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복구 지원, 식량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방북이 이루어지면 김정일 위원장도 만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과 남북한 건설적인 관계 수립을 위해 크나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국영기업 사기업화, 노동시장 유연화 반대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끌어내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동의할 국회의원이 있다고 본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23일 낮 1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클럽 간담회를 갖고 외신기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이념과 주요정책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고, 기자들은 특히 대북·대미정책에 관심을 가졌다. "북한의 지령과 지원을 받는다는 모 월간잡지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냐"는 질문부터 "북한의 철도사고 상황에서 남한이 무엇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냐"는 따끈따끈한 주제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권 대표는 북한 룡천 사고에 대해 "보도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긴급한 대책을 수립하고 철도복구 지원, 식량지원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미 방북 의사를 여러차례 표명한 바 있다, 방북이 이루어지면 김정일 위원장도 만날 수 있다"며 김 위원장 및 북한 노동당과의 교류 의지를 나타냈다.
북한 체제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으면 지적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부정확하게 전달되는 정보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기자출신인 권 대표는 간담회를 시작하며 "지금도 회원인지는 확인해봐야겠지만 한 때 외신기자클럽 회원이었다"고 친근감을 나타냈고, 외신기자클럽 역시 "한번 회원은 영원한 회원"이라며 "집권당이 되어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권 대표는 간담회를 마친 뒤 "친정집에 들러야겠다"며 같은 층(프레스센터 18층)에 있는 언론노조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권영길 대표와 외신 기자들의 일문일답.
"대북 지원 시급... 국회 내 동조지지세력 찾아내겠다"
- 북한 철도사고로 3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있다. 이 상황에서 남한이 무엇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사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있지 않지만 사실이라고 한다면,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이에 대한 긴급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철도 복구 지원, 식량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도 대량 사고가 일어나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오고 있다. 남북관계는 인도적 차원과 그것을 넘어선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 내용을 하루빨리 파악하고 긴급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 당 차원에서도 내용 파악하는 대로 민간차원의 지원 이루어지도록 선도하고 노력하겠다."
-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남한이 40억달러 정도 되는 이전비용을 부담하는데….
"한미간 합의가 재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동당은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내세우고 있다. 포괄적, 일괄타결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남한의 선도적 군축, 이를 바탕으로 한 남북한 군축합의, 뒤이은 다자간 안보체계 구축 합의, 그와 함께 새 안보체계 구축 등이 이루어지면 미군의 한반도에서의 역할은 종식되는 것이다.
미군의 용산기지 이전은 주둔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전비용은 물론이고 기지의 타 지역 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의 위치에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철수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평택 주민들의 이전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 국유재산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0석인데 어떻게 영향력 행사할 수 있나. 열린우리당 진보적 인사와 제휴할 것인가.
"전력, 철도, 가스 등의 사기업화에 반대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때문에 한국 노동자 60%가 비정규직이 됐고, 정규직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 조치로서 노동시장 유연화가 바뀌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고용안정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동의할 국회의원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국민을 향해 새로운 목소리를 전달해 이해시키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국회 내에서의 지지동조세력 찾아내 함께 노력하겠다."
- 진보정당이라는 개념이 명백하지 않다. '사회주의 정당', '개혁정당' 등 여러가지 해석이 있는데.
"진보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책으로 구분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가' '시장경제 지상주의인가, 아니면 반대적 입장인가' 등 현 단계에서의 진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안다. 민주노동당은 구체적으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공공정책을 갖고있다."
"김정일 위원장 만나면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에 도움될 것"
- 앞으로 당 대표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는지. 북한의 조선노동당과 교류할 의향 있는지.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도 당 대표로서 방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계속 바라고 있고, 앞으로 다시 한번 촉구하게 될 것이다. 받아들여질 것으로 믿는다. 방북을 허용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방북이 이루어지면 만날 수 있는 범위에서 모든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도 만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과 남북한 건설적인 관계 수립을 위해 크나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북한 조선사회민주당과의 교류는 이미 갖고 있다. 북한의 노동당은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교류를 갖고 있고, 이를 통해 민주노동당과 북한과의 관계 구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당과의 교류를 더 긴밀히 갖도록 하겠다."
- 인권문제를 포함해 북한 체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고 싶다. 또한 '통일 코리아'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통일상에 대해 창당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교류 확대, 민족국가연합 단계, 양 체제 인정되는 연방체계, 마지막이 민족공동체인 통일이다.
북한 체계에 대해서도 일관된 입장이다. 북한 체제 문제를 주민 입장에서도 봐야한다. 또한 평화를 이뤄내는 시각 위에서 양쪽 체제와 제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북한 문제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지적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바꾼 바가 없다. 다만, 그 내용과 정보가 정확하게 파악되어야 한다. 부정확하게 전달되는 정보로 정확한 판단 내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총선 기간동안 한 월간잡지에서 '북한 김정일 지령, 지원 받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이냐? (기자들 웃음) 색깔론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아무 조치가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평등과 자주를 기본 기조로 채택하고 있다. 자주는 어떤 나라, 조직, 단체에 대해서든 똑같은 잣대로 적용된다. 미국에 대한 자주뿐 아니라 어떤 나라, 조직에 대해서도 자주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선거기간동안 그 보도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들이 심판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 구시대적 색깔론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셔서 국민들 판단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