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셀러던트(saladent)가 늘고 있다. 직장인(salaried man)과 학생(student)의 합성어인 셀러던트는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를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63명 중 “별도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35.8%였고, 남성(31.8%)에 비해 여성(43.7%)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 셀러던트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자기계발 욕구에 대한 실천력이 남성보다 더욱 크기 때문인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사결과라고 생각하면 그만일까. 단순 수치 이면에 자리잡은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고용불안 탓 생존형 공부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강혜령(28)씨는 공무원9급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강씨는 “계약직 형태로 1년째 근무를 했는데, 회사 재정이 좋지 않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험생처럼 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년연령이 낮아지고 고용환경이 불안해지는 등의 사회적 여건이 여성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실제로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공부하는 이유의 55%가 노후 대책이 막막하고 담당업무가 지겹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취업전쟁시대를 뚫고 가까스로 취업한 여성들도 적성에 맞지 않는 비정규직 생활을 못 견디고 고시를 준비하듯 공부하며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온라인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1985명 중 약 80%가 직무와 어학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셀러던트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을 꿈꾸면서도 적성을 고려하지 않는 공부를 다시 해야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적성·취향 고려도 많아져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셀러던트의 유형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자신의 적성과 취향을 적극 반영한 공부에 몰두하는 여성 직장인도 늘고 있는 것. 당장 가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공부를 하지 않고 영화, 미술, 사진, 무용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배우며 다소 느긋하게(?) 자아를 살찌우는 여성 직장인도 많다.
모 방송국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양모(31)씨는 2년째 춤을 배우고 있다. 양씨는 주2회 퇴근 후 학원에서 재즈댄스, 댄스스포츠, 살사 등 다양한 춤을‘공부’해왔다. 그게 무슨 공부 '씩'이나 될까. 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 짭짤한 연봉을 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양씨는 “IMF 이후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면서 대졸 초봉 평균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다”고 밝힌 뒤 “적성과 취향에 맞아 배우기 시작한 춤 때문에 그나마 직장생활을 활기차게 하고 있는데, 이만하면 좋은 자기계발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요즘 여성들은 모든 걸 현실 탓으로 돌리며 ‘개발’과 ‘계발’의 차이를 모른 체한다”는 쓴 소리도 전했다.
생활과 취향을 동시에 고려해 자기계발에 힘쓰는 경우도 있다.
미술학원강사 오상희(34)씨는 “남편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1년 전부터 미술 강사를 했는데, 최근에는 생활이 좀 나아져 대학 때 전공했던 공예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자그마한 공예전문 숍을 내는 소박한 꿈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