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일 114회 노동절을 맞이했습니다.
1886년 미국 시카고 투쟁으로 6명의 노동자가 경찰 발포로 죽고 4명의 노동운동 지도자는 사형을 당했으며 1명은 감옥에서 자살했습니다.
헤이마켓 사건 이후 1889년 7월 국제 노동운동 및 사회주의 지도자들은 파리에서 모여 제2인터내셔날 창립대회를 열고 시카고에서 투쟁하다 희생된 동지들을 추모하고 시카고 투쟁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1890년 5월 1일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슬로건을 걸고 제1회 노동절을 개최하였습니다.
하지만 114회을 맞이한 지금 114년 전에 일어났던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과 탄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로 세계는 자본중심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고 그로 인해 차별받고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행사하지 못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해 가고 있습니다.
국민 10명 중 한 명은 신체가 부자유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거리에는 비교적 신체가 자유로운 사람들만 보입니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야기들이죠. 정말 세상이 좋아졌을까요? 단지 조금 신체가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감옥 같은 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그분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권리, 거리를 마음껏 다닐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규정지어버립니다. 허울 좋게 그분들을 위한다고 “장애인의 날“을 만들어 동정적인 시선만 보냅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 부르짖었던 그분들에 모습들을 말입니다.
이 땅에는 8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습니다. 전체 인구를 4천500만 명으로 쳐도 대략 1/5이 비정규직인 셈입니다. 시장이 유연해지려면 고용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유연해지기 위해서 수많은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 하고 자본의 논리, 시장의 논리로 마음대로 유린하고 있습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당하게 노동하고도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그들은 쉽게 보호받지 못합니다. 오늘도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받고 생존을 위해 14시간 15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할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단지 조금 다를 뿐입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국적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각자 문화가 달라 생활습관이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우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합니다. 시위에 참석했던 외국인 노동자들 한달에 3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고 휴일도 없이 일하다가 손가락이나 팔, 다리가 잘려나가기라도 하면 폐기되어 버립니다.
고장난 기계는 수리가 가능하지만 한번 잘려나간 신체는 복귀가 되지 않아 기계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공장에서 폐기되면 불법이란 이유로 강제추방당하고 헌신짝처럼 버려집니다. 오늘도 거리에는 자신의 인간의 권리를 찾기 위해 구호를 외치며 서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았습니다.
자본은 인간의 위에 있는 듯 합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도구로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번 노동절에도 수많은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전보다 노동현장의 현실은 점점 더 참혹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자본의 힘으로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고 그 부를 채워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은 말합니다.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 교육받을 권리를 자본의 논리에 제한받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를 가면 오르는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휴학을 하고 군대를 가거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자본의 세계화는 인간의 기본권리를 무시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의 흐름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114년 전에 외쳤던 8시간 노동시간 쟁취는 아직 멀기만 해보입니다. 우리는 지금 실험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의 원내진출에 희망을 말하기도 합니다. 분명 우리는 잘못된 자본의 흐름에 저항하기 위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이 원내진출을 했다고 해서 지나친 낙관은 금물입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소중한 힘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을 위한, 차별받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 모두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으로 가는 꿈이 있습니다. 아직 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가능한 꿈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꿈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5월 1일 거리에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에게서 꿈을 보았습니다. 각자 어려운 환경에서 싸워나가고 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웃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름다운 꿈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