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사모는 28일 오후 정기총회를 열어 임원 인준 등의 안건을 처리하였으나 무효를 주장하는 일부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 내분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학사모는 28일 오후 정기총회를 열어 임원 인준 등의 안건을 처리하였으나 무효를 주장하는 일부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 내분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 석희열
보수적 학부모 단체를 자임하며 '안티 전교조' 활동을 벌여온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이 최근 상임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사모는 또 회계 부정과 일부 간부의 개인 비리 문제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말썽을 빚고 있다.

학사모는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 2가 서울시교원단체연합회 4층 강당에서 80여 명의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과 임원 인준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임원 선출은 불법이며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학사모는 '업무 방해'를 이유로 전은혜 전 상임대표를 총회장 밖에서 입장을 막은 채 총회에 올라온 모든 안건을 10여 분만에 '날치기'로 처리했다. 총회에서는 지난 3월 28일 열린 대의원 대회에서 선출된 고진광(49)씨를 임기 2년의 상임대표로 인준했다.

전은혜 전 상임대표는 "감사 보고를 통해 고진광씨의 회계 부정 등 개인 비리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자기들끼리 총회를 날치기로 진행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임원은 회원들의 직접·비밀 선거로 선출한다는 정관을 무시한 대의원 대회는 불법이며, 따라서 임원 선출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회 인준을 통해 효력이 발생하는 정관에 의해 상임대표를 뽑아야 하는데도 개정 정관의 효력이 발생하기도 전에 일부 대의원들이 상임대표를 선출해 놓고 총회에서 인준하라는 것은 총회를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절차상 명백한 불법이며 일종의 쿠데타"라고 공세를 펼쳤다.

또한 그는 "최근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계속되는 'XX년, 밤길 조심해라. 명대로 살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라' 등의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짐작가는 사람이 있지만 아직은 밝힐 수 없다"며 손전화 액정 화면에 찍힌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결산보고에 이의를 제기하며 총회장으로 들어가려는 일부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집행부 사이에 심한 욕설과 삿대질을 하며 몸싸움이 벌어져 물의를 빚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결산보고에 이의를 제기하며 총회장으로 들어가려는 일부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집행부 사이에 심한 욕설과 삿대질을 하며 몸싸움이 벌어져 물의를 빚었다 ⓒ 석희열
특히 이날 총회에서는 2003년도 결산 보고에 이의를 제기하며 총회장으로 들어가려는 전은주 감사를 집행부에서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과정에서 심한 욕설과 함께 충돌이 발생해 학부모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회계 처리가 투명하다면 왜 저렇게까지 감사 보고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집행부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은주 감사는 "모든 입출금이 학사모 통장으로 이루어지고 영수증과 자료에 의해서 출금이 되어야 함에도 후원금 및 회비 수납시 통장에 입금이 안된 경우와 영수증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2003년도 3월부터 12월 사이 모두 11건에 507만원에 대한 지출 영수증이 없었으며, 심지어 사무실 임대료까지 과다 계상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이강선 전 상임대표 권한대행은 "고진광 상임대표와 전은혜 전 상임대표 두 사람의 개인적인 감정 싸움이 내분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라며 "같은 단체 회원들끼리 서로 욕하고 비방전을 펼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다. 조정을 위해 노력을 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관과는 달리 상임대표를 총회가 아닌 대의기구에서 선출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모든 의결권을 갖고 있는 전국대표자회의(대의원 대회)에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처리하는 것이 지금까지 학사모의 관례였다"며 "관행에 따라 지난 3월 대의원 직선에 의한 상임대표 선출건을 총회에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사모 <오마이뉴스>보도 관련 성명서 발표

학사모는 29일자 <오마이뉴스> '안티전교조' 학사모, 대표선출 놓고 '내분' 기사와 관련 3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악의적인 보도로 학사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오마이뉴스>에 강력히 항의했다.

학사모는 "이날 행사는 대학생을 비롯하여 교단을 대표하는 교장단 및 교육원로들이 출연하여 열띤 공방을 벌이며 교사의 평가가 왜 필요한가를 심도 깊게 논의되었고 참석한 학부모들과도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지는 등 건전한 평가모델 제시가 이루어진 뜻깊은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학사모는 "학사모는 모든 행정과 재무사항은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자료는 홈 페이지를 통하여 밝히고 있으며 앞으로도 투명한 행정을 위하여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면서, "학사모는 앞으로도 계속 교육현장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선생님의 노고를 치하하고 보다 나은 면학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하며, 소외된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찾는데 모든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석희열 기자
이 전 권한대행은 또 임원 간선제를 뼈대로 하는 정관 개정과 관련 "직선제는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현실적으로 가자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면서 "사무국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살림에 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진 사무국장은 "학부모 단체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이해 당사자들간의 이권 다툼"이라고 이번 사태를 규정했다. 그는 총회를 예정 시간(1시간)보다 빨리 끝낸 것에 대해 "학사모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혼돈을 주지 않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영수증 미비와 관련한 감사 지적에 대해 "영수증을 분실한 경우이거나 당시 영수증을 받지 않아 생긴 오해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사무실 임대료와 관련해서는 "임대료에는 기타 경상비가 포함된 금액"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한 뒤 "건물 관리실에 확인해 본 결과 쌍방간에 계약서를 쓴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되풀이했다.

이날 참석한 학사모 한 회원은 "대표들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거기에 이권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권력을 둘러싼 서로간의 비방·폭로전을 지켜보노라면 마치 정치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감사의 감사 보고를 막은 것은 잇따라 터질 회계부정사건에 대한 전주곡이며, 따라서 이런 체제는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서 지금의 내분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학사모는 결국 둘로 쪼개지거나 공중 분해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총회가 끝난 뒤 학사모는 같은 장소에서 '교사평가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였으나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토론회장 분위기가 썰렁했다
이날 총회가 끝난 뒤 학사모는 같은 장소에서 '교사평가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였으나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토론회장 분위기가 썰렁했다 ⓒ 석희열
공교육을 정상화하여 건강한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2년 창립된 학사모가 조직 내부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들간에 법적 대응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상임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촉발된 학사모의 내분은 점점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총회에 참석한 고진광 신임 상임대표는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오마이뉴스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안티 전교조', 보수언론 힘입어 승승장구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어떤 단체인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신생 학부모 단체로 2002년 4월 말 ‘학교 폭력 근절’을 내세우며 공식 발족했다. 대표는 '사랑의 일기재단'으로 교육계에 알려진 고진광씨가 맡았다.

이 단체는 창립 당시 '학부모의 교육주권을 회복하자' '교사의 기를 살려주자'는 캠페인을 펼쳐 주목받았다. 하지만 단체 준비 시기부터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개혁적인 교육시민단체와 사사건건 각을 세웠다.

이에 따라 교육계 한쪽에서는 '용기 있는 단체'란 찬사를 보낸 반면, 또 다른 쪽은 '반개혁 교장협 들러리 단체'란 비판을 했다. 지난 해 4월 한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 사건과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확연하게 등을 졌다.

반면 교장협 등 교육계 보수단체와 관계는 무척 돈독한 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아무개 교장협 회장은 지난해 이 단체가 지방에서 연 내부 간부회의까지 따라 올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단체 가입용지가 교장협 연수와 학교에서 돌려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등은 이 단체 창립 이후 줄곧 많은 지면을 할애, 이 단체 활동을 소개했다. 이 단체가 지난 해 벌인 전교조 단체협상 반대운동, 연가 반대 집회, 임원 직접 선출 등은 물론 올해 퇴출교사 명단 발표까지 보수언론의 지면을 탔다.

그러던 것이 올해 3월 학사모 공동대표를 맡은 황아무개씨가 교육계 인사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이 들통 난 것을 계기로 단체의 뿌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던 인사까지 나서 내부 회계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고진광 대표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수사 결과 또한 빠르면 다음 주 중 발표될 것이란 전언이다. / 윤근혁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