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12일 오전 11시 중앙당사에서 정책위 의장에 입후보한 후보 4명을 초청해 후보검증토론회를 열었다. 각 후보들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에 따른 향후 정세를 진단하고 타당과의 공조 여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방식을 놓고 열린 토론을 벌였다.
그 어느 때보다 위상이 높아진 정책위 의장. 당과 의원들의 관계를 담당하는 의정지원단이 정책위원회 산하에 있는데다가, 100여명의 연구원들로 구성되는 정책연구소도 정책위의장 관할에 있다. 의원들의 원내활동, 특히 상임위 활동에 일종의 사령탑을 맡게되는 셈이다.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직에는 주대환 마산합포지구당 위원장, 이용대 경기도지부장, 허영구 전 민주노총 직무대행, 성두현 중앙위원 등 모두 4명이 입후보했다.
주대환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독자성을 가지고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걸러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 정당과의 공조에 대해서는 "보수정당과 차별성을 가져야하지만 한나라당이 야당인만큼 사안에 따라서는 공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용대 후보는 "한나라당과의 공조는 절대 반대한다"며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대중투쟁을 바탕으로 여당을 견인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이라크 파병안 철회를 위한 100만 촛불시위를 제안하기도 했다.
허영구 후보는 "시민단체가 내놓는 정책자료를 빠짐없이 수집하고 토론회에 참여해야 하고, 필요하면 인력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며 시민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입장을 보였다. 또한 다른 당 공조에 대해서 "정책방향과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대체로 후보들은 타당과의 공조에 있어 제한적 수용론의 입장을 보였다. 정책사안에 따라 공조할 수 있지만 당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차는 없었다.
타당과의 공조, '제한적 수용론' 우세
민주노동당의 핵심 의제인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각 후보들은 '노동평등기금 설립'(주대환 후보), '최저임금 인상'(이용대 후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허영구 후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성두현 후보)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날 후보들은 북한 인권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후보들은 대부분 "북을 둘러싼 국제 상황을 고려하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이용대 후보는 "북한은 연대와 연합의 대상이니, 민족끼리 단결해 미국과 싸워야 한다"며 자주통일을 강조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 열기가 이어지면서 후보들은 공세적인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주대환 후보가 이용대 후보에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자, 이 후보는 "색깔공세를 펼 줄 몰랐다"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또한 주 후보가 당 강령을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주장하자, 성두현 후보는 "당 강령을 일방적으로 해석해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23일까지 각 부문별 최고위원 후보검증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은 정책위 의장 후보들의 각 부문별 입장.
북한문제와 통일에 대한 입장
주대환 "진보정당이 민족 전체가 바라는 통일 국가의 모습을 남한에서 실현했을 때 통일이 가능하다. 동독보다 더 사회주의적인 서독이 통일을 만들어냈다."
이용대 "필요하면 비판도 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한민족이고 연대의 대상이다. 북미대결에서 민족끼리 단결해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
허영구 "국가사회주의 몰락, 미국의 경제봉쇄, 수해로 인한 피해 부분을 전제하고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
성두현 "북한의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인권문제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 성장론에 대한 설득논리
주대환 "후기 자본주의를 겪었던 다른 나라처럼 세금을 걷어들여 공공부문에 보내야 한다."
이용대 "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이 집권해도 경제문제가 잘 해결할지 고민이 많다. 비정규직화가 기득권의 미봉책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대중운동 차원에서 사회적 안전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허영구 "빈부격차, 환경파괴, 전쟁을 가져오는 성장을 인정할 수 있나. 정책위원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구체적 대안 제시해야 한다."
성두현 "교육, 사회서비스 등 공공부문에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움직임에 대해 공격하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비정규직 해결을 위한 17대 국회정책
주대환 "(정부 주장처럼) 계급 내부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사측과 노동자가 기금을 낸 뒤 정부가 관리하는 '노동평등기금'을 구성해 저임금노동자 임금을 보전해야 한다."
이용대 "민주노동당 역량으로 비정규직 전면 철폐는 어렵다. 최저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절대빈곤화를 막아야 한다."
허영구 "대기업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한다고 비정규직으로 이익이 가는 구조가 아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법을 주요과제로 투쟁해야 한다."
성두현 "정부는 비정규직이 심각해지니 정규직 문제로 돌려 회피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연대가 필요한데, 정규직 노동자들이 낮은 데로 임해야 한다. 각 사업장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강령의 이념정체성
주대환 "강령에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나와있다."
이용대 "사회주의 이상의 원칙은 동의하지만 일정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허영구 "사회주의 이상 실현은 동의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정책을 낼지는 다른 문제다."
성두현 "사회주의적 성격을 강화해야한다. 주 후보가 강령을 사민주의라고 했는데, 일방적 해석으로 분란을 일으키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