트로 감싼 중년 남성이 코트를 열어젖히는 모습, 여성 속옷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얼굴에 부비고 있는 고양이 모습. 이런 아이템들은 싸이월드에서 개인 미니홈피나 아바타를 장식할 목적으로 하나당 600~2000원의 가격에 판매됐다.
문제가 된 싸이월드의 아이템 판매에 대해 최근 수백 명의 네티즌들이 "싸이월드가 여성들에 대한 명백한 폭력행위를 희화화하고 그로부터 상업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함으로써 파장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은 싸이월드 내에 '변태미니미 싫어!'(http://nopervert.cyworld.com/)라는 클럽을 개설, 30여개 단체가 연대해 사이월드 측에 "해당 아이템 판매 중단과 판매된 아이템의 회수·환불,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이른바 '변태 아이템' 판매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싸이월드가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성기노출을 이용한 성희롱을 형상화·희화화했을 뿐만 아니라, 왜곡된 남성우월주의적 욕망과 피해자의 상처를 이윤추구를 위해 상업화했다"는 것이다.
성기 노출로 인한 성희롱 피해를 받은 당사자의 공포감과 무력감, 모욕감은 무시한 채 성폭력을 단순히 재미있는 것, 웃기는 것으로 희화화하여, 피해자에게는 2차 폭력을 가하고 자신들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성희롱 희화화, 피해자 간과한 채 이윤추구에만 매달려서야"
네티즌들의 항의에 접한 싸이월드는 18일 해당 아이템의 판매를 일시 정지한 상태고, 19일 오후 일부 아이템의 판매를 잠정 중단, 파장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해당 아이템 중 일부를 디자인한 최상현씨는 18일 '변태미니미 싫어!' 클럽에 남긴 글을 통해 "변태미니미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간에 결과적으로 안 좋다고 느끼는 회원들이 있다면 안 좋은 것"이라며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했다.
심병휘 싸이월드 개발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애초 의도는 코믹한 캐릭터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일부 회원들에게 불쾌감과 좋지 않은 기억을 상기시켰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심 팀장은 "회원들의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다음부터 상품을 올릴 때에는 주의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싸이월드는 19일 오후 해당 아이템을 삭제했으며 사과의 뜻을 '헬프데스크'라는 고객창구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판매된 아이템의 경우에는 구매고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환불 조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싸이월드 측의 조치가 성난 네티즌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싸이월드가 밝힌 사과 수위와 아이템 일부 환불 조치에 대해 네티즌들은 "사회 구조적인 폭력과 차별 문제에 대해 싸이월드가 여전히 무감각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반발, "제대로 된 사과와 후속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항의할 것"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변태 아이템'을 둘러싸고 싸이월드에서 벌어진 네티즌들의 성폭력적·성차별적 인터넷 이용 환경에 대한 항의는 여타 포털·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상에 난무한 성폭력적 문화를 단지 '재미'로만 받아들였던 기존의 관행이 앞으로는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싸이월드 '변태 아이템' 논란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