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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기씨
최광기씨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야말로 두 달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국민들이 보여줬던 힘과 저력을 확인했고 이 나라엔 아직 민주주의가 살아 숨쉰다는 것을 알았다. 만감이 교차한다."

최광기씨는 아직도 탄핵가결 그날을 잊지 못한다. 라디오 방송 진행 중에 탄핵 소식을 들었다는 최씨는 "그때는 설마 통과될까 싶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탄핵안이 가결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지키려했던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이후 촛불행사를 한다기에 그곳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촛불행사 무대에 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탄핵 정국이 낳은 가장 큰 스타. 최씨는 이전보다 너무 바빠졌다. 때문에 "가족에 소홀해졌다"고 활짝 웃는 최씨. 알아보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 심지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팬클럽까지 생겼다. 그만큼 '탄핵사건'은 그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한숨이 푹 나온다. 2~3년 동안 현장에 가면 늘 패배만 남아있고,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열심히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뒷걸음질치는 느낌이 들어 좌절해왔다. 하지만 탄핵 정국을 보면서 진보·민주세력들이 결집하고 힘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절망이라는 이름 한가운데서 희망을 촛불 하나를 내 가슴속에 남겨둔 것' 같아 큰 힘이 됐다. 사회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눈뜬 이후로 새롭게 살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 같다."

탄핵반대 운동은 지난 4·15 총선을 통해 민의를 저버린 국회의원들에게 1차 심판을 내렸다. 최씨는 향후 정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민주노동당의 약진을 통해 의회도 상당부분 개혁되고 쇄신될 거라는 생각한다. 이제 희망을 찾아야 할 때다. 다만 언론에서 호들갑 떨지 말고 한나라당도 정신차려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 등 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국익이라는 이름에 앞서 민의가 먼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권해효 "기각 보면서 3월 12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잊지 않았으면"

권해효씨
권해효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탄핵 정국의 또 다른 스타는 최씨와 명콤비를 이뤘던 권해효씨. 그는 탄핵 반대 촛불행사에 참가한 한 부산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12일날 국회 앞에서 부산에서 올라오신 할아버지께서 내가 와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올라온 지 3일짼데 힘들어서 내려가야겠다, 무대 앞에서 얘기하고 싶은데 기회가 안온다'라며 쪽지를 남기고 가셨는데 그 안에는 '언론개혁 없이 아무 것도 안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권씨가 기억하는 노인은 국민의 바람을 대변했기에 더욱 인상깊게 남았을 것. 이와 함께 권씨는 함께 행사 진행을 했던 최광기씨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권씨는 "광기씨가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넋을 잃고 보는 경우 많았다"며 최씨를 칭찬했다.

탄핵반대 촛불행사에서는 명사회자였지만 권씨는 여전히 배우다.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그는 '운동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비단 '탄핵반대 행사' 뿐 아니라 안티조선 운동, 호주제 폐지 운동 등에서도 쉽게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여유가 넘친다. 특유의 웃음과 함께 어떤 질문에도 술술, 하지만 진지하게 답해나간다.

- 혹시 탄핵 관련 영화나 드라마를 만든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배역은 역시 저쪽(야당) 소장파 의원이 좋겠다. 극적인 면으로는 열린우리당은 재미가 없다. 뒤에서 모의하고 헤쳐모여하고 그런 과정 보면 야당이 재밌지 않을까."(웃음)

권씨는 촛불행사 이후 스스로에 대한 자기검열이 강해졌다고 한다. 권씨는 "남들 앞에서 정치적 의사나 사석에서 표현하는 것을 자제하게 됐다, 듣게 되는 편"이라며 "예를 들면 여성연합이랑 일하면서 여자 있는 술집 안 가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씨는 너무나 빨리 잊어버리고 사는 자신을 포함한 국민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때문에 오늘 탄핵 기각결정을 통해 다시 한번 의미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왔다.

"사실 두달 밖에 안됐는데 어쩌면 이렇게 잊고 사는지… 기각되는 것을 보면서 지난 3월 12일 어떤 의미였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민석 "그래서 너흰 아니야! 너흰 나라 걱정할 자격 없어."

윤민석씨
윤민석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3월 20일 탄핵촛불 행사가 열렸던 광화문. 질서유지를 하던 전경의 입모양은 위 가사를 읊고 있었다. 놀라운 장면. '너흰 아니야'는 촛불행사장의 최고 인기가요였다.

'너흰 아니야'의 작사·작곡자 윤민석씨는 헌재의 결정에 의외로 덤덤했다.

"탄핵 기각의 분위기가 만연되기까지는 국민들의 힘이 작용했고 걱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싸워온게 있고 상식적으로 봐서 아무리 재판관들이 정치적으로 임명됐다고 해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너흰 아니야'가 좋은 반응을 보인 이후 "이번 일을 하면서 적어도 상업판에 연결하지 않고 민중가요가 가지고 있는 미덕, 특히 시의성이라는 점을 견지하면서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례가 됐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중들에게 민중가요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심어주면서 제2·3의 윤민석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로 전환해야 할 것 같다"는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3.20 촛불행사 사진 중 위에서 찍은 '촛불의 바다' 사진을 보면서 질서 정연하게 대열을 유지했던 모습에 감동했다"는 윤씨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했다.

"민생안정이라든지 모든 문제를 경제논리로만 보는데 경제논리로 해석될 수 없는 높은 가치들 예를 들면 나라나 이웃, 생명에 대한 사랑 등이 나라의 돈 몇 푼보다 더 소중한 가치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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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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