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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홍보팀

초고속 인터넷의 전도사, 대책없는 기술 낙관론자, 닷컴 거품의 원흉…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텔레코즘-Telecosm'의 저자 조지 길더는 7일 SBS 목동 사옥에서 열린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 예의 그 특유의 기술 낙관론을 펼쳤다.

그의 관심사는 이제 네트워크가 아니라 카메라다. 조지 길더는 카메라폰 뿐 아니라 세상 모든 물건과 장소에 좁쌀처럼 박혀있는 수십 억개의 디지털 카메라가 쏟아낸 영상이 초고속 인터넷을 타고 지구촌 모든 곳에 전송되어 저장되는 새로운 비전을 들고 나왔다.

초고속 인터넷 전도사 조지 길더 "이제 네트워크가 아니라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는 심지어 경구용으로 제작되어 먹을 수도 있다. 센서와 송수신기가 달린 좁쌀만한 디지털 카메라를 물과 함께 삼키면 식도와 위, 장을 통과하면서 생생한 장기내부의 모습을 촬영하고 데이터는 인체 밖의 컴퓨터로 전송된다. 임무를 마친 디지털 카메라는 배설물과 함께 밖으로 배출되어 폐기된다.

길더가 그리는 꿈 같은 미래를 현실화시킬 핵심 기술은 포베온사의 혁신적인 화상칩이다. 이미 내셔널 반도체에서 생산중인 이 칩이 세상 모든 곳에 널리 보급되면 화상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메모리칩의 수요 또한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예언하는 길더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미래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

그는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75%로 세계최고를 기록하는 동안 그가 소리 높여 정보고속도로의 미래를 외쳤던 모국 미국의 보급률이 겨우 18%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이유가 공룡처럼 거대한 미국 방송사의 위력에 눌려 인터넷업체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지 길더는 초고속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사회에서 TV 특유의 광고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일견 과격한 길더의 주장에 기자가 광고시장에서 방송사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을 슬쩍 돌아보니 알 수 없는 야릇한 미소가 얼굴 가득히 퍼지고 있었다.

"방송사가 지닌 경쟁력은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할 것"

SBS '서울디지털포럼'은...

'서울 디지털 포럼'은 SBS가 서울 목동 사옥 준공을 기념해 5월 7일 개최한 국제 학술 행사.

포럼에는 조지 길더 외에 <디지털이다>의 저자이자 MIT 미디어랩의 연구소장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 어레이 콤의 창업자 마틴 쿠퍼 등 세계 정보통신계의 쟁쟁한 인사들이 참여해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심층적인 토론을 가졌다.

이구동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초고속 통신망을 칭송한 참석자들은 한국의 탁월한 성과를 세계에 수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초고속 통신망 보급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세계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

이번 행사에는 한국의 토종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NHN, 양대 전자업체인 삼성과 LG, KT와 SK텔레콤 등 한국 정보통신 업계의 주요 업체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경영전략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선 보여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 민경진 기자
길더의 주장은 최소한 한국에서는 부분적이나마 이미 현실이었다. KT의 이용경 사장은 한국인의 주당 평균 TV 시청시간이 갈수록 줄어 이제 14.1시간에 그치고 있는 반면, 인터넷 사용시간은 13.47시간으로 인터넷이 TV를 능가하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로 성장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용경 사장이 주최측인 SBS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것이었을까? 그는 프로그램 컨텐츠 제작업체로서 방송사가 지닌 높은 경쟁력은 인터넷 시대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할 것이라고 안심을 시킨다.

조지 길더는 네트워크 용량이 4개월에 두 배씩 늘어날 것이라는 '길더의 법칙'을 주장해 통신업계에 대대적인 회선 증설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그의 말을 새겨들은 글로벌 크로싱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야심찬 광케이블 매설 계획을 추진하다 엄청난 회선용량을 소비할 말단의 가입자들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주요 OECD 선진국 중에서도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한심한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에 실망한 조지 길더가 서울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게 된 것일까? 길더는 이제 '디지털 디바이드'는 정보통신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기타 국가 사이에 존재한다고 선언한다.

득의양양한 조지 길더의 연설 뒤에서 인터넷 시대에 어떻게 매출을 늘려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고백하는 윌 앵글러 루슨트 테크놀로지 부사장의 얼굴에 그늘이 서려 있었다. 루슨트 역시 조지 길더의 대책없는 낙관론의 피해자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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