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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박태영 전남지사의 죽음을 세대갈등으로 몰고 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30일 <왜 세대간 문제로 물타기 하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박태영 전남지사의 죽음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사설을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날 논평에서, <중앙>과 <한겨레>의 경우 사회 지도층으로서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대해 당당히 대가를 치르는 것이 옳다며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 풍조를 지적했으나 <조선일보>는 박 지사를 비롯한 저명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을 중노년층이 공통적으로 겪는 소외감과 무력감이라는 세대문제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를 변화와 개혁의 흐름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언련은 <조선일보>가 지도층 인사들의 잘못된 반응을 지적하기는커녕 이를 세대의 문제로 몰아가거나, 개혁과 변화의 부작용 등으로 왜곡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특히 그 의도가 고인들의 죽음을 악용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고인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민언련의 논평 전문이다.
| | 왜 '세대간 문제'로 물타기 하나 | | | 박태영 전남지사 자살 사건 관련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논평 전문 | | | | 29일 박태영 전남 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의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작용했으리라고 보고 있다.
30일 대부분의 일간지들은 박 지사의 죽음을 주요하게 보도했으며 경향, 조선, 중앙, 한겨레 등은 사설로까지 다뤘다.
경향, 중앙, 한겨레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과 그것이 미칠 사회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중앙과 한겨레는 사회 지도층으로서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대해 당당히 대가를 치르는 것이 옳다며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 풍조를 지적한 반면, 경향은 법무부와 검찰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따져볼 것을 요구해 다소의 입장 차이를 보였다.
눈여겨볼 것은 조선일보의 사설 <도지사 투신에 비친 시대의 그림자>이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박 지사를 비롯한 저명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을 '중노년층이 공통적으로 겪는 소외감과 무력감'이라는 '세대문제'로 왜곡했다.
조선일보는 "비단 유명인사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의 중노년층에게는 성공과 좌절의 반전이 예기치 않게 너무나 극단적인 모습으로 몰아닥치고 있다"며 "평생을 바쳐 이룬 성취와 지위가 어느 한순간 구렁 속에 매장되는 그 삶의 돌연변이를 견뎌내기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중노년 세대 일반의 '성공과 좌절의 반전', '삶의 돌연변이'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변화와 개혁이란 '추상명사'가 시대를 휩쓸어 가면서 젊음의 에너지만이 모든 것인 양 여겨지는 흐름 속에서 중년층 이상의 소외감과 무력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함으로써, 은근슬쩍 지도층 자살 문제를 '변화와 개혁의 흐름' 탓으로 돌리고 있다.
자살한 저명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자살이 일정 부분 '개혁 과정의 진통'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들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부패정치'를 청산하고 사회 각 분야의 부패구조를 개혁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으며, 이 과정에서 부패에 연루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비리 의혹을 받던 인사들이 결백을 밝히거나, 대가를 치르는 대신 '자살'을 선택한 것은 사회 지도층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지도층 인사들의 잘못된 반응을 지적하기는커녕 이를 세대의 문제로 몰아가거나, 개혁과 변화의 부작용 등으로 왜곡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특히 그 의도가 고인들의 죽음을 악용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고인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조선일보가 개혁에 대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딴죽을 걸고 개혁과 반개혁, 진보와 보수의 문제를 세대갈등으로 몰아갔던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유를 막론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망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자 한다면 이들의 죽음을 이용한 '세대갈등 부추기기'와 '개혁 탓하기'만은 중단해야 할 것이다.
2004년 4월 30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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