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야산의 언덕배기에 있는 능지탑은 감포 앞바다에 수장됐다는 문무왕이 화장된 곳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다만 삼국사기에 관련되는 기록이 일부 남아 있고, 근처에서 문무왕릉비의 일부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루어 그렇게 추정된다는 것이다.
능지탑 역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것을 다시 맞춰 놓은 것이라 한다. 탑 뒤에는 맞추고 남은 석재를 모아 놓기도 해, 왠지 어수선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 하지만 탑 주위에 새겨진 십이지신상과 탑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연꽃 조각이 매우 정갈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연화탑이란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능지탑 뒤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중생사가 있다. 대웅전을 비롯한 3개의 건물이 단출하게 자리잡고 있는 중생사에는 모자 쓴 보살상으로 유명한 마애지장삼존불(보물 제665호)이 있다. 사실 모자라기보다는 요새 유행하는 두건같이 보이기도 한다. 마모가 심한 탓에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봐야만 그나마 확인할 수 있다. 더 이상의 마모를 막기 위해 바위 위에다 누각을 세워 놓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색하기만 하다.
중생사에 가서는 발자국 소리라도 크게 내서는 안 된다. 스님이 한 분 계신데,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기라도 하면 야단맞기 때문이다.
대웅전 앞 너른 마당에 자갈이 깔려있는데, 이곳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 그 소리가 여간 시끄럽지 않다. 유서 깊은 절에 가서는 시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중생사에서는 특히 주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