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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데이>에 연재한 김준범씨의 작품.
<굿데이>에 연재한 김준범씨의 작품. ⓒ 김준범
신인 작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원고료, 그나마 석 달째 체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작품이 타 매체에 실리고 이에 대한 성의있는 해명도 없다. 결국 1년 넘게 애정을 쏟아온 작품의 불가피한 연재 중단. 스포츠신문 <굿데이>로부터 한 젊은 만화작가가 받은 대우다.

2003년 1월부터 굿데이에 '시방새'라는 제목의 만화를 연재해오던 김준범씨는 최근 4월 중순 400회를 끝으로 작품 연재를 중단했다.

그동안 다른 작가의 1/3 수준에 불과한 형편없는 원고료를 받으며 굿데이에 작품을 연재했지만, 그나마 올해 들어 석 달 가까이 체불되는 바람에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작가는 이러한 부당한 처우를 굿데이에 항의하는 도중, 최근 자신의 작품이 어떠한 사전양해나 동의 없이 <미주 중앙일보> 등에 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형편없는 원고료마저 체불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상황을 접한 김 작가는 최근 자신의 팬카페에 남긴 글을 통해 거대 언론사의 횡포 앞에서 한 만화작가가 겪은 자괴감을 토로했다.

김 작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원고료 체불 문제도 문제지만 저작권 침해 문제는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법적 소송을 위한 경위 파악에 나선 상태다.

"언론사 횡포 앞에 자괴감... 저작권 침해 묵과하지 않을 것"

김 작가가 굿데이에 '시방새'라는 작품을 싣게 된 것은 작년 1월 1일로, 해당 지면에 연재하고 있던 작가가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하차를 하게 되자 굿데이로부터 급하게 연재 요청이 왔다고 한다.

당시 굿데이 김아무개 부장이 김 작가에게 제시한 원고료는 여타 매체와 작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지만, 김 작가는 '현재 굿데이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석 달 안에 현실화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원고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작가가 약속받았던 원고료 인상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원고료 지급마저 한 달씩 늦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그나마 지불되던 원고료도 석 달 가까이 체불됐다.

그 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김 작가는 굿데이 담당자에게 체불 문제만이라도 해결해 달라고 요청을 했으나, 굿데이가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아 더욱 섭섭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담당 기자 몇몇 분이 체불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별반 성과가 없는 것 같았다"며 "계속해서 독촉 전화를 할 수도 없는 작가 입장에서 (굿데이의) 책임 있는 해명과 해결의지가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고 심정을 밝혔다.

<오마이뉴스> 취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2일 오전, 김 작가는 미지불된 원고료 중 3월분까지 지급을 받았다. 굿데이 재무팀 관계자는 "회사 내부 사정상 원고료 지급이 늦었다"며 "월말 단위로 원고료가 결산되기 때문에 4월분도 편집부 청구가 들어오면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방새' 김준범 작가 약력

1967년 1월 서울출생
1985년 허영만 선생 문하로 만화계 입문
1989년 10월 "월간만화" <나를 부르는 소리> 연재, 12월 "아이큐점프" <기계전사 109> 연재, <알토의 검> 연재
1990년 "아이큐점프" <호랑이 사냥꾼> 연재
1991년 <따로따로형제>
1993년 "영점프" <흐린날>외 단편연재
1994년 제2회 한국 만화가협회상 '신인상' 수상
"아이큐점프" <부전자전> 연재
1996년 "영점프" 연재
1998년 "나인" <내곁에 잠수함>, <아니타레바>
"아이큐점프" <필승아 놀자> 연재
"YWCA" 선정 좋은 만화상 수상 <따로따로형제> (원제:형따로 아우따로)
두번째이야기 <필승아 놀자> (사람과 사회 연재 14회분)
1999년 단행본 <비켜> 1~10권
단행본 <놀구있네!> 1~2권
단행본 <정면승부> 1~3권
2000년 인터넷 "ICOMICS" <노는날> 연재
2003년 1월 1일 스포츠굿데이- 시방새 연재
저작권 침해 관련 법적대응 준비중

체불된 원고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김 작가는 본인 작품이 자신의 동의나 양해 없이 <미주 중앙일보> 등에 실린 것과 관련, 굿데이와 해당 매체에 자신의 작품이 실리게 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법적 대응도 준비중이다.

김 작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미주 중앙일보> 이외에도 뉴질랜드의 한인 신문에도 '시방새'가 실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이 해당 매체의 무단 도용인지 굿데이가 제공한 것인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굿데이 관계자는 "굿데이측에서 <미주 중앙일보>에 기사 콘텐츠를 제공하고는 있지만 만화와 관련해서는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보고 있다"며 "현재 해당 부서에서 김준범 작가와 관련된 문제들을 논의중에 있다"고 답했다.

"스포츠신문-만화작가 사이의 부당한 계약 관행 타파돼야"

김 작가가 굿데이와 원고료 체불이나 저작권 침해로 갈등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당초 김 작가가 연재와 관련해서 구두로만 굿데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스포츠신문과 만화작가 사이에서 흔히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신문 연재의 기회 자체를 얻기 힘든 신인 작가의 경우에는 더욱 열악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주변 작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시방새' 작가 김준범
'시방새' 작가 김준범 ⓒ 한국만화가협회
김 작가는 "작가에게는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을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들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주위 동료들과 함께 이러한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려 해도 선뜻 나서려는 사람이 없는 게 더욱 더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동료 작가는 "이번 일은 현재 만화작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밝힌 후, "창작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몇몇 인기 작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만화가들이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다"며 만화작가로서 겪는 위기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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