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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탑골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산구석 김구석소장.
남산 탑골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산구석 김구석소장. ⓒ 황정현
경주의 정신문화가 응집돼 있는 남산은 신라인들의 정신이 깃든 곳이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남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그 신비로움에 빠져든다. 그곳에 가면 18년 공직생활을 접고 남산의 매력에 푹 빠져 오직 남산연구에만 몰두하는 남산연구소장 김구석(51)씨가 있다.

"남산을 단순히 산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남산은 신라인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또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말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남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김 소장은 99년 명퇴한 전직공무원이다. 남산 구석 구석을 모르는 데가 없어 '남산구석'이라 불리운다.

18년 공직생활을 접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늦은 46세에 남산연구소를 열었다. 처음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활동했지만, 지난 87년부터 몇몇의 경주지역 사람들과 결성했던 '남산사랑모임'과 합쳐 2001년 정식으로 '경주남산연구소'(경주시 노서동 소재)를 냈다. 아예 '남산지기'로 나선 것이다.

경주 산내면 출신으로 초중고를 경주에서 마친 경주토박이 김 소장은 경주고등학교 1학년 때인 69년에 처음으로 남산답사길에 나섰다. 그러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남산에 올랐다. 경주시청의 산림과와 사적관리사무소를 거치면서 업무차 방문이든, 자의적인 방문이든 간에 종종 남산을 찾았다.

97년에는 동국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 입학해 고대 미술을 공부하면서 남산유적들을 학술적으로 이해해 갔다. 직장을 그만 둔 지난 2000년에는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남산사랑이 그를 '늦깎이 학구파'로 만든 것이다.

현재 서라벌대학교 관광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김 소장은 지금까지 남산가이드만 800번 정도 진행했다고. 그와 함게 남산 답사에 동행한 사람만 2∼3만여 명 정도라고 하니 가히 '남산지기' 답다.

올해도 남산 안내강좌만 200건이 잡혀있다고 하는 김 소장은 남산 중에서도 특히 삼릉과 용장사 계곡은 꼭 가볼 것을 추천했다. 종교적인 의미보다 영원을 추구하는 신라인들의 마음이 그대로 우러나 있기 때문이리라.

"147곳의 절터와 118기의 불상, 96기의 탑 등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672점의 유적이 있는 국가적인 문화재이자 노천 박물관입니다. 자연과 조상들의 정신문화가 어우러진 곳이지요."

김구석 소장
김구석 소장 ⓒ 황정현
남산의 보존과 개발 방안을 세울 때도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풀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 소장은 말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남산을 찾으면서 그 남산 지역의 훼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안타까워 한 김 소장은 남산을 "등산 코스가 아니라 유적지 답사로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남산알기'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김 소장은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삼릉 주차장에서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하는 남산 답사를 실시하고 있다. 답사비 3천 원만 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한 달에 한 번, 보름을 전후해 남산달빛기행도 추진하고 있는 김 소장은 "외국인들은 남산을 알고 싶어해도 아직까지 통역 안내원이 없어 접근이 쉽지 않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산이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릴 수 있는 편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소장은 지난해 6월 22일부터 8월 10일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있었던 '003경주세계문화엑스포'남산유적답사를 맡아 당초 예상 인원보다 훨씬 많은 1500명이 참가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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