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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최근 한국여성개발원이 발표한 ‘여성빈곤 퇴치를 위한 정책개발 연구’(연구책임자 박영란)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 가능성이 높은 집단으로 꼽히는 여성 가구주와 여성 노인의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가장이 된 여성 가구주는 1980년 116만8538가구에서 2000년 265만3010 가구로 지난 20년 간 2배 이상 늘었다. 전체 가구주 대비 여성가구주 비율도 1980년 14.7%에서 1990년 15.7%, 2000년 18.5%로 증가했다.

이혼·사별 등 여성가장 가구주 20년새 두 배...40대가 위기

연령대로 보면 30대까지는 감소 추세에 있다가 40∼45세(3.9%)를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60∼64세 13.3%, 65세 이상 22.25%로 급증했다.

최저생계비 기준으로 여성 가구주의 고용형태별 분포를 살펴보면 여성가구주의 비정규직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근 들어 비정규직의 여성화, 그중에서도 여성 근로자의 임시직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는데 2002년 현재 여성 근로자의 33.6%가 상용근로자, 임시직은 45%, 일용근로자는 20.66%였다.

남성 근로자는 상용근로자 58.8%, 임시직 26.5%, 일용직은 14.7%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특히 30, 40대 여성, 고연령층의 비정규직 증가는 여성빈곤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성빈곤과 건강문제의 관계도 밀접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빈곤층 여성이 남성에 비해 질병에 1.37배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가계소득 수준 300만원 이상인 여성에 비해 50만원 이하의 여성이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2배 이상 높았다.

60세 이상 노인인구 중 공적연금 수급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매우 높아서 여성은 5.3%, 남성은 24.6%로 여성보다 남성이 8배나 많았다. 연금가입자 현황에서도 2002년 기준 남성이 11만1128명인데 반해 여성은 5370명에 불과했다.

20∼59세 경제활동인구 대비 비율로 보면 여성은 38.1%, 남성은 80.4%가 연금에 가입해 있었다. 여성의 연금가입 현황이 낮은 이유는 고용과 소득을 연계해 적용대상을 결정하는 제도 특성상 비정규직에 집중된 여성들이 연금 가입 과정에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족내 불평등·건강권·노후 소득보장 강화 등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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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족내 성 역할도 여성빈곤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박영란 연구위원은 “가족내 성 역할은 노동시장 진입 이전에 가사노동, 부양노동, 의사결정, 재산 등의 자원 배분에서 남녀 불평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그 영향은 노동시장, 관련법 및 제도 등 사회전반으로 확대돼 여성의 선택과 권리행사를 제한하고 결국 다시 가족 내 남녀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성빈곤 퇴치를 위한 정책 과제로 ▲가족 내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치 강화 및 여성의 건강권 보장 확대 ▲비정규직 보호대책 강화와 고용평등정책의 실효성 제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여성 탈빈곤지원 효과 제고, 국민연금제도의 여성 수급권 향상을 통한 여성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 ▲여성빈곤 퇴치를 위한 성 주류화 관리 시스템 구축-여성 빈곤정책의 도구 및 기제 개발, 여성빈곤 퇴치를 위한 환경조성 및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런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키기 위해 보고서는 양성평등한 가족문화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가사노동 가치 평가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보육 및 부양 관련 서비스 확대 및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확대, 보험 급여 확대 등 여성의 건강보장권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제도의 개선, 빈곤층에 대한 지역보건사업 확대, 모성보호 및 비정규직 보호대책 강화, 고용상 기회균등과 남녀차별 개선, 기초연금제의 도입 검토 등을 제안했다.

여성가장 빈곤층 몰락 순식간
보육문제 등 기본권 박탈 심각

지난 3월 30일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타워팰리스 앞에서 빈곤 해결을 위한 굿판이 벌어졌다. 주최측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장애여성공감, 민중복지연대, 전국빈민연합, 실업극복여수시민운동본부,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등 총 31개 단체가 참여한 ‘빈곤 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다. 출범식과 함께 빈곤으로 죽어간 이들을 위한 굿판을 벌인 소속 단체들의 성격을 보아도 빈곤 문제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이하 사회연대)는 한 여성 장애인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2001년 11월 중증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아이마저 빼앗기고 이혼을 당한 최옥란씨는 “기초법이 시행되면서 정부는 노점과 기초 생계비 수급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며 자살했다. 이를 계기로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기초법연석회의’가 꾸려졌고, 지난 3월 30일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은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만 의료급여 등을 포함해 20만~80만원 가량의 최저생계비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또 부양 의무를 2촌까지 지우고 있어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어도 형제가 있거나 아주 적은 수입이라도 있다면 기초생계비 수급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택난과 높은 물가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현실이 반복되는 것이다.

17대 국회 ‘빈곤해결특별위’ 구성 강력제안

사회연대 유의선 국장은 “빈곤층을 어느 선까지 볼 것인가가 합의가 안 되어 정부가 보는 빈곤층과 현실적인 빈곤층에 차이가 있다. 기초생계비 수급자 외에 의료비나 보육비를 일부 지원받는 차상위계층까지 포함하면 약 800만 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여성 가장의 경우 빈곤층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고, 편모가정이다보니 보육의 문제가 심각해 아동의 교육 기본권마저 박탈당하는 실정”이라며 여성빈곤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사회연대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복지가 아닌 노동, 경제 분야의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17대 국회에 ‘빈곤해결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 국장은 “기존 예산만으로는 비정규직, 신용불량자 등이 신빈곤층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빈곤해결특별위원회에서 빈곤실태조사와 사회복지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하고 최저임금 상향조정, 비정규직 개선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여성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사업장 무료보육시설, 아동보육수당제도 등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기초생계비 안에 주거 급여와 아동보육수당, 노인복지 등 사회적 약자층을 위한 급여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부모로부터 가난을 대물림 받는 아동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올해는 5년마다 이루어지는 최저생계비 계측 연도여서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가 더욱 필요한 때라 정부가 빈곤 문제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최옥란씨와 같은 자살자를 막을 수도 방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사회연대가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 국장은 “서울 경찰청에 따르면 하루 3명 정도가 생계형 자살을 한다고 한다. 복지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기보다 인간으로 살 권리를 잃고 자살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빈곤 해결의 요구가 국민의 기본 권리임을 강조한다. / 우먼타임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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