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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청사 강경존속을 외치며 수개월 째 서명운동과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강경주민들, 전선줄과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3개 청사 강경존속을 외치며 수개월 째 서명운동과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강경주민들, 전선줄과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 윤형권
강경읍 주민들이 논산지원과 지청 그리고 논산경찰서 등 이들 3개 청사의 신축이전 문제로 수개월째 서명운동과 탄원서 제출 등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위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11월 10일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에서 열린 지원장과 강경지역 유지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원장은“지금의 지원과 지청이 낡고 협소하여 민원인들이 불편해 하고 있으니 지원과 지청을 논산시내로 이전하는 것이 불가피하니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자리에 참석한 정현수(64·강경읍 번영회장)씨와 유지들은‘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 3개 청사 강경읍 존속추진위원회(이하 존추위)를 구성했다. 존추위는 강경라이온스 클럽, 강경JC, 강경읍 자유총연맹, 농협부녀회 등 강경지역 30여개 단체와 주민들로 구성됐다.

사실 이들 3개 청사의 이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기회가 있을 때마다 '3개 청사는 강경에 존속해야 한다'는 강경읍 주민들의 뜻을 지원장과 경찰서장에게 건의해오고 있다.

현재 강경읍 대흥리 46-1번지에 있는 논산지원과 논산지청은 1977년 건축되어 전체면적이 3779㎡(약 1143평)이며 강경읍 남교리 78-2번지에 위치한 논산경찰서는 4093㎡(약 1238평)으로 1981년에 지어졌다. 이들 3개 청사를 이용하는 민원인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은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것. 따라서 주차장 확보와 건물의 노후 및 공간부족 등을 해소하기 위해 신축이 불가피한 상태다.

존추위는 3개 청사의 신축은 필요하지만 강경읍 내에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존추위가 '3개 청사는 강경읍에 존속해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강경읍 인구는 1991년에 2만496명이던 것이 2004년에는 1만3201명으로 줄어 해마다 -3.12%의 인구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강경주민들은 이렇듯 인구감소에 따른 시장의 위축과 교육, 문화 등의 문제가 맞물려서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읍 경제는 주민들간의 소비에 의한 것보다 3개 청사를 이용하는 유동인구에 의한 소비비중이 크다.

3개 청사 유동인구 덕에 강경경제 그나마 유지

3개 청사를 이용하는 민원인들의 수는 논산지원 월 평균 5천명, 지청 3천명, 경찰서 약 5천명 등 매월 총 1만3천명에 이른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15만6천명이다. 이는 강경읍 인구의 10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들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경읍에 위치한 3개 청사를 이용하면서 식당과 문방구, 슈퍼마켓, 약국, 젓갈시장 등을 이용함으로써 강경주민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주고 있다.

따라서 3개 청사의 강경존속 여부는 강경읍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것이 존추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이전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대법원 행정처의 관계자는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논산지원 이전문제는 건축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부지를 선정한다. 아직 예산에 반영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금년 후반기에 선정 작업을 하는데, 현재 논산지원에서 후보지로 제시한 곳은 논산세무서 근처와 건양대 입구 그리고 강경 기능대학 주변이다. 부지선정기준이나 결정은 심의위원회에서 하는데 강경읍 주민과 논산시민의 의견을 듣고 참고할 것이다. 다만 부지선정은 법원과 지청을 이용하는 민원인의 편의성을 우선해야 한다.”

논산지원에 근무하는 직원의 의견도 대법원 행정처 관계자의 의견과 같다.

“논산시민과 계룡시민 그리고 부여군민이 법원과 지청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 민원인들의 거리와 시간적 편의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이는 민원인들의 인구분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법원이전문제는 특정지역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관할행정구역의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대법원 행정처의 입장에 대해 존추위 유경준 공동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존추위에서는 강경읍내 존속을 위해 끝까지 갈 것 입니다. 이미 수개월동안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가며 투쟁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3개 청사의 강경읍내 존속은 강경주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알리려 합니다. 소지역이기주의나 감정적이 아닌‘지역균형발전’에서 보아야 한다는 객관적인 당위성과 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연구기관에 이 문제를 의뢰해 연구결과를 받아서 홍보자료로 삼고 있습니다.”

민원인들의 접근성 문제와 직원들의 출퇴근 문제

논산지원과 지청 그리고 경찰서의 직원들을 총 228명이다. 이중 강경읍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27명이고 대전, 논산시내 등 강경읍 이외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사람이 88.2%인 201명이다. 만약 3개 청사가 논산시내로 이전한다면 논산시내권의 민원인들이나 3개 청사 직원들이 10~15분 정도의 시간이 절약되는 것이다.

검고 굵은 선이 국도 1호선이고 왼쪽이 부여군 오른쪽이 논산시 일원이다. 강경읍은 아래 붉은색 부분이다.
검고 굵은 선이 국도 1호선이고 왼쪽이 부여군 오른쪽이 논산시 일원이다. 강경읍은 아래 붉은색 부분이다. ⓒ 윤형권
한편 논산지원과 지청의 이용은 부여군민들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부여 서남부 지역의 임천면 세도면 양화면 등 부여군 주민들은 강경존속을 바라고 있다. 부여군민들은 3개 청사가 논산시내로 이전하면 복잡한 시내를 통과해서 가야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주장이다.

민원인들 "강경도 살아야 하지 않나"

계룡시에 사는 김흥규(36)씨는 “법원이 강경에 있든 논산에 있는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지 조금 멀다고 해봐야 10분 상관인데 어떠냐"며 "강경에서 3개 청사 떠나면 거기는 아무 것도 없어 큰일”이라고 전했다. 논산시에 사는 박모씨도 "강경주민도 논산시민"이라며 3개 청사 강경읍내 존속에 찬성했다.

부여군 임천면 임승각(63) 이장 또한 “부여군민 대부분이 강경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논산시내로 가면 복잡한 시내 통과를 해야 한다. 현재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전했다.

논산시의회 4선 의원인 강중선씨도 “지난 100여년간 3개 청사가 강경에 있었는데 민원인들이 불편해서 옮기야 한다는 의견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논산시의회는 대법원 행정처에서 질의를 해오면 강경존속을 적극적으로 답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변방의 서러움 삼켜온 강경의 불운한 역사

강경 주민들은 충남과 전북의 도계에 위치해 있다보니‘변방’의 서러움을 삼켜왔다. 강경은 인구증가의 그 어떤 유인정책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그나마 1900년대 초기에 설치된 법원과 검찰지청, 경찰서가 있어서 근근이 유지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최근에 젓갈시장이 번성하는가 싶었는데 경기불황과 주변 관광 상품의 빈약으로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드물다. 과거의 영화롭던 강경이 아니다.

천혜의 내륙항으로 일찍이 수상교통이 발달하기 시작한 강경포구는 서해에서 들어오는 각종 해산물과 교역물자들로 붐볐었다. 객주가 등장하면서 강경은 서해 수산물 최대시장으로 발전하여 하루 100여척의 배가 드나들었고, 하루 2-3만 명의 상인들이 모여들어 평양시장, 대구시장과 함께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 손꼽힐 정도였다.

강경이 눈에 띄게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부터다. 호남고속도로의 개통과 육상교통의 발달은 강경을 추억이 서린 쓸쓸한 포구로 전락시켰다. 강경인구는 1991년 2만496명, 1996년 1만5311명, 2004년 1만3201명으로 급격한 감소추세이다. 이러한 인구감소가 강경주민을 두렵고 불안케 하고 있다.

3개 청사의 이전문제는 주민들의 생존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우선으로 할 것인가? 민원인들의 편의를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때는 전국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었던 강경시장, 그러나 지금은 배 없는 포구가에 버려진 빈 게껍질 신세로 전락했다. 강경주민은 영화롭던 과거의 추억만 먹고사는 서글픈 사람들이다.”강경에서 3대를 살아온 어떤 8순 노인의 말이다.

1900년대 번창했던 강경포구(왼쪽)와 강경시장(중앙), 오른쪽은 1910년에 건축된 한일은행건물(건평 60평의 벽돌조적)로 지금은 방치되어 있다. 강경에는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이 많으나 관리 소홀과 무관심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다.
1900년대 번창했던 강경포구(왼쪽)와 강경시장(중앙), 오른쪽은 1910년에 건축된 한일은행건물(건평 60평의 벽돌조적)로 지금은 방치되어 있다. 강경에는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이 많으나 관리 소홀과 무관심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다. ⓒ 3개청사강경존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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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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