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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가 사준 인형. 큰애는 벌써 7~8년째 이 인형을 끌어안고 잠이 든다.
누이가 사준 인형. 큰애는 벌써 7~8년째 이 인형을 끌어안고 잠이 든다. ⓒ 이양훈

어린이 날을 앞둔 지난 5월 4일, 큰누이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통화는 대단히 간결했다.

"야! 네 통장으로 삼만원 보냈으니까 애들 사고 싶다는 것 사 줘. 절대로 너희들이 써 버리면 안된다."

알았다고 가볍게 웃으며 전화를 끊기는 했으나 이후 내내 가슴이 '찡'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누이는 딸만 둘이다. 유난히 제 엄마를 볶아 우리 부부에게 미움을 받는 큰 애가 중학교에 다닌다. 이미 어린이가 아니건만 '어린이 날'이라는 핑계로 또 얼마나 제 엄마를 볶았을까? 딸과 부대끼면서 문득 우리 아이 생각이 났을까?

아니다! 큰 누이는 늘 '그 녀석'을 생각해 왔을 것이고 '어린이 날'이라는 기회로 자연스럽게 마음을 전했을 것이다. 삼만원은 그렇게 자신이 업어 키웠던 동생과 그 동생을 꼭 빼닮은 조카에 대한 측정키 어려운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 날, 집사람과 나는 큰누이의 전화 한 통화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모가 되었다.

삼만원으로 산 아이들 선물, 팽이.
삼만원으로 산 아이들 선물, 팽이. ⓒ 이양훈

5월 8일, 어버이날에 우리 가족은 지방에 계신 어머니께 다녀왔다. 어머니께 손주들 맛있는 것 많이 사 주시라고 미리 준비한 용돈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그것과는 별도로 또 하나의 봉투를 준비했다. 어머니을 모시고 계신 둘째 형수께도 따로 금일봉(?)을 준비한 것이다. 맏며느리의 역할을 다 하고 계신 둘째 형수에 대한 자그마한 마음의 보답이며 큰누이가 보여준 조카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배우고 배운 것을 그대로 행하는 '보통' 사람들의 아름다운 '행복 주기'이다.

나는 믿는다. 오늘, 삼만원이 우리 가족에게 주었던 이 가슴 '찡'한 '행복한 느낌'은 이후 우리의 삶 속에서 언제나 활짝 웃으며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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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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