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오은희 부장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던 송모(32)씨가 관리 담당자에게 월차 휴가를 건의했지만, 그는 거절했고 오히려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관리 담당자가 식칼을 들고 병원에 찾아와서 송씨의 아킬레스건을 절단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 송모씨는 완쾌되어 다시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고,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지난해 4월, 사내하청지회가 설립되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단지 ‘블루칼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번 서울대 강사 자살사건으로, '한국 비정규직 교수 노동조합' 등이 조직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 대전광역시지부와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 지난 3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정부출연 연구기관 비정규직 연구자 실태 조사'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그 심각성을 재인식하게 된다.
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은 정규직과의 일차적인 차별은 물론 직종별, 학력별, 성별로 나뉘어 2차, 3차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전체 395명 중 남자 252명, 여자 137명, 무응답 6명)의 70.1%가 비정규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해 현실적으로 느끼는 차별의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응답자의 56.7%는 ‘임금이 착취 수준’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연구자들간의 학력별,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했다. 응답자 전체 평균 임금은 128만원이었으나 학연 과정생의 경우 69.5만원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학연 과정생은 업무에 있어서 다른 비정규직과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급여 수준에 있어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 역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계의 “정규직이 양보해야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의견에 대해 민주노총 충남지부 오은희 부장은 “양대 노총에 가입된 노동자들은 전체 노동자의 10% 이내이다. 재계가 주장하는 ‘정규직’이란 말은 결국 이들 10%의 노동조합이 있는 정규직만의 양보만을 말하는 건데, 어불성설이다”라는 입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에 정규직이 퇴직금 일부를 비정규직에게 돌리는 등 정규직의 양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스페인식 노사모델’을 권고했다. 또한, 스페인식 해법은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기업에는 벌칙을, 정규직 채용을 많이 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계기로 비정규직 차별 철폐의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은희 부장은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지만, 총연맹 차원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협의가 이루어지는 대로 구체적인 실천투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정규직 스스로가, ‘자신이 부족해서 그렇다’라는 의식을 벗어버리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해야 이 문제가 좀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공론화 단계는 이미 지난 듯 하다. 그 방법이 어떠하든, 가장 신속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