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독점적 시장지배에 따른 신문시장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대부분 신문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인물과 사상> 5월호 기고문을 통해 이같은 현실을 '돈놓고 돈먹기식 포커판'에 빗대고 공정한 경쟁 법칙이 사라진 신문시장의 위기를 개탄했다.
특히 신 위원장은 올해초부터 구독료 할인 경쟁을 촉발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집중 성토하며, "홍 회장과 중앙일보는 '천박한 상업주의'를 걱정하기 앞서 먼저 불법경품 및 무가지 살포부터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한국의 모든 신문들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두 신문사가 구축한 완벽한 독점체제"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두 신문사가 벌이고 있는 구독료 할인경쟁은 '관 뚜껑에 못질하는 짓'"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90년대 초부터 주도한 불공정 판촉경쟁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 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직무유기 행위가 시정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정간법 개정이 17대 국회의 으뜸 개혁과제로 부각되는 등 신문시장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인물과 사상>의 양해를 구해 신 위원장의 기고문 '언론노조 위원장이 전하는 신문시장 독점과 위기의 메커니즘' 전문을 싣는다.
| | <중앙> 뭇매에 신난 <조선> | | | 삼성 관련성 부각, 광고시장 독과점 문제 외면 | | | |
| | ▲ 조선닷컴 1면에 소개된 신학림 위원장 기고문 기사 | ⓒ조선닷컴 | |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에 대한 신학림 위원장의 비판에 조선일보가 신이 난 것일까. 조선닷컴은 26일 오후 신 위원장의 기고문을 1면 주요 기사로 소개하며 '중앙일보 때리기'에 나섰다.
조선닷컴은 <중앙이 삼성서 부자유한 것 실토한 셈>이라는 제목으로 신 위원장의 기고 내용을 소개하며 중앙일보와 삼성그룹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신 위원장의 기고문 전문을 읽어본다면, 과연 조선일보가 그렇게 떳떳하게 중앙일보 때리기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신 위원장의 기고문을 살펴보면 조선일보는 중앙일보와 같이 각종 덤핑·불법경품 제공·무가지 살포 등 신문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포커판'에서 중앙일보의 짝이 바로 조선일보였다는 것이다.
같이 포커 치던 사람이 욕먹으니까 자신은 전혀 그런 적 없었던 것처럼 동료를 욕하는 행위, 중앙일보는 뒤통수 맞은 심정이지 않았을까. / 김태형 기자 | | | | |
다음은 신 위원장의 기고문 전문.
홍석현 회장의 충격적인 고백
"다른 신문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 죄송하다. (자동이체할 경우 구독료를 1만2천 원에서 1만 원으로 2천 원 할인해 준다는 내용의) 라디오 광고와 시내버스 광고는 3월 말까지만 하고 끝내겠다. TV광고는 조선일보에서 삼성그룹을 통해 압력을 가해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6~7천 원까지 내리는 것도 검토했었다."
이 내용은 3월 중순 신문공동배달제를 추진하고 있는 5개 서울지역 신문사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 요지로, 그 회의에 참석했던 한 신문사 사장이 전한 내용이다. 따라서 홍석현 회장이 위에 인용된 것과 똑같은 문구를 사용하지 않았을 수는 있다.
발언 내용 중 순서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홍석현 회장이 하지도 않은 말을 이 사장이 지어내었을 리는 없다. 따라서 홍석현 회장이 했다는 이상의 발언은 문구가 어찌됐건 내용 하나 하나가 충격적이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의 신문시장이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고백: 중앙일보, 한때 사실상 무료신문화도 검토했다
우선 맨 뒷문장부터 보자.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6~7천 원까지 내리는 것을 검토했었다는 말은 중앙일보를 사실상 무료신문으로 바꾸려 했다는 뜻이 된다. 그 메커니즘은 이렇다. 지국에서 독자로부터 신문구독료 1만2천 원(자동이체시 조선·중앙일보는 1만 원)을 다 수금할 경우, 지국에서 본사에 납입하는 액수는 5천 원을 넘지 않는다.
일부 스포츠 신문의 경우 지국의 본사입금액이 5천 원이 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각 신문사가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보다 중앙일보 지국의 본사입금액이 적다는 점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독자로부터 1만 원(혹은 1만2천 원)을 다 받는 유료부수 1부당 본사입금액이 4천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국에서 1부당 6천 원 이상을 갖는 셈이다. 따라서 구독료를 6~7천 원으로 내리면 구독료 수입을 지국이 전부 갖고 본사는 전혀 구독료 수입이 없어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앙일보는 메트로, 데일리포커스, Am7처럼 무료신문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구독료를 6~7천 원으로 내리면서 지국이 갖는 액수를 함께 줄이면 지국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반발할 것이 뻔하다.
삼성으로부터 엄청난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온 중앙일보가 지금도 온갖 불법·탈법적인 방법으로 무가지와 경품 살포를 주도해 적자에 허덕이는 나머지 신문들은 생존조차 불투명한 판국에, 아예 중앙일보가 무료신문이 될 경우 신문시장 전체에 던지는 충격과 나머지 신문들에 주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마디로 조선일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문은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록 검토에 그치기는 했지만 홍석현 회장이 한때 구독료를 6~7천 원으로까지 내리는 것을 검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는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다시 검토,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고백: 조선일보가 삼성을 통해 압력을 가해와 TV광고 중단했다
| | | 중앙 "정황 들었다"... 조선 "그런 일 없다" | | | 조선일보의 '압력설' 사실인가 | | | | 조선일보가 삼성그룹을 통해 중앙일보의 구독료 할인 캠페인 TV광고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 제기는 사실일까.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홍석현 회장의 발언을 의혹 제기의 근거로 들고 있다. 홍 회장이 3월 초 공동배달제에 참여하고 있는 5개 신문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주장을 했다는 것.
이에 대해 중앙일보 전략기획팀장은 2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회장은 조선일보가 중앙일보의 자동납부 캠페인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삼성에 의사를 전달했는 정황을 보고 받았으며, 이를 5개 신문사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TV광고는 처음부터 비용 문제로 2월 한달간만 방영할 계획이었고, 케이블TV 광고 역시 계약한 2, 3월분 외에 추가 하지 않기로 홍 회장이 5개 신문사 사장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측은 이와 관련, 26일 오후 <오마이뉴스>의 확인 요청에 대해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 신미희 기자 | | | | |
두 번째 내용.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1만 원으로 할인해 주겠다는 내용의 TV광고를 조선일보가 삼성그룹을 통해 압력을 가해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솔직한 고백(?)도 충격적이다.
이는 중앙일보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했다고 떠들었지만 여전히 삼성의 손아귀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토하고 증언한 셈이다.
따라서 중앙일보는 여전히 삼성그룹으로부터 광고단가 등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지원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언론계의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 고백: 다른 신문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
마지막으로 다른 신문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는 얘기도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설사 한국신문협회와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을 겸하고 있지 않고 중앙일보 회장직만 맡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이런 언급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1300여 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악랄하고 교묘하게 탈세를 해 처벌을 받았던 홍석현 회장이 정말 무지하던가 뻔뻔스럽던가 둘 중 하나다.
만약 홍석현 회장이, 중앙일보가 지난 10여 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 신문시장을 '돈놓고 돈먹기'판 혹은 포커판 식으로 만드는 바람에 이제는 '최소조건에서의 생존'조차 불투명한 나머지 신문들의 사정을 정말 몰랐다면, 그는 당장 신문협회장직을 내놓아야 한다. 신문협회와 신문협회장은 특정 신문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와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홍석현 회장의 말 따로 행동 따로
게다가 중앙일보의 각종 불법·탈법 무가지 및 경품 제공행위가 비판의 도마에 오를 때마다 홍석현 회장은 상생과 공존을 강조해 왔다. 홍석현 회장이 지난해 10월 13일 신문협회 창립 제41주년 기념식에서 행한 기념사의 일부를 보자.
"사실 우리 신문산업은 지금 외환위기 사태 때와 유사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광고수입의 감소, 젊은 세대의 신문이탈 현상, 동업사간 또는 타 매체와의 이전투구식 과당경쟁 등으로 신문경영은 그야말로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습니다."
또 지난 4월 6일 부산에서 열린 제48회 신문의 날(4월 7일) 기념식에서 홍석현 회장이 행한 대회사의 일부도 보자.
"뿌리깊은 저널리즘의 역사와 노하우를 지닌 신문이 약화되고 저널리즘 정신이 희박한 뉴미디어가 정보시장을 주도하게 되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무너지고 천박한 상업주의만 남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위급한 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 수 있습니다."
뉴미디어를 저널리즘 정신이 희박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 버리는 것도 위험하지만, '천박한 상업주의만 남게 될 것'이라는 홍 회장의 언급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중앙일보가 '천박한 상업주의로' 각종 불법 경품제공과 무가지 살포를 계속하도록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치하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재력이 약한 모든 신문들은 생존 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홍 회장은 무어라 답변할 것인가? 위급한 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하려면 홍 회장과 중앙일보는 먼저 불법 경품 살포와 무가지 살포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다.
신문의 날을 기념하여 홍석현 회장이 기자협회보(4월 7일자)와 가진 인터뷰 내용은 어떤가? 조목조목 반박할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자.
"외국에는 1만 부에도 미치지 못하는 발행부수로도 안정적인 경영을 해 가고 있는 신문사들이 많습니다."
말은 맞다. 그런데 대전제가 있다. 작은 신문들이 자신의 발행면수나 부수에 걸맞는 규모의 살림살이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중앙일보를 비롯한 2~3개의 신문이 신문시장을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만들어 광고를 싹쓸이하는 독점체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시장 구조에서는 작은 신문들이 살아갈 수가 없다.
"그 동안 신문협회 차원에서 수차례에 걸쳐 과당경쟁을 자제하겠다는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습니다. 또 신문공정경쟁위원회를 발족해 자정활동을 펼쳤으나 시장질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렇다. 지난 1966년 이후 신문협회와 회원사들이 자정결의를 선언한 것이 27회나 된다. 그러나 그야말로 그때마다 선언으로 그쳤다. 신문시장의 혼탁상이나 불법·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신문사 중의 하나가 바로 중앙일보다. 그런데 다음 대목을 접하고 필자는 아예 말문이 막혔다.
"중앙일보가 시도하고 있는 구독료 자동납부 캠페인도 바로 혼탁한 신문 판매시장을 바로잡고 독자 친화적인 신문을 만들자는 것이 그 배경입니다. 신문사도, 지국도 함께 살자는 공존공영을 위한 방법인 것입니다. 이런 인식 아래 신문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문업계의 활로를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일보가 시도하고 있는 구독료 자동납부 캠페인이 혼탁한 신문판매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니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그렇다면 홍석현 회장은 왜 공동배달제를 추진하고 있는 5개 신문사 사장들을 만났을까?
지난 3월 8일, 경향신문·국민일보·문화일보·세계일보·한겨레 등 공동배달제를 추진해온 5개 신문사와 이들이 참여한 공배제 회사인 한국신문서비스(주)는, '최근 신문구독료 할인경쟁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의 공동 사고(社告)를 통해 중앙일보의 자동이체에 따른 구독료 할인 행사를 사실상의 '가격 덤핑 경쟁'으로 규정하고, 가격덤핑을 통해 신문시장을 독식하려는 횡포라고 비판한 바 있다.
社告 내용의 일부를 보자.
"신문사는 구독료와 광고료 수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광고료 수입 비중이 너무 높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을 전문가들로부터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탓인지 현재 신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도 우리나라 신문시장이 서둘러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로 '신문가격이 너무 싸다' '무가지 비율이 너무 높다' '신문 발행면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자신의 평소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번 행사를 시작한 뒤 신문협회 산하 중앙일간지 및 지방지 판매협의회의 거듭된 해명 및 시정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홍석현 회장은 '말 따로 행동 따로'였다는 것을 그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1위 싸움을 둘러싼 조선·중앙의 구독료 인하경쟁
구독료 인하경쟁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1위 싸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나머지 신문들은 저절로 유탄을 맞은 셈이다.
구독료를 둘러싼 선제공격은 조선일보가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2003년 11월 구독료를 월 1만2천 원에서 1만4천 원으로 2천 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늘어나는 제작비와 판촉비 등을 감안, 구독료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독자층과 유가부수 등도 고려한 것으로 조선일보의 자신감의 발로로 비쳐졌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따라 올리기는커녕 1월 16일,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2천 원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앙일보는 사고를 통해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줄고 ……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다. 중앙일보는 가계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자동납부하는 독자에게 구독료를 낮춰주기로 했다"며 "오르기만 하던 구독료 인하는 국내신문 역사상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 같은 구독료 인하가 기존의 판촉경쟁비를 독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각종 경품과 무가지 살포도 전혀 중단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예기치 못한 중앙일보의 기습공격을 받은 조선일보는 그로부터 나흘 뒤인 1월 20일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고를 통해, "4월 30일까지 앞으로 1백일 동안 조선일보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월 1만4천 원인 구독료를 2천 원 인하와 함께 추가로 2천 원을 할인, 월 1만 원에 구독할 수 있다"며 구독료 4천 원 인하 방침을 밝혔다.
그 동안 판매부수 1위라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구독료 인상을 주도해온 신문이 조선일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일보가 느꼈을 당혹감과 충격이 짐작된다.
조선·중앙을 제외한 모든 신문들은 죽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 언론노조 등이 벌여온 신문시장 정상화와 신문개혁 투쟁 노력도 외면한 채, 중앙일보가 주도하는 무차별적인 온갖 탈법·불법적인 무가지와 경품 제공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던 신문사들이 왜 이런 공동 움직임을 보인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신문시장 상황이 이제 갈 데까지 갔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벌이는 덤핑 경쟁은 나머지 신문들에 대해 "시체에다 칼을 꽂는 것"이나 "관 뚜껑에 못질"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한마디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한국의 모든 신문들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사람으로 치면 '사실상의 뇌사' 혹은 '식물인간' 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의학적으로는 대뇌·소뇌가 완전히 죽은 상태인 뇌사와, 뇌의 일부는 살아 있어 회생의 기적을 바라볼 수 있는 식물인간 상태는 다르다. 뇌사 판정을 받은 자 중에서는 인공호흡기의 도움으로도 14일 이상 살아남은 예가 보고된 바 없는 반면, 식물인간 중에는 혼수상태에서 6개월이나 1년 뒤에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뇌사는 완전히 죽은 것이고 식물인간 상태는 실낱같은 회생의 가능성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한국의 신문들에 대해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기 위해 식물인간 상태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한국의 신문들에 대해 한마디로 '위기'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죽어가고 있거나 거의 다 죽었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한국의 신문과 신문시장 상황이 위기라는 한가한(?)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재벌의 천문학적인 지원과 정치권력과의 유착 등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확보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구독과 광고시장의 싹쓸이를 통해 경영수지상으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민과 독자들의 신뢰라는 관점에서 보면 역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신문이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에 관해서는 생략한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의 위기는 두 신문과는 그 차원이 다른 위기다. 한마디로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말라죽기(枯死) 직전의 상태다. 서울과 지역, 지방을 가릴 것 없이 예외가 없다.
마감에 쫓겨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말 현재, 결산 주주총회를 거친 신문사들 중에서 흑자(당기순이익)를 기록한 신문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 세 신문뿐이다. 나머지 신문들의 경우 (누적)적자도 문제지만 사원(기자)들의 급여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상여금과 퇴직금 체불 등 그 상황이 차마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신문시장 독점과 신문위기의 메커니즘
이 절체절명의 위기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신문시장의 독점에 있다. 공정한 게임의 룰에 의한 경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포커판 같은 시장에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완벽한 독점체제를 구축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런 점에서 위기는 본질적이고 구조적이다.
현재 신문시장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신문 구독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게다가 발행부수가 많다 보니 배달망도 장악하고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돈을 받고 파는 신문 즉 유가부수든 무가지든 따질 필요가 없다. 신문이 많은 독자들에게 배달만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따라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부수가 많은 신문들만 광고를 싹쓸이하게 되고 광고를 싹쓸이하기 위해 신문을 찍어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경우 예외 없이 광고수입이 전체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어 90%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이 광고수입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제품, 신문
가령 신문 1부당 제조원가를 보자.
조선일보의 김효재 판매이사는 구독료 인하경쟁이 불붙은 뒤 열린 판매협의회에 참석, 조선일보 신문 1부당 월 제조원가가 1만6천 원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우리나라 신문 역사상 제조원가를 신문사 스스로 공개한 일로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구독료 인하는 덤핑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왜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가?
우선 제작비(원가)가 높다. 조선일보 김효재 판매이사가 밝혔듯이 제작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종이값은 IMF 외환위기 이후 50% 이상 오른 데다 국내 제지회사들이 전부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외환위기 전에는 종이대금을 어음으로도 지급했지만 지금은 현금을 주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신문 1부 구독료 월 1만2천 원을 독자에게서 전액 수금한다고 쳐도 지국에서 배달비 등을 제외하고 본사에 입금하는 액수는 5천 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발행면수가 비슷한 조선·중앙의 경우, 1부당 제조원가를 월 1만6천 원으로 계산하면 본사에서는 1부당 월 1만1천 원 이상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이다.
광고수입을 제외할 경우 일일 신문 200만 부를 찍으면 연간 2천640억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1만1천 원 × 200만 부 × 12개월). 따라서 광고수입이 발행부수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으면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를 독점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문을 많이 찍어내야 하는 것이고, 결국 돈(자금력)이 있는 신문사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 사회가 8 : 2 사회에서 9 : 1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 신문사 입장에서도 광고수입과 지대수입의 비율이 8 : 2에서 9 : 1로 가고 있고, 신문시장 전체도 1~2개 신문이 신문시장 전체를 독점하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 독점체제의 해프닝, 2002 대선 일요일자 발행계획 취소
조선, 중앙, 동아가 신문 구독시장과 광고시장만 장악한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배달망도 부수가 많은 이 세 족벌신문 중심으로 굴러가게 되어 있다. 이제 특정신문 하나만 독점적으로 배달하는 지국은 거의 없다. 하나의 지국에서 여러 개의 신문을 배달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원래 조간 신문들은 토요일은 휴무하고 일요일에 출근해 월요일자 신문을 제작하지만,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첫 토요일은 평소와 달리 대부분의 조간 신문들이 근무해 일요일자 신문을 제작하려는 계획을 자체적으로 미리 발표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기분이 나빴던지 조선, 동아, 중앙 등 세 신문이 일요일자 신문의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이 바람에 대통령 선거 후 첫 일요일자 신문을 발행하려던 나머지 조간 신문들도 발행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신문을 인쇄해 봐야 조중동이 장악한 지국과 배달사원들이 쉬는 바람에 독자들에게 신문을 배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시작된 신문시장 파괴와 불공정경쟁의 역사
우리나라 신문시장 파괴는 90년대 초반 삼성그룹의 엄청난 지원을 등에 업은 중앙일보의 총공세로 시작되었다. 물론 지금은 조중동과의 경쟁에서 탈락한 한국일보가 조석간 발행과 월요일자 발행(당시에는 조간들이 토요일 일하고 일요일은 쉬었음) 등으로 물량경쟁의 단초를 열었다는 지적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앙일보의 불법·탈법적인 무차별 무가지 제공과 경품 살포 공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우선 중앙일보는 무가지를 엄청나게 뿌려댔다. 세계 자본주의 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직무유기를 범하는 사이 중앙일보는 마음놓고 무가지와 경품 공세를 벌인 것이다.
자율규제란 한마디로 사업자들의 단체인 신문협회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문협회장 자리는 김대중 정부에 들어와 최학래 한겨레 당시 사장이 투표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조선·동아·한국일보 등 상대적으로 큰 신문사 경영진이 번갈아 가며 맡아오고 있었다.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 덤핑행위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사업자 단체(신문협회)에 규제행위를 위임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다. 지난해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어 신문고시 개정 논의에 참가한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Korea) 회장도 그 점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고 한다.
1994년과 1995년의 초호황기에는 모든 신문들이 광고수입이 폭증해 무가지를 상당수 뿌리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경기가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한 96년 하반기부터 자금력의 우위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광고단가에 카르텔이 형성되어 발행부수와 큰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지불할 때라 신문사들이 그런 대로 경영수지를 맞춰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가 닥치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광고시장은 얼어붙었고 모든 신문들이 부수와 면수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물론 수천 명의 신문사 종사자들이 정리해고되어 속수무책으로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모든 신문들이 외환위기가 몰고 온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만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문시장 독점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다.
중앙일보의 유료부수 부풀리는 ABC
한국신문부수공사협회(ABC: Audit Bureau of Circulation)는 2003년도 조선, 동아, 중앙일보의 발행부수를 심사하여 괴상망측한 결과를 내놓았다. 신문고시에 따라 신문을 배달하기 시작한 후 2개월이 지나고 3개월째부터 구독료를 내는 경우에만 유료부수로 산정해야 함에도, 구독 후 6개월째부터 구독료를 내겠다고 약속한 독자에게 배달되는 신문부수를 ‘유가부수2’라 하여, 신문고시 규정에 맞는 ‘유료부수1’과 구분하여, 유가부수로 인정하는 변칙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명백히 중앙일보에게 유리한 것이다. 왜냐하면 중앙일보는 무가지 혹은 확장지를 조선·동아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뿌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중앙일보가 지국에 많은 확장지(무가지)를 내려보내기 때문에 중앙일보 지국(장) 입장에서는 다른 신문보다 더 오랫동안 무료신문을 줄 수 있고 그만큼 독자를 끌어들이기 쉬운 것이다.
ABC는 무슨 권한과 재량으로 신문고시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여 뿌려지는 무가지를 유료부수로 인정하는가? ABC는 신문고시도 무시할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무시할 수 있는 초법적인 존재라도 된다는 말인가?
하기야 ABC는 몇 해 전, 유가부수 판정 기준의 하나가 되는 지국의 본사입금액 조항도 폐지한 바 있다. 그 전에는 월 구독료의 20%(1만2천 원의 20%면 2천400원)를 지국에서 본사로 입금해야 유가부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 규정을 없애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신문사는 어디인가? 당연히 중앙일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앙일보가 상대적으로 많은 무가지(확장지)를 지국에 내려보내고 있고, 구독료를 전부 받는 유료부수 1부당 지국에서 본사로 입금하는 액수가 조선·동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유가부수 산정 기준의 하나로 본사입금액 관련 규정이 없을수록 중앙일보에 유리한 것이다.
이제는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떤 신문사가 신문을 1년 혹은 그 이상 돈 안 받고 배달하고도 유가부수라고 주장하면 ABC가 검증할 방법이 없다. 왜? 지국에서 본사로 입금하는 입금액 납부 장부를 보여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ABC협회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조중동의 하수인인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려곡절 끝에 신문고시가 개정되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수십 년 동안 맡겨 두었다가 이제 정부가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신문고시가 개정되었다는 사실 외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선일보의 판매이사가 지금의 구독료는 제조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으로 구독료 할인행위는 덤핑이라는 것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이 정부가 제 정신인 정부인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관료들은 언제까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눈치만 볼 것인가? 강철규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출근길에 중앙일보 판촉요원으로부터 경품 제공을 제의받았으나 차마 “내가 공정거래위원장이요”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이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주소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는 불법·탈법 경품 제공의 증거물로 확보하기 위해 중앙일보로부터 받은 에어컨 모양의 선풍기와 백화점 상품권을 갖고 있고 동아일보로부터는 자전거를 확보해 두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강철규 위원장은 언제까지 신문시장에서의 각종 불법·탈법 행위를 단속할 요원 즉 손발이 부족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만 대고 있을 것인가? 어쩌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회 관료들은 상황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조중동 등 세 족벌신문과 대립하는 듯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의 신문시장을 망치고 파괴한 원흉 중의 한 명인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국빈 예우하듯 맞이하여 4시간 이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담을 하고 있으니 …….
공익근무요원 수천 명을 채용해서라도 불법행위 단속하라
노무현 정부가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신문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 신문고시에 따르면 무가지(확장지)는 2개월까지는 허용되지만 3개월 이상 배포하면 불법이다. 경품의 경우는 연간 구독료의 20% 이내에서 허용된다. 따라서 월 구독료를 1만 원으로 할 경우, 연간구독료 12만 원의 20%인 2만4천 원 이내의 경품은 제공해도 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무가지와 경품 제공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가지를 2개월 제공하면 어떤 경품도 제공할 수 없다. 거꾸로 연간구독료의 20%가 되는 경품은 제공할 수 있지만 그 대신 무가지는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원회가 불법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
마음만 먹으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나 정부가 공익근무요원 수천 명을 채용해서 버스전용차선 단속하듯이 전국 7대 도시를 중심으로 집중 단속을 벌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신문고시 규정에 어긋난 경품과 무가지 제공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고,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5배에서 10배까지 보상해 주는 것이다. 재원은 김대중 정부 때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가 드러난 신문사들로부터 걷어들인 추징금으로 대체하면 된다.
제2의 베를루스코니 탄생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신문시장이 이대로 가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문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것은 곧 여론의 독점을 의미하고 여론을 독점한 신문사와 사주는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같이 어떤 정치권력도 넘볼 수 없는 복합미디어 왕국을 건설하여 직접 권력을 잡거나 아니면 수구반동 세력과의 결탁을 통해 권력을 분점하려 들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가 가져온 헌정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민주주의의 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시장 정상화는 신문개혁의 출발점이자 필요조건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이다.
이미 홍석현 회장과 중앙일보는 베를루스코니처럼 '복합미디어 그룹'을 완성해 가고 있다. 중앙일보 그룹은 지상파 TV방송만 빼고 없는 매체가 없다. 지금 홍석현 회장과 중앙일보가 기회 있을 때마다 집착을 보이고 있는 지상파 TV방송사 설립도 홍석현 회장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정지작업이 될 것이다. 언제 그런 작업이 구체화할 것인지 언론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뜻있는 언론계 인사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